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생사의 고비, 급성 심근경색
'닥터 지바고'라는 영화가 있다. 러시아 작가 파스테르나크가 러시아 혁명을 배경으로 지바고라는 의사의 삶을 그려서 1958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소설이 원작이다. 그리고 1965년에 영화로 만들어져 아카데미상 5개 부문을 수상했다. 영화 끝 부분에 주인공인 지바고가 전차를 타고 가다가 평생의 연인인 라라가 길을 걸어가는 것을 보고 급히 전차에서 내려서 뛰어가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가슴을 부여잡으면서 길가에 쓰러지고 만다. 비록 영화이지만 급성심근경색을 매우 잘 묘사한 작품이다.
급성심근경색이란 관상동맥이 갑자기 막히는 질환이다. 동맥경화가 진행되면 혈관의 내막과 중막 사이에 콜레스테롤과 염증세포들이 뭉쳐서 죽상반이라고 하는 덩어리를 형성하게 된다. 문제는 내막이 파열되면서 죽상반이 혈액에 노출되는 경우가 간혹 발생한다는 점이다. 그러면 죽상반 부위에 혈소판들이 몰려들어 혈전을 형성하면서 혈관이 완전히 막히게 된다. 막힌 혈관에서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던 부위의 심장근육들은 손상을 입다가 결국은 괴사 즉 죽어가게 된다. 증상은 협심증처럼 가슴 통증이지만 협심증의 경우 아무리 길어도 10분을 넘기지 않는 반면 심근경색은 최소한 30분 이상 지속되는 것이 특징이다. 다만 10 ~ 20%의 환자에서는 흉통이 없이 갑자기 기력을 잃고 식은 땀을 흘리면서 숨이 차는 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그리고 당뇨가 있거나 여성 또는 고령자에서 많이 발생하므로 진단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심근경색증이 발생하면 1/3은 병원에 도착하기 이전에 사망한다. 병원에 무사히 도착하여 적절한 치료를 받아도 사망률이 5~10%에 이르는 무서운 질환이다. 특히 심근경색이 발생하고 치료를 하지 않는 상태에서 2시간이 지나면 심장근육의 파괴가 시작되어 24시간이 지나면 전체 심장이 손상되어 회복이 곤란해진다. 따라서 일단 심근경색이 의심되면 초응급으로 시간과 싸움을 해야 한다.
따라서 심근경색까지 되기 전인 협심증 단계에서 철저히 치료하여 더 이상 병이 진행하지 않게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영화를 다시 살펴보면, 지바고는 따뜻한 전차 안에 앉아 있다가 라라를 발견하면서 흥분(emotional exciting)한다. 일반적으로 흥분한 상태에서는 맥박이 올라가고 혈압도 상승하게 된다. 따라서 심장은 더 많은 산소와 영양분을 필요로 하지만 더 이상 혈액 공급은 되지 않는다. 그리고 지바고는 따뜻한 전차에서 내려 추운 모스크바 거리로 나서는데, 이처럼 추위(cold exposure)에 노출되면 다른 혈관들도 급격히 수축되어 심장이 더 강하게 혈액을 내보내야 한다.
마지막으로 라라를 향해 뛰어가는 운동(exercise loading) 역시 심장에서 더 많은 혈액을 몸으로 보낼 것을 요구하므로 심장에 부담을 주게 된다. 이렇게 심장의 부담이 크게 증가하면 심근경색을 유발할 확률이 높아진다. 그 결과 지바고는 가슴통증으로 인해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져 사망한다. 요약하면 협심증 환자는 감정적으로 흥분하거나, 추운 날씨에 가벼운 옷차림으로 잠깐이라도 외출하거나, 평소에 안 하던 무리한 운동을 갑자기 해서는 절대 안 된다.
급성 심근경색이 무서운 이유는 환자의 약 50%에서는 이전에 아무 증상도 없었던 건강한 사람들이었기에 미리 예측을 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심지어 최근에 받은 건강검진에서 운동부하 검사나 핵의학 촬영 검사 등에서 이상이 없다는 판정을 받은 경우도 있다. 그 이유는 급성 심근경색이 혈관내경이 좁아진 부위가 심하지 않은 곳에서도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렇게 위험한 질환이기도 하지만 최근 발표된 메타분석(과거에 발표된 연구들을 일정한 기준에 따라 체계적으로 분석하여 결과를 도출하는 방법)에 의하면 세계적으로 60세 이하 인구의 3.8%에서 발생하고, 60세 이상은 9.5%에서 심근경색을 앓고 있다고 한다. 또 매년 300만명 이상의 신규환자가 발생하며 이 중 백만 명이 미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결코 드물지 않은 질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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