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자위대 내 성폭력 폭로한 전직 여성대원, 승소…"피해자들 용기 갖길"

가해자 3명 각각 징역 2년·집행유예 4년 선고 받아
고노이 "이 판결이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용기 되기를"

8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전직 자위관이 고노이 리나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동일본대지진 당시 재해민을 돕는 자위대원을 동경해 꿈을 이뤘지만 조직 내에서 성적으로 학대당했다. 그는 유튜브를 통해 직접 자신이 겪은 일을 폭로하고 법적 대응에 나섰다. 2023.12.08/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일본 재판부가 육상자위대 소속 여성 자위관을 강제추행한 전직 자위관 3명에 대해 12일 유죄를 선고했다. 외신들은 성폭력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여전히 금기시되는 보수적인 일본 사회에서는 이례적인 일이라며 일제히 보도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가해자인 전직 자위대원 시부타니 슈타로(31)·세키네 아키토(29)·기메자와 유스케(29) 등 총 3명의 피고인은 지난 2021년 8월 홋카이도 소재 육상자위대 격투기 연습장에서 격투기 도중 피해자의 신체를 강압적으로 누르고 신체 접촉을 한 혐의를 받는다.

후쿠시마 지방법원은 피고인들에게 각각 징역 2년과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22년, 자위대를 떠난 고노이가 직접 인터넷에 피해 사실을 실명 고발하는 영상을 올리면서야 비로소 공론화됐다.

당초 사건을 불기소 처리했던 검찰은 검찰심사회에서 불기소부당 결의를 받고 나서야 올해 3월 강제추행죄로 피고인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피고인 3명은 신체 접촉은 없었다며 기소 내용 중 일부를 부인했다. 이들은 "기술을 걸도록 지시했지만 아무도 하지 않아서 웃음을 유도하려고 허리를 흔들어 보인 것"이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가해자들은 고노이에게 직접 사죄했지만 이후 공판에서 방위성으로부터 "도게자(바짝 엎드려 머리를 땅에 대고 사과하는 자세)하라"는 지시를 받아서 한, 자신의 의사에 반하는 사죄였다고 설명했다.

고노이는 지난 10월 구형 공판 중 피해자 의견 진술에서 "나와 같은 꿈과 희망을 가진 사람들이 같은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엄하고 올바른 판결을 진심으로 바란다"고 유죄 판결을 요청했다.

BBC는 "일본은 성폭력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여전히 금기시되는 매우 보수적인 사회"라며 "이번 판결은 일본이 지난 6월, 법적으로 강간의 의미를 재정의하고 의제강간 연령을 상향시키는 등 성범죄법을 개편한 이후 처음 열린 성폭행 관련 주요 판결"이라고 논평했다.

고노이는 이날 가해자들의 유죄가 인정된 후 법정 밖에서 "오늘 판결은 그들이 한 일이 범죄였다는 것을 입증한다. 따라서 나는 그들이 이를 직시하고 그들의 행동을 반성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이 판결이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용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고노이의 용기는 세계적인 인정을 받고 있다. 타임지는 그를 '떠오르는 세계 지도자 100인'에 선정했으며 BBC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에 포함시켰다.

고노이의 싸움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이번 형사재판과는 별개로 고노이는 가해자에게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며 일본 정부에도 국가 배상청구 소송을 낸 상태다.

realk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