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차→전기차 전환기’ 주목받는 ‘LPG 1톤 트럭’···탄소 배출 어쩌나

이재덕 기자 2023. 12. 12.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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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톤(t) 소형 전기 트럭들이 12일 경기 시흥에 있는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 시흥하늘휴게소(일산 방면) 전기차 충전소에서 충전을 하고 있다. 이재덕 기자.

“겨울에는 충전하면 150㎞밖에 못 가요. 이럴 줄 알았으면 전기 말고 LPG(액화석유가스) 트럭을 샀죠.” 12일 경기 시흥에 있는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 시흥하늘휴게소(일산 방면)에서 만난 허연수씨(57)가 급속 충전기를 자신의 1t 전기트럭 ‘봉고3 EV’에 꽂으며 말했다.

용달일을 하는 허씨는 이날 서울 면목동에서 경기 안양 시내를 들렀다가 인천 청라로 가는 길이라고 했다. 100㎞ 정도 되는 거리지만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았다. 50㎾ 공공 급속충전기를 사용했지만 실제로 30㎾ 정도로 충전되기 때문에 완전 충전까지 약 1시간40분이나 걸린다. 그는 “장거리 뛰고 급한 사람들은 LPG 트럭 몰아야지, 절대 전기 트럭은 안 된다”고 했다.

휴게소에 있는 급속 충전기 4기는 모두 사용 중이었다. 3기는 봉고3 EV·포터2 EV 등 소형 트럭들이 차지했다. 다른 휴게소들도 비슷한 표정으로, 이 때문에 일반 전기차 운전자들은 충전기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곤 한다. 반면 옆에 있는 LPG 충전소는 한가한 모습이 최근의 현실을 잘 보여줬다.

‘자영업자의 발’인 1t 소형 트럭이 디젤차에서 전기차로 넘어가는 전환기를 맞은 가운데 대안으로 LPG 트럭이 떠오르고 있다.

현대차·기아에 따르면, 지난달 22일과 23일 각각 출시된 ‘2024 포터2’(현대차)와 ‘봉고3 LPG 터보’(기아)는 지난 7일 기준으로 약 3만5000대(각각 2만5000대, 1만대)나 계약됐다. 연간 국내 1t 트럭 수요가 15만대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출시 보름도 안 돼 연간수요의 23%가 팔린 셈이다. 둘 다 산·학·연 협력으로 개발된 ‘LPG 2.5ℓ 터보 엔진’을 장착한 LPG 트럭이다.

봉고3 LPG 터보. 기아 제공.

개정된 대기관리권역법에 따라 내년부터 택배 등 소형 화물차 신차에 디젤 트럭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말까지만 포터2, 봉고3의 디젤 모델을 생산하고 단산에 들어간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포터2와 봉고3는 전기차(EV)와 LPG차로만 나온다.

특히 LPG 차량에 장착된 LPG 2.5ℓ 터보 엔진은 저속에서의 토크(힘)를 개선하고, 출력을 높여 성능을 디젤 엔진과 비슷한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LPG 차량은 미세먼지를 만들어내는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디젤 차량 대비 현저히 낮다.

이호중 대한LPG협회장은 “수송 부문 오염물질 배출을 줄여 대기질을 개선하기 위해 2011년부터 10여년간 이어온 산·학·연 협력 기술개발 사업이 이번 LPG 트럭으로 결실을 맺게 됐다”고 평가했다.

LPG 소형 트럭은 전기차 충전소 부족, 주행거리 문제 등으로 전기 트럭으로의 전환을 꺼리는 수요를 흡수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출시된 포터2와 봉고3는 완전 충전하면 535㎞를 주행할 수 있다. 디젤 모델이617㎞를 주행하는 것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전기차 모델이 고작 211㎞ 가는 것보다는 훨씬 길다.

신형 ‘2.5 LPG 터보’(연비 7.0㎞/ℓ)는 100km 주행에 필요한 연료 비용도 1만3874원(ℓ당 971.19원 기준) 정도로, 디젤 모델(9.5㎞/ℓ)이 1만6461원(ℓ당 1563.79원) 드는 것보다 경제적이다. 전기차 모델(전비 3.1㎞/㎾h)은 환경부 50㎾ 공공 급속 충전기(㎾h당 324.4원) 기준으로 1만464원이 든다.

그러나 LPG 소형 트럭은 여전히 많은 양의 탄소를 배출하는 게 한계다. 신형 포터2와 봉고3는 1㎞ 주행시 탄소배출량이 188g으로 기존 LPG 모델(202g)이나 디젤 모델(204g)보다는 적게 배출하지만, 주행 때만 보면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전기차를 대신할 수는 없다.

이에 따라 당분간 소형 트럭은 LPG차와 전기차로 양분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휴게소에서 만난 전기 트럭 ‘포터2 일렉트릭’ 소유주인 양창수씨(58)는 “장거리를 다닐 때는 LPG 트럭이 맞지만, 시내 주행 등 단거리에는 전기 트럭만큼 좋은 게 없다”고 말했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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