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하고 진실되게"…'노량: 죽음의 바다' 시리즈물의 미덕 [종합]
"100분 해전, 난전 속 이순신 장군 보여주고파"
김윤석 "이순신 장군 연기, 잘 해봤자 본전"
김한민 감독의 10년 대장정,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의 대미를 장식할 '노량: 죽음의 바다'(이하 '노량')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영화 '노량'은 임진왜란 7년의 종전을 알리는 노량해전을 그린다. 1598년 12월, 왜군의 수장이던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갑작스럽게 사망한 후 왜군은 전쟁의 패배를 인정하고 퇴각하고자 하지만 수군삼도통제사 이순신이 버티고 있어 움직일 수 없었다. 이순신 장군은 왜군을 완벽히 섬멸하는 것이 이 전쟁을 올바르게 끝내는 것이라 생각하고 최후의 전투를 벌인다.
'명량'을 기획할 당시만 하더라도 이 프로젝트는 실질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는 업계의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성웅 이순신을 주인공으로 세계 해전 역사상 손에 꼽히는 전투를 스크린에 옮기는 것에 대해 실현 가능성과 불가능성의 의견이 분분했다.
하지만 스타트를 끊은 '명량'(2014)이 누적 관객 수 1761만명을 기록하며 역대 한국 영화 흥행 1위에 오르고, 2022년 개봉한 '한산: 용의 출현'(이하 '한산')이 726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마지막 3부작 '노량'이 관객에게 선을 보이게 됐다. 이로써 김 감독은 한국 영화 역사상 처음으로 하나의 시리즈, 세 명의 캐스팅이라는 획기적인 기획을 실현해냈다.
12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에서 열린 '노량' 언론시사회에서 김한민 감독은 '이순신 3부작'을 10년간에 걸쳐 마무리하게 된 소감에 대해 "소회가 굉장히 남다르다. '노량'을 만들 수 있을까 싶었는데 이런 순간이 오긴 오는구나"라며 말문을 열었다.
'노량'에서 많은 이들이 기대하는 장면은 3국의 등장으로 더욱 커진 스케일과 최후의 전투를 통해 남긴 이순신 장군의 유지다. 조선, 왜, 명나라가 합류해 총 1000여 척이 싸운 역사적 해전을 바탕으로 영화적 상상력이 가미돼 그동안 보지 못했던 해상전투극이 스크린에 펼쳐진다.
김 감독은 "노량은 역사에서도 가장 큰 전투로 기록된다. 그만큼 치열하고 난전이다. 단순 스케일을 키운 전쟁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전장의 중심에 있는 이순신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100분가량의 해전을 롱테이크로 찍어 3국 병사들의 난전과 아비규환 속 이순신을 잘 보여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명량'에선 최민식, '한산' 박해일에 이어 '노량'에선 배우 김윤석이 마지막 전투를 준비하는 이순신 장군 역할을 맡아 압도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그는 좁고 깊은 노량 해협에서 마지막 전투를 준비하는 '현장'의 모습을 선보여 관객들에게 성웅 이순신의 마지막 모습을 그렸다.
김윤석은 "너무 부담스러우면서도 영광스러운 역할"이라면서 "세 작품 중 하나를 하라고 한다면 '노량'을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순신 장군의 7년 전쟁의 모든 것이 들어갔다. 이순신 장군이 이 전쟁을 어떻게 끝냈고, 그다음 어떠한 영향력으로 후손들에게 정신을 물려줬는지 생각했다"며 "다시 이 땅을 노릴 수 없게 하겠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연기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다. 제 몸을 빌려 어떻게 구현해내는지가 제일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모두가 그만하자고 하는데 이순신 장군의 생각은 무엇이었을까 고민했는데 그 부분이 힘들었지만 벅찬 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김윤석은 어린 시절 '성웅 이순신'을 봤다면서 "당시 엄청나게 울었다. 이순신 장군 연기는 잘 해봤자 본전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내려놓고 또 내려놨다. 기를 쓰고 잘 해야지나 엄청난 열정의 에너지를 쏟으며 다가가서는 안 됐다. '명량'과 '한산'의 이순신을 가슴에 담고 연기했다"고 강조했다.
백윤식은 악명 높은 살마군을 이끄는 왜군 최고 지휘관 시마즈 역을 맡아 관록의 연기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떨쳤다. 그는 "시나리오를 봤을 때는 분량이 얼마 안 되는 것 같았는데 제작사를 통해 외국어 선생님과 공부하는데 그때부터 보통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배우는 표현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박명훈과 감정선을 이어가야 하는데 워낙 열심히 공부했기 때문에 소통이 잘 됐다. 김 감독께 시마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정공법으로 정석으로 연기를 풀었다"고 말했다.
명나라 수군 도독 진린 역 정재영, 명나라 수군 부도독 등자룡 역의 허준호, 항왜 군사 준사 역 김성규, 고니시의 오른팔 아리마 역의 이규형, 왜군 선봉장 고니시 역에 이무생이 출연했다. 또 이순신의 든든한 심복 송희립 역에 최덕문, 이순신 장군의 장남 이회 역에 안보현, 왜군 장군 모리아츠 역에 박명훈, 경상좌수사 이운룡 역에 박훈, 이순신 장군 아내 방씨 부인 역에 문정희가 진정성 넘치는 연기로 각자의 몫을 해냈다.
허준호는 "정재영과 작품을 많이 해서 친하고 사담을 나눌 정도의 사이인데 촬영장에선 절 싫어하는 줄 알았다"며 "대사를 보느라 밥 먹는 시간 외엔 대화도 하지 않을 정도로 치열하게 했다"고 말했다.
안보현은 "이순신 장군보다는 아버지를 보는 심정으로 고민하고 연기했다"며 "아픔과 외로움이 있는 아버지 곁을 지키는 든든한 장남이었으면 좋겠다고 감독이 말해줘서 그걸 신경 썼다"고 했다. 부자 연기를 한 김윤석에 대해 "영광이고 감개무량했다"며 "인생에 쉽게 오지 않을 날이라고 생각한다"고 존경심을 드러냈다.
김 감독은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과 유언인 '나의 죽음을 적들에게 알리지 마라'를 담백하게 그린 것에 대해 "솔직하고 진실하게 담아내고자 했다. 오버스럽지 않아 담백하게 보일 수 있지만 큰 오열이 있으면 안 될 전장에서 그렇게 표현되는 것이 진정성 있다고 생각했다"고 의도를 밝혔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그 장면을 보면 운다. 왜 그렇게 슬픈지 모르겠다"며 "그 유언에서 '노량'의 정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감독은 "'명량'은 세월호 참사 때, '한산'과 '노량'은 코로나라는 재앙이 있었다"며 "한국 영화의 위기가 왔으나 이순신 장군과 극장에서 잘 이겨내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노량: 죽음의 바다'는 오는 20일 개봉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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