혁신 불씨 살린 `친윤` 장제원… `칩거` 김기현 불출마 가능성
비주류 "대표직 사퇴" 목소리
권성동 등 윤핵관 거취도 주목
친윤(親윤석열)계 핵심으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의 총선 불출마로 국민의힘의 혁신이 새 국면을 맞았다. 이른바 김장(김기현·장제원)연대를 이뤄 당권을 거머쥐었던 김기현 대표고 일정을 취소한 채 거취를 고심하고 있다.
장 의원은 12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운명이라 생각한다. 저는 제22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 역사의 뒷편에서 국민의힘 총선승리를 응원하겠다"며 "총선승리가 윤석열 정부 성공의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인 비서실장을 역임한 그는 "부족하지만, 저를 밟고 총선승리를 통해 윤석열 정부를 성공시켜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부산 사상구 3선인 장 의원은 지난 11일 SNS에 선친 장성만 전 국회부의장의 묘소를 찾은 사진을 올리며 "보고싶은 아버지, 이제 잠시 멈추려 합니다"라고 썼다. 장 전 부의장은 부산 북구서 11·12대 국회의원을 지내고 사상구 소재 동서학원을 설립했다. 장 의원은 인요한 혁신위가 해산한 직후 '희생 요청'에 처음으로 응답한 것이다.
장 의원이 혁신위 활동이 종료된 직후 불출마를 선언한 것은 자신의 정치 인생을 좌우할 결정을 누군가에게 떠밀리듯 하지 않고 적절한 타이밍에 스스로의 결단에 의해 하겠다는 고민과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결심엔 윤석열 대통령과 모종의 공감대가 있지 않았겠냐는 해석이 당 안팎에서 나온다.
장 의원이 15년 정치 인생에서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그는 19대 총선 직전인 2011년 12월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이 '디도스 파문' 등으로 위기에 몰려 쇄신 요구가 거세지자 총선 불출마 의사를 밝혔고 20대 총선서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윤 정부 출범 후 세번째 백의종군이다.
장 의원이 이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혁신 시계'가 급속히 빨라지는 분위기다. 지도부가 '전권'을 약속했던 혁신위의 빈손 퇴장, 윤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의 오래된 동반 침체, 비주류에서 터져나온 지도부 책임론에 '둑'이 무너졌다는 평가다. 공천관리위 출범을 서두르던 김 대표 등을 향해 수도권 원외인사인 김병민 최고위원이 제동을 거는 등 지도부 내홍도 있었다.
김 대표는 이날 구룡마을 연탄 나눔 봉사활동 일정도 전날 급거 취소하고 장고에 들어갔다. 11일 출국한 윤 대통령이 3박5일간 네덜란드 국빈방문을 마치고 귀국하기 이전 거취 표명이 이뤄질지, 불출마부터 대표직 사퇴까지 어느 수위의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김 대표가 4선을 한 울산 남구을 지역 시민단체가 13일 '지역을 떠나지 말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함께 윤핵관으로 불리던 4선 권성동 의원, 재선 이철규·윤한홍 의원 등의 거취도 관심거리다. 원내지도부는 13일로 예정된 정책의원총회를 취소했다. 11일까진 영남권과 서울 강남권 등 초선의원들이 '김기현 책임론'을 제기한 서병수·하태경 의원 등 비윤(非尹) 중진을 비난하며 김 대표를 옹호했지만 장 의원의 불출마 선언 이후 침묵하고 있다.
혁신위에 힘을 실었던 비주류의 목소리는 커졌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SNS를 통해 "장 의원이 '김장연대를 통해 당대표를 만든 책임'도 지는 모양새"라면서도 "아직 차가워진 민심을 되돌리기엔 부족하다"고 압박했다. 최재형 의원은 "당 쇄신을 국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분명하고 확실한 방법이 당 지도부의 교체"라고 했다. 하 의원은 MBC라디오에서 "김 대표도 불출마한다는 게 당내 기정사실"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인 위원장을 만나 '논개 역할'을 주문했던 김태흠 충남도지사도 입장문을 내 "'사즉생'은 당 구성원 전체에게 요구할 게 아니라 김 대표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라며 "'양치기 소년'과 '벌거숭이 임금님'의 리더십으론 당의 미래를 이끌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기호·안소현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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