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부회장제 손보나… 이복현 "폐쇄적 시스템 정비해야"
금융지주, 사외이사 지원조직 강화.. 특정 직군·성별 쏠림 완화 등 과제
연말 지주 인사를 앞두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부회장제도 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고 언급하면서 부회장제를 운영하고 있는 KB와 하나금융그룹의 선택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날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지주에서는 금감원의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바탕으로 각 사 상황에 맞는 로드맵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당국이 일방적으로 정한 것이 아니라 협의해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180도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며 "사외이사 지원조직과 CEO 경영승계절차 전반에 걸쳐 보완할 사항이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금융지주 관계자는 "사외이사 후보군을 학계 외 실무 경험이 있는 후보들로 하는 것은 애로가 있을 수 있다"라고 봤다.
금감원에 따르면 은행권 사외이사 직군은 △학계 37% △금융계 22% △관료 12% △비금융계 11%로 학계에 편중돼 있다. 전문분야도 금융·경제·경영에 61.8%가 쏠려 있고, 전체 이사 중 남성 이사가 88%에 달한다.
이날 발표가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금융지주보다 지방지주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 대형 금융지주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이사회 정비가 덜 돼있는 지방금융지주 어깨가 무거워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3대 지방지주(BNK·DGB·JB) 올해 상반기보고서를 살펴보면 DGB는 이사회 보좌와 사외이사 지원부서 역할을 수행하는 이사회 사무국을 운영하고 있다. 사무국은 국장 한 명을 비롯해 총 세 명으로 구성돼 있다. JB금융지주도 부장과 차장, 과장 각 한명으로 구성된 이사회 사무국을 갖고 있다. 반면 BNK의 경우 그룹경영전략 부문 전략기획부 부장 1명과 부원 2명이 이사회 운영 지원과 CEO 경영승계 업무, 사외이사 지원 업무를 모두 담당하고 있다.
최근 CEO 승계절차를 마친 KB금융지주와 내년 하반기 본격적 승계절차가 예정된 하나금융지주가 현재 부회장제를 운영하고 있다. KB는 이르면 오는 14일, 하나금융도 이달 내 금융지주 계열사 대표 및 임원 인사를 앞두고 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부회장 제도는 사실상 회장 후계 때문에 운영된다"며 "제도를 갖고 있는 지주들에서 유지할지 말지 고민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부회장직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금융지주에서 부문장 제도 등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면서 "이런 제도로도 충분히 차기 CEO 후보군에 대해 경영승계 수업이나 양성과정을 진행할 수 있다"고 봤다.
당장 내년 2월말 회장 후보자 선출을 앞두고 있는 DGB 금융지주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김태오 DGB금융지주 현 회장이 연령 제한으로 3연임이 불가능한 가운데 황병우 대구은행장을 비롯해 전직 행장들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 원장은 "(외부 출신이) 현 행장이라든지 상대적으로 유리한 지위에 있는 사람의 들러리를 서는 형태로 선임절차가 진행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을 DGB에서 잘 이해하고 있다"며 "사외 인사 물색이라든지 향후 절차에 이를 충분히 반영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DGB 금융지주는 내년 1월초까지 롱리스트를 만들고, 2월 초 숏리스트를 추려 2월 안에는 최종 후보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권흥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감원이 모범사례를 제시하는 것만으로 지주와 은행들이 스스로 점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각 이사회가 CEO 승계계획을 짜는 데 있어서 조금 더 책임감 있게 임할 수 있다. CEO가 어떻게 선임되고 충분한 경험을 갖고 있는지, 어떤 전략방향을 갖고 있는지 투명하게 공개돼 기존 문제가 보완되는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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