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 재판 지연 꼼수에 단호히 대처해야
위헌법률제청·재판부 기피 신청 등
정치인 등 다양하게 지연 전략 구사
법원 농락에 법 취지까지 무색해져
대법원장 '신속' 약속 지켜질지 주목
조희대 신임 대법원장이 11일 취임했다. 조 대법원장 앞에는 풀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특히 전임 김명수 대법원장 시절 망가질 대로 망가진 사법부를 바로 세우는 일이 급선무다.
조 대법원장은 취임식에서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지는데도 법원이 이를 지키지 못해 국민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인사청문회에서도 재판 지연 해소를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재판 지연의 이유로는 사건의 난도가 높아지고 법관이 충분하지 않은 현실을 들었다. 조 대법원장의 지적대로 재판 지연을 해소하려면 법관을 늘려야 한다. 하지만 법관 증원은 국회와 국민을 설득해야 하는 장기적인 과제다. 조 대법원장의 임기 내 해결이 쉽지 않을 수 있다. 대법원장의 임기는 6년이지만 조 대법원장은 2027년 6월 정년(70세)이 돼 3년 6개월 동안 재직하고 퇴임해야 한다.
당장 현실적으로 재판 지연을 해소하는 방안은 의도적으로 재판 지연 전술을 펴는 피고인들에게 법원이 단호하게 대응하는 것이다. 최근 간첩 피고인들과 야권 정치인들은 다양한 재판 지연 전략을 구사하며 법원을 농락하고 있다.
실제로 ‘창원 간첩단’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피고인들의 정식 재판은 9개월간 단 두 번밖에 열리지 않았다. 이들은 기소 후 재판 관할 이전과 국민참여재판·위헌법률제청을 차례로 신청했다. 법원이 모두 받아들이지 않자 재판부 기피를 신청해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심지어 법원은 이들을 이달 초 보석으로 석방하기까지 했다.
뇌물 수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재판도 지연 전략에 올스톱된 상태다. 이 전 부지사 측은 10월 제기한 재판부 기피 신청이 수원지법과 수원고법에서 잇달아 기각되자 대법원에 재항고했다.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은 재판부 기피 신청 결과가 한두 달쯤 걸리고 내년 초 법관 인사 시기와 겹치면 선고는 다음 재판부가 하게 된다며 지연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재판 지연 전략을 들고나왔다. 이 대표 측은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사건 재판을 대장동·위례·성남FC·백현동 의혹 재판과 병합해 심리해달라고 요청했다. 사실관계가 간단한 위증교사 재판을 사건 구조가 복잡한 대장동 등 재판과 병합해 1심 결과가 내년 4월 총선 전에 나오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법원은 이 대표 측의 병합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가 내년 총선 전에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이 대표 측이 또 다른 재판 지연 전략을 쓸 수 있고 연말 연초 법원 휴정기와 법관 인사가 예정돼 있는 점은 변수다.
지난해 9월 기소된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유포 혐의 재판도 아직 진행 중이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법 사건 1심은 기소 후 6개월 이내에 선고해야 해 당초 올해 3월까지 선고가 났어야 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기소 후 15개월이 넘도록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재판이 2주에 한 번 진행되는 데다 이마저도 이 대표가 단식과 국정감사 등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아 재판이 늘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법언이 있다. 재판이 지연되면 소송 당사자의 부담과 피해자의 고통이 커질 수밖에 없다. 또 선고가 늦어지면 법이 달성하려는 취지마저 무색해진다. 우리는 이미 선거법 재판이 늘어지며 임기를 마치거나 대부분 채운 국회의원들과 지방자치단체장을 숱하게 봐왔다.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다. ‘법꾸라지’들이 헌법과 법률을 무시하고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재판을 지연시키는 행태에 법원이 더 이상 끌려다녀서는 안 된다. 의도적인 재판부 기피 신청 등은 최대한 신속하게 결론을 내려 재판 지연 전략을 무력화하고 재판 지체를 방치한 판사는 인사에서 불이익을 줘야 한다. 조 대법원장이 ‘신속한 재판’을 약속한 만큼 그동안 지연됐던 간첩 및 정치인들의 재판이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이재용 기자 jylee@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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