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한가운데 던져진 질문…가상인가 현실인가
‘ART FEAR SEOUL’
日 컨템퍼러리 작가 5人
혼란스런 일상 속 의문 고찰
일본의 젊은 스트리트 아티스트 마사토 야마구치 작가는 ‘트랜스-리얼리티’라는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주제로 셀카를 찍는, 귀엽고 앙증 맞으면서도 쿨하고 시크한 이중적인 캐릭터의 모습을 그려 현실이 무엇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한다.
사람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신의 일상을 전시하고 메신저를 통해 오가는 텍스트에 울고 웃으며, 때로는 인공지능(AI)으로 만든 가상인간 아이돌에 열광하기도 한다. 야마구치 작가의 이야기는 이처럼 ‘인터넷이 일상 깊이 뿌리내린 현대인들에게는 가상공간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당장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보다 더욱 현실에 가까울 수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된다.
야마구치 작가를 비롯한 일본의 젊은 현대미술 작가 5인의 작품이 한국을 찾았다. SH갤러리 서울은 이달 7일부터 29일까지 일본 컨템퍼러리(동시대) 작가 그룹전 ‘아트피어(ART FEAR) 서울’을 선보인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올해 6월 문을 연 SH갤러리 서울은 지난 2015년 일본 도쿄 긴자에서 출발해 2021년 도쿄 하라주쿠로 옮긴 SH갤러리 도쿄의 한국 지사다. 이번 전시에는 SH갤러리 서울 전관 2개층에 걸쳐 총 40여 점이 전시됐다.
박선혜 SH갤러리 대표는 “아트피어는 작가들끼리 뭉쳐 오롯이 작품에 집중해 재밌고 자유롭게 표현해보자는 취지에서 출발한 젊은 작가 그룹으로, 일본과 한국은 물론 세계 곳곳을 다니며 작품을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룹 아트피어의 작가들은 하나같이 길거리 문화에서 출발했다. 1990년대 도쿄의 음악과 패션, 디자인에 영향을 받았다. 도심 한가운데, 혼란스러운 일상 속에서 다가오는 감정과 스쳐가는 생각을 포착해 저마다의 언어로 풀어낸다. 이들의 속삭임을 따라가다 보면 서울과 같은 대도시를 채우는 복잡한 감정들을 마주하게 된다. 때로는 무섭고 때로는 유쾌하다.
후키 커미티 작가는 도쿄 거리의 지저분한 벽에 스티커로 제작한 자신의 그림을 붙이고 다니며 이름을 알렸다. 범죄에 호소하는 소녀의 시선, 반항아의 삐딱한 모습을 만화 캐릭터로 나타내 일본사회의 형식적인 질서에 의문을 던진다.
브루모리 작가 역시 자신을 브루모리(햄스터)라는 매우 연약한 존재로 타자화해 화폭에 등장시킨다. 눈동자가 없는 까만 모습의 그는 시간이 멈춘 듯한 어두운 방 구석에 쭈구려 앉아 있기도 하고, 피눈물을 흘리는 구름 아래 광야를 걷기도 하며 피 묻은 손 위에 위태롭게 앉아 있기도 한다. 약자가 갖는 원망·질투 등 패배주의적 사고나 가학심 같은 인간의 부정적인 감정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룹의 막내인 일본 오사카 태생의 2001년생 타쿠무 작가는 현재와 과거의 시간을 오가며 자신이 마주한 상황이나 동경의 대상 등을 조각 조각 잘라내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팝아트로 풀어낸다. 이번 서울 전시에서 선보인 작품들은 한국의 가수, 아티스트 등 유명인사를 모티브로 작업했다. 등장인물이 정확히 누구인지는 설명하지 않지만 알아볼 만한 사람에게는 공감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인물이 풍기는 멋에 흥미를 느끼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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