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불출마냐 대표 사퇴냐… 친윤마저 “이번 주 골든타임” [與 인적쇄신 시동]
핵심실세 장제원, 당 위해 백의종군
與 ‘혁신안 내홍’ 단번에 국면 전환
지도부·친윤서도 김기현 거취 압박
“기득권 희생 결심 이젠 보여줄 때”
일각 “대표 사퇴 땐 비대위 등 복잡”
장제원 부산시장 도전·입각 관측도
윤석열정부 여당의 첫 지도체제를 이룬 ‘김장(김기현·장제원)연대’의 한 축인 장제원 의원이 12일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김기현 대표의 결단도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날 국회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은 김 대표는 공식 일정을 취소하고 숙고에 들어갔다. 현 지역구인 울산 남구을 불출마나 대표직 사퇴 등의 선택지를 놓고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지역 3선인 장 의원은 윤 대통령의 정치 참여 이전부터 정권 출범 직전까지 그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개국 공신’으로 꼽힌다. 장 의원은 지난 대선의 주요 변수였던 당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을 이끌었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에는 당선인 비서실장을 지내며 1기 내각의 밑그림을 그렸다.
정권의 최고 실세로 꼽히는 만큼 여권이 위기에 처했을 때 국면 전환을 위한 장 의원의 총선 불출마는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꾸준히 나왔다. 혁신위가 불출마 권고의 대상자를 직접 거론한 적은 없지만, 장 의원이 주요 타깃이라는 시각도 이 때문이었다. 그러나 장 의원의 결단 시점은 예상외로 빨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서울 49개 지역구 중 우세는 6곳’ 내부 보고서나 각종 지표에서 열세를 기록하는 여론조사가 최근 잇따라 공개되면서 당내 위기감이 격화한 게 요인으로 분석된다. 혁신위가 성과 없이 해산한 가운데 ‘김기현 책임론’을 두고 주류와 비주류 간 내홍 양상으로 번지는 분위기였다. 내년 총선 판세의 가늠자로 꼽히는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30%대 박스권에 갇힌 가운데 뾰족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장 의원 불출마 선언 이후 당내에선 ‘김기현 사퇴론’에 불이 붙으며 김 대표에 대한 거취 압박이 더욱 거세지는 모양새다. 당 의원들은 장 의원을 치켜세우며 김 대표의 용단을 촉구했다.
당 비주류인 이용호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게시한 김 대표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에서 “지금 당 대표로서 응답하는 정치적 책임일 뿐이므로 대표직을 내려놓은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그는 “저의 소견으로는 대표님의 희생과 헌신이 불출마나 험지 출마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당 지도부와 친윤 내에서도 김 대표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김 대표의 거취를 언급하며 “이번 주 선거가 시작되는 첫 번째 주에 골든타임으로 지금까지 제기됐던 당의 문제를 한 번에 바꿔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때”라고 했다. 배현진 의원은 전날 KBS라디오에서 “김 대표가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하셨으나 저는 다소 3인칭으로 이야기하셨다는 느낌”이라며 “무엇을 내려놓겠다는 것을 이제는 보여주셔야 할 때”라고 말했다.
다만 총선을 앞두고 김 대표가 사퇴하는 건 리스크가 크다는 지적도 있다. 김기현 체제의 첫 수석대변인을 지낸 유상범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불출마 선언은 고민할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라며 “대표직 사퇴는 비대위 문제로 전환되는 만큼 적절치 않다”라고 했다.
김병관 기자 gwan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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