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착륙시 행동요령

신찬옥 기자(okchan@mk.co.kr) 2023. 12. 12.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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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재테크 비법을 물었는데 '착륙 시 행동요령'만 듣고 왔다.

투자 자문사 대표, 산전수전 다 해본 주식 고수, 경매시장을 꿰고 있는 대부업계 취재원까지 다들 하나같이 조심하란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아직 '고금리 충격'은 시작도 안 했고, 내년부터 소비와 투자를 모두 짓누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시 비상착륙 시 행동요령을 복기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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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재테크 비법을 물었는데 '착륙 시 행동요령'만 듣고 왔다. 투자 자문사 대표, 산전수전 다 해본 주식 고수, 경매시장을 꿰고 있는 대부업계 취재원까지 다들 하나같이 조심하란다. 테크 스타트업의 멘토 한 분은 "내년 몇 개의 스타트업이 사라질지 벌써 두렵다"고 했다.

매경과 인터뷰한 해외 전문가들도 비관론을 쏟아냈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아직 '고금리 충격'은 시작도 안 했고, 내년부터 소비와 투자를 모두 짓누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도 매력적인 투자처가 없다며 그나마 저평가된 원자재 중에서 은(銀)을 사겠다고 했다.

올해는 그 흔한 추천 종목 같은 것도 없다. 친한 기업체 대표는 '난기류를 만난 비행기 승객처럼 버티라'는 말을 남겼다. 안전벨트 꽉 매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착륙 때까지 쥐 죽은 듯 있는 거다.

뉴스를 보면 이유가 짐작되긴 한다. 문짝 없는 비행기가 난기류에 흔들린다고 생각해보라. 금리가 아주 천천히 내려가는 동안 버티지 못한 경제 주체들이 줄줄이 떨어져 나갈 것이다. 내년 전 세계 40억명이 투표소를 찾는다고 하니 조종석(정치)은 사실상 손을 놓을 것이다.

다시 비상착륙 시 행동요령을 복기해 보자. 모든 짐은 버리고 나와야 하며 구명복은 탈출 직전에 펼쳐야 한다. 국제민간항공협약에 따르면 항공기 사고의 절반은 이착륙 단계에서 일어나는데 '착륙 전 8분'이 가장 위험하다. 투자에 빗대자면 가능한 한 자산을 현금화해놓고 지출을 줄이면서 버티되 시장 재진입까지는 충분히 기다릴 필요가 있다.

안전벨트 사인은 이미 켜졌다. 이 위험천만한 비행의 끝은 어디일까. 누군가에게는 뼈를 때리는 경착륙, 누군가에게는 별일 없는 연착륙일 것이다. 초저금리와 유동성 파티 때 용감하게 날아올랐던 몇몇에게는 '추락사고' 수준의 재난이 닥칠지도 모른다.

아니 "가만히 있으라"는 게 무슨 새해 투자 조언이냐고? 그럼 "일단 살고 보자"로 바꿔보겠다. 어떻게든 살아 있어야 또 다른 비행기를 탈 수 있지 않겠나.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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