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희생` 신호탄 쏜 장제원…`희생 압박` 김기현, 사퇴하나(종합)
국회 출근 안하고, 일정 취소한 김기현 '장고'
당내선 "대표직 사퇴" "불출마만" 의견 분분
결국 당대표 내려놓을 것이란 관측 우세
[이데일리 이상원 경계영 기자] 친윤(親윤석열) 핵심으로 꼽히는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내년 총선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당 주류에 ‘희생’을 요구한 지 39일 만에 나온 첫 응답이다. 장 의원에게 선수를 빼앗기면서 희생을 함께 요구 받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압박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 ‘서울 6석’이라는 수도권 참패 우려가 커진 당 자체 판세 분석 결과에 그의 거취를 둘러싼 당 내홍 조짐까지 더해지며 김 대표도 조만간 결단하리란 관측이 우세하다.
장제원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22대 국회의원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며 “부족하지만 저를 밟고 총선 승리를 통해 윤석열 정부를 성공시켜달라”고 발표했다. 그는 전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부친인 고(故) 장성만 전 국회부의장 묘소 성묘 사진과 함께 “이제 잠시 멈추려 한다”는 글을 올리며 불출마를 시사한 데 이어 이를 공식화했다.
장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성공보다 절박한 것이 어디 있겠나”며 “또 한 번 백의종군의 길을 간다. 이번엔 제가 갖고 있는 마지막 공직인 국회의원직”이라고 피력했다. 언제 불출마를 결심했는지 묻는 말에 그는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이 되는 순간부터 모든 각오를 해야 했던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달만 해도 장 의원은 버스 92대를 동원해 지역구 당원 4000명가량과 대규모 산악 행사를 여는 등 혁신위 희생 요구에 반발하는 것으로 풀이됐다. 그랬던 장 의원이 이번 결단을 내린 배경엔 혁신위의 지도부·중진·친윤 의원을 향한 희생 결단뿐 아니라 당 자체 분석에서 내년 총선 최악의 경우 서울 49석 중 6석 밖에 되지 않으리란 충격적 결과, 30%대에 갇힌 당 지지율, 김기현 대표 거취 관련 당 분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그는 지난해 8월 이준석 전 당대표 징계를 두고 친윤 책임론이 불거지자 “윤석열 정부에서 어떤 임명직 공직도 맡지 않겠다”고, 지난 2월 전당대회 ‘실세 사무총장설’이 제기되자 “어떤 임명직 당직도 맡지 않겠다”고 각각 백의종군을 선언한 전례가 두 번 있다.
발표 시점도 혁신위가 당 최고위원회의에 최종 보고를 마치고 조기 해산한 이튿날로 조율한 것으로 보인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S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강요에 의한 사퇴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었고 혁신위가 조기 종료되는 상황에서 본인 입장을 표현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당내에선 긍정적 평가가 이어졌다. 하태경 의원은 “다 죽어가던 혁신의 불씨를 장제원 의원이 되살렸다”고 치켜세웠고 최재형 의원도 “용단에 경의를 표한다. 이런 희생과 결단이 당을 살리고 나라를 살린다”고 강조했다.
이제 시선은 김기현 대표에게로 쏠렸다. 장 의원이 먼저 용단을 내리면서 거취를 고심하던 김 대표는 적절한 발표 시점마저 빼앗기고 당내 압박은 더욱 가중됐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 출근하지 않고, 당 차원에서 진행된 연탄 나눔 봉사활동 일정도 취소하며 장고에 들어갔다.
당내에선 전날에 이어 이날도 김 대표의 거취를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수도권 등 국민의힘이 상대적 열세를 보이는 지역구의 의원을 중심으로 당대표 사퇴 요구가 빗발쳤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김 대표에겐 주도권을 쥐고 거취와 선거 구상을 밝힐 기회가 충분히 있었는데 타이밍을 잃었다”며 “수도권 현역 의원뿐 아니라 당협위원장은 부글부글한다”고 전했다.
서울 종로를 지역구로 둔 최재형 의원은 “당 쇄신을 국민에게 보여줄 수 있는 분명하고 확실한 방법이 당 지도부의 교체”라고 주장했다. 서울 마포갑 출마를 검토하는 이용호 의원은 “대표의 희생과 헌신이 불출마나 험지 출마여선 안 된다. 당 대표로서 응답하는 정치적 책임일 뿐이므로 대표직을 내려놓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는 공개 서한을 김 대표에게 보냈다.
서울 광진갑 당협위원장인 김병민 최고위원은 YTN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주가 사실상 골든 타임으로 지금까지 제기됐던 당 문제를 한 번에 바꿔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때”라고 김 대표의 결단을 촉구했다. 영남권 재선 의원은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했으니 당대표직을 내려놓지 않겠는가”라고 봤다.
총선이 불과 넉 달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의 전환만은 막아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유상범 의원은 “대표직 사퇴는 비대위 문제로 전환돼 적절치 않고 불출마 선언은 고민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배현진 의원도 전날 SNS에 김 대표 사퇴를 요구하는 주장에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라면서도 “아무리 서울 수도권 선거를 1도 모르는 영남 지도부라 할지라도 이제는 움직여야만 한다”고 총선 체제로의 전환을 강조했다.
결국 김 대표가 당대표직에서 스스로 물러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당 핵심관계자는 이데일리에 “김 대표가 곧 (대표직을) 내려놓을 것 같다”며 “(김 대표의 결정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데,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핵심 관계자는 “김 대표도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입장이 정리되는 대로 거취를 표명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지난해 원내대표 사퇴 이후 전면에 나서지 않았던 권성동 의원이나 윤한홍·이용 의원 등 친윤계는 별 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상원 (prize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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