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수소의 다양한 잠재력 [유승훈의 에너지의 경제학]

2023. 12. 1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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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우리나라는 에너지 부족 국가이면서도 탄소중립과 에너지안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이슈를 에너지 경제학의 관점에서 점검해본다.
ⓒ게티이미지뱅크

태양광,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는 전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 그런데 재생에너지는 태양이나 바람이 없다면 발전이 불가능해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어렵다. 반면에 반도체, 철강, 석유화학, 석유제품, 자동차, 디스플레이 등 우리나라 주력산업의 공장은 24시간 내내 전기를 사용해야 한다.

따라서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1년 365일 하루 24시간 내내 전기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저탄소 에너지를 확보해야 한다. 특히 외국과 전력망이 연결돼 있지 않아 대표적인 전력섬 국가인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이것은 필수적인 생존 전략이다. 즉 무탄소 에너지(CFE, carbon-free energy)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CFE로는 원자력발전, 청정수소, 탄소 포집 및 저장(CCS, carbon capture and storage)이 있다. 이 중에서 원자력발전은 가장 저렴한 CFE임에 틀림없다. 다만 원자력발전소는 건설에서 가동까지 20년이 걸리기에 몇 년 이내에 전기를 공급하지 못한다. 또한 전력수요가 낮을 때 출력을 줄이는 것이 안전상의 이유로 어렵다.

따라서 화석연료인 천연가스로 생산되지만 CCS로 탄소 배출을 대폭 줄인 청정수소인 블루수소는 당분간 우리에게 제법 유망하다. 하지만 비싼 편이다. 그래서 미국, 유럽 등은 인플레이션감축법, 탄소중립산업법 등을 제정해 세액공제, 보조금 지급 등을 시행하면서 블루수소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래픽=강준구기자

올해 1월 발표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2~2034)에 따르면, 정부는 청정수소의 발전량 비중을 현재의 0%에서 2030년 2.1%, 2036년 7.1%로 늘린다. 지난 3월에는 발전부문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상향됐기에, 청정수소의 활용 목표도 현재 수립 중인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4~2038)에서 상향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국내 에너지기업들은 블루수소의 생산 및 활용을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그 이유는 블루수소가 당장은 돈이 안 되지만 미래 전략 및 사회적 책무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에 개설되는 청정수소발전 입찰시장에서 블루수소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청정수소발전 입찰시장에서 경쟁을 통해 청정수소 발전량이 정해지면 3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2027년부터 블루수소로 만든 전기가 본격적으로 공급된다. 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그린수소 생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므로, 블루수소가 당분간 청정수소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및 유럽도 마찬가지다.

블루수소와 관련해 두 가지를 결정해야 한다. 첫째, 블루수소를 수입할지 국내에서 생산할지다. 미국 및 중동 등의 에너지기업들은 우리나라에 블루수소를 수출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최근 반복되는 요소수 부족 사태를 볼 때, 정부는 일정 물량을 국내에서 생산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국내 생산은 일자리도 늘릴 것이다.

둘째, 블루수소를 연소 위주로만 사용할 것인지 아니면 연료전지에도 활용할 것인지다. 출력 조절이 안 되거나 수입품 연료전지라면 블루수소의 활용을 제한하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 하지만 출력 조절이 용이하면서 국산품인 연료전지라면 블루수소의 활용을 적극 장려해야 한다.

요컨대 블루수소는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면서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아울러 그린수소로 가기 위한 가교 역할을 든든하게 수행할 수 있다. 더 나아가 국내 일자리 및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국가 주력산업의 수출경쟁력을 지켜줄 것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창의융합대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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