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래 직접 등판···'역린' 건드린 장남에 경고 메시지

서민우 기자 2023. 12. 12.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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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앤컴퍼니 '형제의 난' 조기 진화 가능성
3년전 마무리한 경영권 승계작업
사모펀드 연합해 '판 흔든다' 판단
8월 '일평균 109배' 대규모 거래
공개매수 공시전 계획유출 가능성
당국 '선행매매 의혹 조사' 변수로
[서울경제]

조양래 한국앤컴퍼니(옛 한국타이어그룹) 명예회장이 12일 형제간 경영권 분쟁에 대한 직접 개입을 선언하자 재계에서는 “나올 게 나왔다”는 반응을 보였다. 조 명예회장은 MBK파트너스 측이 “공개매수 인수 가격을 인상할 경우”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이미 자신이 결정한 후계 구도를 뒤흔드는 현 사태를 가만히 지켜보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셈이기 때문이다.

실제 재계에서는 이번 경영권 분쟁이 조 명예회장의 역린을 건드렸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MBK와 장남인 조 고문과 차녀 조희원 씨의 공개매수 설명서를 보면 공개매수 성공 이후 경영 주도권을 MBK에 넘기는 조항이 다수 포함됐다. 한국앤컴퍼니 인수 이후 이사회를 구성할 때 MBK가 조 고문 측보다 신임 이사를 한 명 더 지명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MBK와 조 고문 측의 계약서를 보면 장남인 조 고문이 아버지가 일궈온 조 씨 가문의 경영권을 사모펀드인 MBK에 떠넘겨주는 격”이라며 “이미 3년 전 자신이 정한 후계 구도까지 뒤흔드는 현 사태를 촉발한 조 고문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도 담긴 것”이라고 해석했다.

조 명예회장의 등판으로 ‘제2차 형제의 난’은 조기에 진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조 회장 측의 한국앤컴퍼니 지분은 42.03%로 우호 지분을 7~8%만 추가 확보하면 조 고문과 MBK 측의 공개매수 사태를 안정적으로 방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종가 기준 1594억 원 정도의 자금이면 된다. 조 명예회장은 자금력도 풍부하다. 그는 2020년 한국앤컴퍼니 보유 지분 전량(23.59%)을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조 회장에 넘겼다. 지난해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지분 5.67%도 조 회장에 전량 증여했다. 두 회사의 매각 대금만 최소 3000억원 이상이다. 경영 일선에 있을 당시 계열사 배당을 통해 확보한 자금까지 더하면 MBK가 이번 공개매수에서 최대 지분(27.32%)을 확보할 때 투입할 자금(5186억 원)을 훨씬 웃돈다.

다만 MBK가 조 명예회장의 경영권 개입 시사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은 점이 변수다. 현재로서는 “공개매수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공개매수 마지막 날인 24일까지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게 투자은행(IB) 업계의 반응이다.

금감원이 진행하고 있는 선행 매매 의혹도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 현재 금융 당국이 한국앤컴퍼니의 공개매수 공시 전 선행 매매 의혹을 살펴보는 가운데 올 8월 중순에도 하루 평균 거래량의 최고 109배에 달하는 거래가 있었던 사실이 서울경제신문 취재 결과 파악됐다. 당시 대형 수주와 신규 투자 유치 등 ‘호재’가 전혀 없어 최근 조사를 받고 있는 선행 매매 의혹과 거래 양태가 비슷하다. 매수 주체를 특정할 수는 없지만 일각에서는 공개매수 계획이 사전에 유출됐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앤컴퍼니는 8월 18일(864만 5118주)과 21일(826만 4084주) 이틀에 걸쳐 총 1690만 9202주가 거래됐다. 이는 올 들어 대량 거래가 터지기 직전 일인 8월 17일까지의 누적 거래(1218만 4388주)보다 많고 지난해 전체 주식 거래(2086만 4178주)의 81%에 달하는 엄청난 거래량이다. 올 들어 7월까지의 일 평균 거래량(7만 9383주)과 비교해도 8월 18일은 109배, 21일은 104배나 많다.

이틀간 한국앤컴퍼니의 거래량이 폭증하면서 1만 1000원대의 박스권에 장기간 갇혀 있던 주가도 꿈틀했다. 8월 18일 장중에는 전 거래일보다 24.77% 오른 1만 4000원, 19일에는 16.61% 상승한 1만 4460원을 찍었다. 이후 한국앤컴퍼니의 주가는 거래량이 점차 줄고 매도세가 몰리면서 1만 원 초반대로 돌아갔다. 당시 이틀간 이뤄진 거래량의 30%만 매집해도 한국앤컴퍼니의 총발행주식의 5.34%에 해당한다. 큰손인 개인이 5% 지분 공시 의무를 피해 여러 계좌로 나눠 매집한 후 조 고문 측 또는 조 회장의 우호 세력으로 남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량 거래가 특정 세력의 지분 매입에 따른 결과였다면 공개매수 기간에 팔아 시세차익을 얻거나 우호 세력으로 남을 수 있다”며 “금융 당국도 선행 매매를 포함해 당시 거래 계좌와 매매 패턴 등에 대한 조사에 들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민우 기자 ingaghi@sedaily.com유창욱 기자 woog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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