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예견된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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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약했다.
올해 초 윤석열 대통령이 선거제 개편을 꺼냈을 때 '진짜 되려나?'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결국 제22대 총선 예비후보등록을 시작한 12일에도 선거제 개편은 물론이고 선거구 획정도 못했다.
선거제 개편은 선거구 획정처럼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정치개혁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더 중요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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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도 회의론자들은 있었으나 정치개혁에 진심이었던 이들은 희망을 심어줬다. 국회 상임위와 의원 모임에서 진정성 있는 논의가 이뤄지기도 했다. 정치권과 언론의 관심이 쏠린 지금이야말로 국회의원의 대표성과 비례성을 높일 적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마음 한편에 자리 잡은 걱정은 점점 자라더니 현실이 됐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논의는 산으로 갔다. 결국 제22대 총선 예비후보등록을 시작한 12일에도 선거제 개편은 물론이고 선거구 획정도 못했다.
누군가는 말한다. 언제나 그래왔으니 큰 문제는 아니라고. 이러나 저러나 선거는 치르게 돼있다고. 기득권의 언어다.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면 피해를 보는 건 인지도가 낮은 원외 정치신인이다. 특히 통폐합이 논의되는 선거구의 예비후보들은 정확히 어디에서 선거운동을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마음을 졸인다. 유권자의 혼란이야 말할 것도 없다.
공직선거법은 국회가 총선 13개월 전까지 선거구 획정안을 제출하고, 총선 1년 전까지 선거제를 개정하라고 명시한다. 마감시간을 지키지 못한 기자가 질타를 받듯이 이유야 어찌 됐든 국회도 무책임한 지각쟁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매번 국회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선거제 개편은 선거구 획정처럼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정치개혁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더 중요한 문제다. 입장 정리를 차일피일 미뤄온 더불어민주당도 지탄받아 마땅하지만 후퇴안을 내놓은 국민의힘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책임여당이 국민들의 정치혐오에 기대 의원정수 축소를 꺼낸 것은 실망스럽다. 어떻게 국회의원의 대표성과 비례성을 강화할 것인가 하는 고민은 인기영합성 주장에 묻혀버렸다.
병립형 비례대표제로의 회귀도 아쉽다. 위성정당을 근본적으로 차단하지 못하는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는 분명 문제다. 그러나 심도 있는 논의 없이 차악을 선택한 건 실망스럽다.
미약한 끝은 예견된 일이었다.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버리는 것이 차라리 현명했다. 선수가 경기 룰을 만드는 건 애초에 부적절하기 때문이다. 선거제 개편 권한을 국회의원이 아닌 전문성을 갖춘 중립적 기구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을 새겨들어야 한다.
stand@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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