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가위, 수년 내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법도 제시할 것"
유전자가위 치료제가 영국과 미국에서 겸상적혈구빈혈 치료제로 최초 승인을 받자 전문가들은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에도 유전자가위 기술이 적용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넘어야 할 산은 있지만 몇년 내에 알츠하이머 유전자가위 치료제가 등장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지난달 16일 영국 의약품규제당국(MHRA)이 세계 최초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을 토대로 한 겸상적혈구빈혈 치료제인 ‘카스거비’의 사용을 승인했다. 지난 8일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이 치료제의 사용을 허용했다.
질병 치료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꿈의 기술’로 불리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치료제가 드디어 상용화하기 시작하면서 다른 질환에도 이 치료법을 적용하는 연구들이 속도를 내고 있다. 그 중 한 분야가 알츠하이머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알츠하이머 인구는 5000만 명으로, 2050년에는 3배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효과적인 치료제 발굴이 시급하다.
● 세포 수준 연구에서 알츠하이머 유발 독성 감소
치매를 일으키는 퇴행성 뇌질환인 알츠하이머는 베타 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이 뇌 손상을 유발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현재 이를 표적으로 삼는 의약품들이 사용되고 있다. 이들은 알츠하이머 진행을 부분적으로 늦출 수 있으나, 돌연변이가 있거나 중증화가 진행되면 약이 듣지 않는다.
APOE4라는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으면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는 사실도 알려져 있어 APOE4 유전자를 타깃으로 한 유전자가위 치료제 가능성을 가늠해 본 연구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미국 글래드스턴연구소 연구진은 APOE4-크리스트처치 변이를 가진 쥐는 부분적으로 알츠하이머 예방 효과를 보였다는 연구결과를 지난달 13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연구결과를 토대로 유전자가위 치료 전략을 적용해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베타 아밀로이드 생성에 관여하는 효소를 만드는 데 필요한 PS1이라는 단백질도 유전자 교정의 표적이 될 수 있다. PS1 변이는 뇌에서 독성을 갖는 베타 아밀로이드의 양을 증가시키며 초기 알츠하이머와 연관을 보인다.
지난해 6월 스웨덴 웁살라대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분자 치료 핵산’에서 인간 세포에 유전자가위를 적용해 PS1 돌연변이를 절단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세포 단위 실험을 통해 PS1 유전자 절반을 파괴했고, 베타 아밀로이드가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결과를 얻었다. 유전자가위 치료가 알츠하이머를 유발하는 독성 단백질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개념적으로 증명되고 있는 셈이다.
● 뇌 적용 특히 어려워...안전성 문제도 해결해야
상용화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신경과학자인 서브호짓 로이 미국 샌디에이고캘리포니아대 병리학과 교수는 11일 네이처를 통해 “유전자가위 치료법은 다른 약물이 따라올 수 없는 개인맞춤형 치료법이 될 수 있다”며 “단 현재 기술로는 유전자를 자르고 붙이는 기술을 다른 부위보다 특히 뇌에서 시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타라 스파이어스 존스 영국 에든버러대 뇌과학과 교수도 “다른 새로운 치료법들과 마찬가지로 유전자가위도 안전에 대한 우려들을 우선 해결해야 한다”며 “항상 완벽하게 유전자 교정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건강한 유전자나 전반적인 염색체에 손상을 일으키는 등 치료 목표를 벗어난 상황들도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세포 및 동물모델 수준에서 유전자가위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인간의 뇌에 적용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수준의 문제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아주 먼 미래의 일 또한 아닐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제럴드 슈미트-울름스 캐나다 토론토대 진단검사의학&병리생물학과 교수는 “지금의 혁신 속도라면 획기적인 치료법이 나오기까지 몇 년 남지 않았다”며 “그때가 되면 유전자가위 개인맞춤형 치료에 드는 큰 비용이 가장 큰 해결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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