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간에 개발권 넘긴 공공주택, 분양가 상승·특혜 없어야
국토교통부가 12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혁신 및 건설 카르텔 혁파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4월 발생한 인천 LH 검단 아파트의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의 후속 조치다. 공공주택 시장에서 LH의 독점을 깨고, 입찰 및 설계·감리 등의 과정에서 LH 전관의 영향력을 차단하는 것이 골자다. 국토부는 이를 위해 민간건설사도 공공주택 사업을 단독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 그동안 LH가 갖고 있던 설계·시공·감리업체의 선정 권한은 다른 곳으로 넘긴다. 설계와 시공업체는 조달청이, 감리업체는 국토안전관리원이 정하도록 했다. LH가 설계하는 아파트의 도면을 공개하고, 철근·배근 누락 등 주요 안전항목을 위반한 업체는 LH 사업 수주를 제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 도입하기로 했다.
국토부 조사 결과 검단 아파트의 철근 누락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LH 발주 아파트를 전수 조사했더니 91개 단지 중 15개 단지에서 철근 누락이 드러났다. 이들 단지의 시공·설계·감리는 LH 퇴직자들이 도맡고 있었다. 건설 현장에서는 “LH사업은 LH사업을 해 본 사람만 할 수 있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돈다. LH 아파트 사업의 안전성 문제가 불거지고 부패 사슬이 확인된 이상, 정부가 LH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감리 용역에서 퇴직자들의 영향력을 배제하기로 한 것은 당연하다. 주요 공정에 현장 점검을 강화하고 골재 이력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한 것도 공사 현장의 안전 수준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안전성 강화를 위해 도입한 검증 체계와 각종 규제가 LH 아파트의 분양가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안전 점검은 꼼꼼하게 하면서도,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하고 공사 기간이 길어지지 않도록 구체적인 현장 매뉴얼이 필요하다.
민간건설사에 공공주택 건설을 허용한 것은 득실과 실효성을 따져봐야 한다. 민간과의 경쟁으로 LH의 개혁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공공주택 사업은 이익을 남기지 않고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보장하는 것이 1차 목표다. 수익이 박한데 사업에 참여하겠다는 업체가 있을지 의문이다. 반대로 기업에 수익을 보장하면 특혜 시비가 일고 집값 상승 등의 부작용이 뒤따른다. LH의 비리는 뿌리 뽑아야 하고, LH 임직원들의 사익 추구도 막아야 한다. 엄청난 인명피해를 초래할 수도 있는 부실 공사를 막기 위해 LH 전·현직의 카르텔을 혁파해야 한다. 그러나 LH의 존립 근거인 공공주택 개발 사업을 민간에 넘기는 일은 신중해야 한다. 서민들의 주거 복지가 후퇴하고 주택 사업의 공공성 훼손이 불가피하다. 빈대는 잡아야 하지만 그렇다고 초가삼간을 태울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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