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빅데이터가 만드는 혁신의 길

2023. 12. 12.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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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희 홍익대 교수·산업기반구축과제 책임자

기업은 고객이 있어야 한다. 고객의 욕구를 채워내야 하는 숙명을 가진 조직이다. 이를 위한 기업 활동을 '혁신'이라 한다. 신기술을 개발해 시장에 새로운 상품을 내놓았다면 '제품 혁신'으로, 기존 제품의 공정을 효율적으로 개선해 생산성이 증대되었다면 '공정 혁신'이라 부른다. 어떤 형태의 혁신이든 기업은 이에 생사를 건다.

40여 년 전 하버드대 레빗(Levitt) 교수는 "이제 성장산업 같은 건 없다, 오직 소비자의 욕구만 변할 뿐"이라며 제품과 함께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찾아내야 한다는 직구를 던졌다. 이것이 기업에게는 큰 숙제인 것이다. 그 어떤 기업도 더 좋은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더 좋은 재료(생산요소)를 찾는 노력을 한다. 이것이 알고 보면 혁신의 본질이다.

2012년 세계경제포럼에서 향후 미래를 이끌 10대 기술로 빅데이터가 선정되면서 본격적인 차세대 서비스 혁명은 닻을 올렸다. 그 중심은 말할 것도 없이 고객이 실시간으로 만들어내는 데이터, 즉 빅데이터다. 소비자 개인의 변화무쌍한 욕구가 '어디서 왔고, 어디로 향하며 무엇을 찾고 있는지'에 관한 핵심 내용을 감춰진 모습으로 차곡차곡 제공해 주고 있는 것이 데이터다. 이런 데이터를 활용해 감춰진 정보를 찾아내고 찾아낸 정보를 가공해 바로 생산요소화 하는 것이 데이터 시대, 중소기업이 가야 할 길이다. 그렇다.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새로운 서비스와 함께 신상품이 탄생 된다. 이것이 데이터가 만들어 내는 미래 혁신의 방향성이다.

지난 10 여년 동안 우리 기업들은 사물인터넷(IoT)과 생산관리프로그램(MES) 등을 활용, 데이터를 수집하고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들을 구축하고, 스마트팩토리 등으로 스마트화에 노력해 왔다. 이로 인해 생산현장의 많은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 또한 제조 현장에서의 AI 활용은 이제 여러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설비예지 보전, 생산현장 프로세스의 자율과 제어 및 품질 최적화 등 쉽게 말해, 커넥티비티 기술과 빅데이터 분석의 사용이 획기적으로 증대되고 있다는 말이다.

이와 같은 혁신 방향을올바르게 제시할 등대가 지어졌다. 제조·서비스융합 실증연구센터가 그것이다. 기업 현장데이터를 토대로 중소기업들의 미래혁신 방향을 제시하고 직접 서비스가 부가된 신제품 개발을 위한 연구와 실증이 이뤄지는 공간이 마련된 것이다.

이달 준공되는 이 제조·서비스융합 실증연구센터는 지난 4년 여간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국가융합연구센터와 홍익대가 함께 구축해 왔다.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홍익대 4차산업 혁명 캠퍼스 내에 위치한다. 실증센터에는 기업의 초기 스마트팩토리 구축모델을 지원하기 위한 장비모듈, 데이터 분석을 위한 초고성능 장비는 물론, 정보와 아이디어, 서비스화를 위한 연구자들의 토론 공간과 서비스 구현을 위한 에뮬레이션, 액션 모듈의 시나리오를 적용하기 위한 코워킹 공간 등을 갖추고 있다.

이 같은 실증공간이 기업들의 혁신 운동장이 돼야 한다. 그 첫 번째로 중소· 중견기업들의 혁신비용을 낮춰야 한다. 실증을 통해 해결책을 찾고, 실패 비용을 절약하게 해준다. 둘째, 다양한 고객들이 요구하는 서비스를 모두 구현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에 따라 실증공간에서 그 가능성과 접근 방법론을 찾아내 개별기업 특성에 맞는 혁신방법론을 적용하게 함으로써 혁신효율성을 증대시킬 수 있다. 셋째, 혁신이란 정해진 길이 없다는 점이다. 다만 개별 기업이 그동안 쌓아왔던, 데이터가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해 줄 수 있다는 점이다. 그 지점을 바로 제조·서비스융합 실증연구센터에서 실행해 보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을 위해 생산 현장의 비효율을 디지털 튜인으로 해결하고, 제품의 서비스화와 서비스의 제품화를 위한 다양한 실증을 제공하는 기관으로 그 역할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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