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키운 회사인데…" 차남 백기사 자처한 조양래

문광민 기자(door@mk.co.kr), 오대석 기자(ods1@mk.co.kr), 박제완 기자(greenpea94@mk.co.kr) 2023. 12. 12.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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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앤컴퍼니 지분매입 시사하며 '형제의 난' 교통정리
사재 털어서라도 경영권 방어
5000억원이상 현금동원 가능
"소액주주 손해보는일 없어야"
MBK 매수가 인상가능성 견제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명예회장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 측의 공개매수에 대응해 사재를 동원해서라도 경영권을 지키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은 과거 본인이 내린 경영권 승계 결정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나온다.

12일 한국앤컴퍼니그룹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조 명예회장은 "평생 일군 회사를 사모펀드에 내어줄 수는 없다"는 메시지를 일부 임직원에게 전했다. 그는 "다시는 경영권 관련 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이참에 확실히 정리하겠다"며 "차남에게 경영권을 승계하는 의사결정은 내가 내렸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명예회장의 이번 발언은 공개매수 주체인 MBK파트너스 측이 공개매수 가격을 높이더라도 조 명예회장이 직접 우호주주로서 지분 매집에 나설 수 있다는 확고한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조 명예회장은 "시장 교란으로 인해 개인투자자에게 손해가 발생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명예회장은 5000억원 이상의 가용 가능한 현금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조 명예회장은 2020년 한국앤컴퍼니 보유 지분 전량(23.59%)을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조 회장에게 넘겼고, 작년에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지분 5.67%도 조 회장에게 전량 증여했다.

1937년생인 조 명예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거의 매일같이 출근하며 임직원들과 식사하고 대화를 나누면서 회사를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를 추진 중인 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가 인상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하자 이날 한국앤컴퍼니 주가는 2만1000원으로 전일 대비 6.87% 급락했다.

MBK파트너스 측은 "단일 투자 는 해당 펀드 총규모의 20~25%로 제한하기 때문에 한국앤컴퍼니에 투자할 수 있는 규모는 5600억원 정도가 한계"라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앤컴퍼니 투자를 진행 중인 MBK파트너스의 스페셜시츄에이션펀드 2호(SS 2호)의 전체 규모는 약 2조3000억원 이지만, SK온·메가존클라우드·인스파이어 리조트 등 이미 8건의 투자가 진행 중이다.

앞서 지난 5일 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를 발표하자 한국앤컴퍼니 주가는 전일 대비 29.9% 급등하며 상한가로 직행해 2만1850원을 기록했다. 발표 당일 공개매수가인 2만원 이상으로 치솟으며 공개매수 가격 인상 가능성이 제기됐다. 주가가 공개매수가보다 높을 경우 공개매수는 실패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어 지난 8일 한국거래소가 11일부터 해당 종목을 단기과열종목으로 지정해 사흘 동안 30분 단위의 단일가 매매를 적용한다고 발표했음에도 주가는 상승세를 유지했다. 단일가 매매 방식이 지정된 지난 11일에도 전 거래일 대비 1.81% 오른 2만2550원에 거래를 마치며 지난 7일부터 3거래일 연속 강세를 보였다.

증권가에서는 이날 한국앤컴퍼니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여전히 공개매수가보다 높은 수준이라 MBK 측이 더 높은 가격에 공개매수를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또한 한국앤컴퍼니 투자와 관련해 외부 인수금융을 별도 조달하지 않은 상태라 이를 감안하면 5000억원대보다 추가 투입 여력이 있다는 관측도 재계에서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이에 맞서 조현범 회장 측 우호 세력이 장내 매수를 시도하며 주가 상승의 동력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일 한국앤컴퍼니 주식을 집중 매수한 기타법인은 KB증권과 JP모건 창구를 중심으로 주식 47억6900만원어치를 사들였다.

반면 투자은행(IB) 업계 일각에선 MBK 측의 추가 인상 여력이 높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IB 업계 관계자는 "공개매수가를 인상하면 펀드수익률 하락으로 직결되는 만큼, 운용사 입장에서 추가 자금 동원의 리스크가 커 공개매수가 인상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현식 고문과 MBK 측의 공개매수 시도를 계기로 한국앤컴퍼니는 회사 경영권이 조 회장에게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문광민 기자 / 오대석 기자 / 박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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