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난 대기업 내부거래와 늘어날 깜깜이 내부거래 [마켓톡톡]
재벌 승계서 빠지지 않는 내부거래
2년 전부터 다시 늘어나기 시작
총수 일가 지분과 ‘양’의 관계
내년 1월 공시 규정 완화 예정
깜깜이 내부거래 증가할 전망
대기업들의 내부거래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 총수 일가 지분율이 높을수록 내부거래 비중이 커지는 경향도 그대로다. 내부거래는 재벌 승계 과정에서 단골로 등장하고, 다른 기업들의 경쟁을 저해하며, 소액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한다. 기업 내부거래의 장단점을 알아봤다.
지난해 공시대상집단기업 82곳의 내부거래 금액이 국내 계열사간 275조1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57조1000억원 증가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올해 처음으로 분석한 국외 계열사와의 내부거래 금액은 477조3000억원이었다.
82개 공시대상기업집단의 국내외 계열사간 전체 내부거래 비중은 33.4%에 달한다. 국내 계열사간 내부거래의 90.8%는 거래 대상을 임의로 선정한 수의계약이었다.
총수가 있는 상위 10대 기업집단의 지난해 국내 계열사간 내부거래 금액은 1년 전보다 40조5000억원 증가한 196조4000억원으로 최근 5년 동안 가장 많았다. 내부거래 금액은 SK가 지난해보다 두배 이상 늘어난 57조70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현대차가 54조7000억원, 삼성이 34조9000억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총수 일가, 총수 2세의 지분율이 높을수록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경향도 지속되고 있다. 총수 일가 지분율이 100%인 기업들의 내부거래 비중은 27.7%였다. 총수 일가 지분율이 50% 이상이면 18.8%, 지분율이 30% 이상이면 12.6%, 지분율 20% 이상은 11.7%였다.
공정위는 "내부거래가 많다는 것만으로 부당 내부거래의 소지가 높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총수 일가 지분율과 내부거래 비중간 양(+)의 상관관계가 지속되고, 수의계약 비중이 큰 점을 고려하면 부당 내부거래를 모니터링할 필요성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기업들의 내부거래는 수직계열화를 통한 효율성, 영업비밀의 보호, 규모의 경제라는 장점이 존재한다. 한국 재벌의 시작이 정부 주도의 수출산업 장려책이었듯, 내부거래는 과거에 이런 기업집단들의 고도성장에 도움을 줬다. 하지만 그로 인해 경제력 집중과 경쟁 저하라는 문제가 발생한 건 사실이다.
내부거래의 부작용은 크게 세가지다. 첫째, 지배주주의 사익 추구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 재벌 승계 과정에는 특정 계열사의 가치를 조정하기 위한 내부거래 문제가 항상 붙어 다녔다. 둘째, 시장 경쟁을 훼손한다. 기업이 수의계약으로 계열사에 계약을 밀어주면, 경쟁관계인 다른 기업들이 피해를 보고, 사회 전체의 경제적 이익이 줄어든다.
셋째, 지배주주 외 소액주주의 이익을 침해한다. 지배주주의 이익을 위해서 희생되는 계열사가 상장사일 경우 피해는 더 크다. 지난해 상장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35.5%로 비상장사보다 5.6%포인트 높았다.
대기업의 내부거래는 중소기업에 직접적인 피해를 준다. 2017년 질서경제저널에 게재된 '대기업의 내부거래가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논문은 "대기업 내부거래 비중이 10% 증가하면, 제조 중소기업 사업체는 63개, 종사자는 2만5738명 감소했다"고 주장했다.
내부거래를 규제하는 건 쉽지 않다. 회사 내부 정보에 접근해야 하는 등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가 내년 1월부터 내부거래 공시 대상이 되는 기준금액을 5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적지 않아 우려스럽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은 지난 5월 국무회의를 통과했고, 내년 1월 시행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100억원 이하의 내부거래는 이사회 의결 및 공시 대상에서 제외된다. 깜깜이 내부거래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거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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