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제원 ‘총선 불출마 선언’에 김기현 장고… 대표직 사퇴 관측

장제원, ‘총선 불출마 선언’
“나를 밟고 총선 승리하라”
시선은 ‘김장 연대’ 김기현으로… 대표직 사퇴냐 불출마냐

‘친윤(親尹) 핵심’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22대 총선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국민의힘 중진 중 첫 공식 불출마 선언이다. 전날(11일) 공식 종료된 혁신위의 ‘지도부·친윤·중진 희생’ 요구를 가장 먼저 수용한 것이다. 이에 당내 주류의 희생이 연속적으로 이어질지 여부에 관심이 모이는 가운데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일정을 취소하고 장고에 들어갔다.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대표직 사퇴를 두고 고심 중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내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기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장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운명이라 생각한다”며 “22대 국회의원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역사의 뒤편에서 국민의힘의 총선 승리를 응원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의 성공보다 절박한 것이 어디 있겠느냐”며 “총선 승리가 윤석열 정부 성공의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했다.

앞서 인요한 혁신위가 지난 11월 ‘지도부·친윤·중진 불출마 혹은 험지 출마’를 요구하며 당내에서 ‘주류 희생’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다. 이런 상황 속에서 장 의원이 가장 먼저 ‘불출마’ 신호탄을 쏘아 올린 만큼 당 지도부와 친윤, 영남 중진들의 거취가 주목되고 있다.

특히 김기현 대표가 어떤 선택을 할지에 대한 관심이 몰린다. 김 대표는 올해 3월 전당대회 당시 장 의원과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를 형성하며 승리했다. 이에 김장 연대의 한 축인 장 의원이 먼저 불출마 결단을 내리며 김 대표가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게 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김 대표는 내년 총선 불출마와 대표직 사퇴를 두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서는 김 대표가 지역구 불출마 선언을 하되, 대표직을 유지하는 방안과 대표직을 사퇴하고 지역구에 출마하는 선택지를 두고 고민 중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여당의 한 의원은 “김 대표가 지역구 불출마를 하되, 당 대표직은 유지하겠다는 식으로 가려는 생각도 하고 있다고 했는데 그렇게 하면 둘 다 잃는다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김 대표의 결단 시점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의 순방 귀국 전에 할지, 아니면 귀국 후에 윤 대통령을 만난 뒤에 당대표직을 사퇴할지 고민 중이라고 한다”고 했다.

김 대표가 불출마를 선언하되, 대표직을 유지한다면 김 대표가 공천관리위원장을 임명하며 내년 총선까지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다. 반면, 김 대표가 대표직을 사퇴한다면 윤재옥 원내대표가 당대표를 대행하는 체제로 가거나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질 수 있다. 다만 비상대책위원장은 지역구 선거에 집중하기 어려워 총선을 앞둔 상태에서는 구성될 가능성은 낮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앞서 국민의힘은 이달 중순에 공관위를 출범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뉴스1

김 대표는 이날 예정돼 있던 구룡마을 연탄 나눔 봉사활동 참석 등 일정을 취소했다. 국민의힘은 또 오는 13일로 예정돼 있던 정책의원총회도 취소했다. 김 대표가 자신의 거취를 두고 숙고에 들어간 가운데 결단이 곧 나올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장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자 당내에서는 김 대표의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김 대표의 희생과 헌신이 불출마나 험지 출마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대표직을 내려놓은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김태흠 충남도지사도 “국민의힘이 혁신하고 국민께 신뢰를 되찾는 길은 김기현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무한 책임을 지는 것부터 시작돼야 한다”며 “사즉생은 당 구성원 전체에게 요구할 것이 아니라 대표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당 안팎에서는 장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당내 주류 의원들의 희생 선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당내에서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 계속 있었으니 그 변화가 나올 것”이라며 “장 의원이 정말 힘든 결정을 했고, 김 대표도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했으니 움직임이 이제 가시화될 것”이라고 했다.

장 소장은 다른 주류 의원들의 희생 후속 선언 가능성에 대해 “당연히 영향을 줄 것”이라며 “장 의원도 저렇게까지 하는데 다른 사람들도 결국 가만히 있기가 어려워졌다”고 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추후 다른 주류 의원들에게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 내다보며 “장 의원이 타이밍을 잘 잡아서 선수를 잘 쳤다”며 “다른 사람들도 결단을 내려야겠다는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