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설자리 사라지는 K-OTT, 통합 플랫폼으로 도약해야

박소희 2023. 12. 12.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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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스트리밍 시장은 사업자들 간의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각자의 개성을 가진 콘텐츠들이 모두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있다."

강동한 넷플릭스 한국콘텐츠총괄은 최근 열린 '국제 OTT 포럼'에서 이같이 말하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을 사업자 간 독과점이 아닌 상생 가능한 시장이라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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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아이뉴스24 박소희 기자] "OTT 스트리밍 시장은 사업자들 간의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각자의 개성을 가진 콘텐츠들이 모두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있다."

강동한 넷플릭스 한국콘텐츠총괄은 최근 열린 '국제 OTT 포럼'에서 이같이 말하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을 사업자 간 독과점이 아닌 상생 가능한 시장이라고 바라봤다.

하지만 우리나라 토종 OTT들이 맞닥뜨린 현실은 잔인하다. OTT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다다른 만큼 가입자 증가 추이는 더뎌지는데 양질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투자 비용 부담은 계속해서 커지는 탓이다. 한 국내 OTT 관계자는 "시장 독점적 지배자가 독점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짚었다.

또 같은 자리에서 국무총리 산하 미디어·콘텐츠산업융합발전위원회(융발위) 위원인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교수는 넷플릭스와 웨이브의 제작비 차이가 77배 수준에 달한다고 언급했다.

전 세계 약 2억3000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넷플릭스와, 국내 가입자 300만 명(추산)을 가진 웨이브가 500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콘텐츠를 제작한다고 가정하면 구독자 1인당 제작비는 각각 217원, 1만6667원이 된다는 것이다.

콘텐츠 개발을 위해 같은 수준의 자본을 투입해도 원금 회수조차 어렵다. 이에 국내외 견고한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글로벌 공룡' 넷플릭스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통합된 국내 OTT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나오는 상황이다.

이같은 해결 방안은 티빙·웨이브 합병이 본격화되며 현실화되고 있다. 최근 티빙 모회사 CJ ENM과 웨이브의 모회사 SK스퀘어는 합병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모바일인덱스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넷플릭스는 1141만명의 MAU를 기록하며 독주했고, 그 뒤를 쿠팡플레이(508만명)가 이었다. 티빙과 웨이브는 각각 494만명, 399만명을 차지하며 각각 3·4위를 기록, 합병이 최종 성사될 시 합산 893만명에 달하는 대형 OTT가 탄생한다.

티빙과 웨이브는 최근 독자적인 생존 전략을 계속해서 구축해 온 만큼, 양사 비즈니스모델(BM)이 합쳐졌을 경우 시너지도 기대할 만하다.

티빙은 이달부터 구독료 인상뿐 아니라, 국내 업계 최초로 광고형 스트리밍 요금제를 적용하며 이용자 선택을 늘렸다. 앞서 광고요금제를 도입한 글로벌 OTT 넷플릭스와 달리, 기존 제공하던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해 차별점을 뒀다.

이에 더해 웨이브 역시 최근 부진했던 실적을 개선하기 위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전략을 적극 강화하는 추세다. '요즘 넷플 말고 뭐봄?', '요즘은 웨이브 봄'이라는 캠페인을 전개하며 일명 '넷옆웨(넷플릭스 옆 웨이브)' 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면서다.

복잡한 지분구조 정리, 웨이브의 20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부담과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심사 등은 까다로운 과제로 남은 것이 사실이다. 다만 공정위 심사의 경우 OTT 사업자는 부가사업자로 분류, 시장점유율이 30%에 달하더라도 독점적 위치에 놓여 있다고 간주하긴 어려워 무난하게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는 게 업계 다수 의견이다.

물론 무리한 인수합병은 기업 전체의 존립을 위험케 할 수 있다. 하지만 티빙은 근 3년간 61억원, 762억원, 119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웨이브 역시 169억원, 558억원, 1216억원의 적자를 봤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상황에서 '토종 공룡 OTT'의 탄생을 기대한다.

/박소희 기자(cowh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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