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CEO, 후보 관리서 선정까지 문서화
임기 만료 석달전 선임 개시
자격·평가요건도 대외 공개
사외이사 지원 전담조직 설치
직군·성별 다양화해 후보관리
당국"정기검사·경영평가반영"
앞으로 금융지주와 은행은 최고경영자(CEO) 선정 시 후보군 관리·육성과 경영자 최종 선정에 대해 문서로된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최소 임기 만료 3개월 전에 승계 절차를 시작해야 하고, CEO 선정 시 자격·평가 요건을 공개해야 한다.
12일 금융감독원이 '은행지주·은행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을 발표하고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간담회를 했다.
모범관행에는 CEO 선임과 승계 절차, 이사회 구성·운영 등에 대한 내용이 포함됐다. 모범관행은 자율 규제이지만 금융당국은 향후 정기검사 등에서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경영평가에 반영해 실효성을 높일 계획이다. 금감원이 모범관행을 마련한 것은 자격을 갖추지 못한 인물이 갑자기 부상하며 CEO 자리를 꿰차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금융지주·은행의 폐쇄적인 이사회 운영 관행 등에 대해서도 제동을 건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당국은 모범관행을 통해 △사외이사 지원 조직·체계(6개) △CEO 선임·경영 승계 절차(10개) △이사회 구성의 집합적 정합성·독립성 확보(9개) △이사회·사외이사 평가 체계(5개) 등 4개 주요 테마에서 30개 핵심 원칙을 제시했다.
우선 CEO 선임 및 경영 승계 절차와 관련해 최소 임기 만료 3개월 전에 경영 승계 절차를 개시해야 한다는 것을 명문화했다. 금감원은 최근 8개 은행지주의 CEO 선임·연임 사례를 분석한 결과 승계 절차 개시 후 최종 후보 결정까지는 45일, 압축 후보(숏리스트) 확정에서 최종 후보 확정까지는 11일이 소요된 것으로 집계했다. 금융당국은 CEO를 면밀하게 평가·검증하려면 최소 3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봤다.
박충현 금감원 은행담당 부원장보는 "모범관행에서 경영 승계 개시 시점을 '임기 만료 3개월 전'으로 시작했지만 향후 6개월 등으로 좀 더 늘려가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범관행에는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한 인물이 갑작스럽게 CEO로 선임되는 일이 발생할 가능성을 낮추는 방안이 포함됐다. 앞으로는 금융지주와 은행이 CEO 후보군을 관리하고, 육성부터 최종 선정까지를 포괄하는 체계적인 승계 계획을 마련해 이를 문서화해야 한다. CEO 자격이나 평가 요건도 공개하도록 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논란이 됐던 지주 회장이나 은행장 연임 등에 관해서는 별도 규정을 두지 않았다. 박 부원장보는 "지배구조 부분이 어느 정도 정착되면 이사회에서 잘하고 있는 CEO는 연임하도록 할 것"이라며 "CEO 연임은 감독당국이아니라 이사회가 판단할 부분이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모범관행에는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핵심 원칙도 마련됐다. 우선 이사회 아래에 사외이사 전담 지원 조직을 설치해야 한다. 아울러 사외이사에게 충분한 안건 검토 시간을 보장할 수 있도록 회의 자료를 조기에 송부해야 한다. 일부 은행에서 3~5일 전에 사외이사들에게 회의 자료를 제공하는데, 기간이 지나치게 짧아 안건검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반영한 조치다.
금융당국은 사외이사 선임·평가에 대해서도 관행 개선을 주문했다. 우선 은행권 사외이사들이 지나치게 특정 직군에 몰려 있고, 여성 비중이 극히 낮은 점을 문제로 봤다. 현재 은행권 사외이사 직군을 살펴보면 학계 37%, 금융계 22%, 관료 12%, 비금융계 11%다.
모범관행에서는 사외이사의 직군, 전문 분야, 성별 등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이사회 역량 구성표(Board Skill Matrix·BSM)를 작성해 후보군 관리와 신규 이사 선임 시 활용하도록 했다. BSM은 이사회 구성의 전문성, 능력, 경험, 자질뿐만 아니라 성별, 연령, 사회적 배경 등 다양성 정보를 표나 그림 등으로 도식화해 이사회 구성의 적절성 등을 평가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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