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포럼] 학문이 현실과 조응할 때
반면 비스마르크 재상이 나타나 1871년 독일제국으로 통일을 이루기 전까지 프로이센과 그 인근의 안보와 정치는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그래서 프리드리히 리스트를 비롯한 독일의 역사학파는 영국의 특수상황을 설명하는 고전학파 경제학이 아닌 독일에 적합한 정책들을 주장한다. 보호무역이 그중 하나이다. 또한 안정된 국가의 출현을 염원하며 초계급적 국가가 나서서 경제적 불평등, 실업, 질병, 노후 등의 불행을 해결하는 경제를 구상한다. 예를 들어 사유재산권의 불완전성을 조세로 극복하려는 생각, 사회보험으로 실업·질병·노후 등의 불행을 해결하려는 생각, 노동은 인격과 분리될 수 없고 저축할 수도 없으니 국가가 노동조합을 도와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이때 나오게 된다.
박정희 정부의 산업화 과정이나 일본의 메이지 유신 등 세계 후발 자본주의 국가들이 부국강병이라는 생태계를 정부가 적극적으로 형성한 것과 맥락을 같이하는 것이 독일의 역사학파이다.
1871년쯤에는 카를 멩거를 중심으로 한 오스트리아 학파가 나타나는데 국가보다도 개인과 자유에 방점을 둔다. 특히 미제스와 하이에크는 마르크시즘, 파시즘, 볼셰비키즘과 같은 전체주의에 시달리면서도 인간의 자유를 수호하려 했던 지성들이었다. 이들의 생각은 1980년대 미국 레이건 행정부가 정부 간섭을 줄이고 자유시장을 강화하려 했던 정책이나 두발자유화, 교복자유화, 연좌제 폐지, 통행금지 해제, 최저임금제 시행 등으로 한국 경제에 자유와 저임금 해소를 도입했던 전두환 정부의 정책과 맥락을 같이한다. 1980년대는 영국이나 일본 등 세계 주요국들이 작은 정부를 실행에 옮겼던 시대이기도 하다. 정부가 스스로 그 크기를 줄이려고 했던 사례는 그 이후 선진국에서도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미제스는 인간은 모든 목적을 즉시 달성할 수 없기 때문에 행동하는 것이고, 생산과정은 시간 속에 불확실하다는 점을 강조해 인간이 불확실성 속에 던져진 가여운 존재임을 시사했다. 슘페터는 체제가 불완전하기 때문에 이윤이 발생할 수 있고, 기업가는 독창성이 아닌 권위·의지·행동으로 기업을 이끈다고 표현했다. 미제스의 인간에 대한 생각이 슘페터의 기업가에서 구체화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런 반면 인간은 본질에 대한 인식 능력은 없다면서 정부의 불필요한 개입이나 혁명적 변혁에 반대했다. 특히 하이에크는 사회주의는 물론 케인스의 거시경제정책도 전체주의로 변질될 위험이 있다면서 비판했다. 근본적 경제개혁은 미뤄두고 유동성 풀기를 남발하면서, 일반균형 모델로 모두 확인했다는 자기확신에서 나오는 통화 재정만능주의의 만연함을 경고했다고 볼 수 있다. 2022년 가시화된 주요국들의 인플레이션과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금융위기는 하이에크가 보기에는 유동성 과잉 문제였다. 경제정책이 정치논리에 휘둘릴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오스트리아 학파의 인식 수준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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