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총선서 나타난 여권 실세 불출마 성적표는?
민주당, 21대 총선서 '장관 겸직' 의원들 불출마로 압승
(서울=연합뉴스) 한혜원 최평천 기자 = 친윤(친윤석열) 핵심으로 꼽히는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이 12일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약 4개월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역대 총선에서 여당은 이른바 실세로 불리는 현역 의원의 불출마 선언 등 주류의 희생을 발판으로 쇄신의 물꼬를 텄다.
이는 정권심판론 구도에 갇힌 여당의 선거 프레임을 전환하는 계기를 만들곤 했고, 열세를 뒤집고 총선 승리까지 이어가는 주요 동력 중의 하나로 작용했다.
2012년 19대 총선을 앞두고 당시 이명박(MB) 대통령의 친형이자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최다선인 6선 실세였던 이상득 전 의원의 불출마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전 의원의 결단을 두고 당시 금품 수수 혐의로 자신의 보좌관이 수사받는 상황이 고려됐다는 시선이 있었지만, 공천 '물갈이' 등의 인적 쇄신을 위한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실제로 5선의 김형오, 3선의 박진, 원희룡 등 중진의원은 물론 초선의 장제원 의원과 대표적인 소장·쇄신파 홍정욱 의원 등의 불출마로 이어지면서 쇄신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었다.
새누리당은 주류 의원들의 불출마 선언 이후 19대 총선에서 152석을 확보하며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 전신)을 제치는 승리를 거뒀다.
국민의힘 일각에선 친윤 실세로 불린 장 의원의 불출마가 MB 정부 시절 '만사형통'으로 불린 주류 이상득 전 의원의 용퇴 사례와 유사하다는 점에 주목한다.
19대 총선 때처럼 중진과 친윤계 인사들의 '도미노 불출마' 선언이 이어질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관측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다.
2008년 18대 총선을 앞두고서는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 대표였던 강재섭 전 대표가 불출마를 선언했다.
강 전 대표는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의 공천 탈락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일고 지도부 책임론이 제기되자 선거를 한 달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 전격 불출마를 결정했다.
이는 친박계와 친이(친이명박)계 간 계파 투쟁을 수습하고 당을 단결시키기 위한 '수습책'으로 평가받았다.
이에 한나라당은 18대 총선에서 153석을 차지하며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국회 과반 여당으로 정국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
공천에서 탈락한 친박계 의원 등으로 구성된 '친박연대'가 14석을 얻은 상황에서 거둔 승리였다.
반면, 2016년 치러진 20대 총선은 여당의 인적 쇄신 노력이 부족했던 선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122석을 차지해 123석을 확보한 민주당에 원내 1당을 내줬다.
당시 김무성 대표가 '진박(진짜친박) 공천'에 반발해 대표 직인을 들고 부산으로 내려간 '옥새 파동' 등 내홍이 극심했던 것이 선거 패배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지만, 주류 희생 없는 공천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4선인 이한구 의원을 시작으로 6선 강창희 의원, 최고위원이었던 재선 김태호 의원 등이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쇄신 파급력은 약했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국무총리까지 지냈던 이완구 의원이 총선 두달여를 앞두고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뒤 내린 불출마 결단으로 의미가 퇴색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문재인 정부 중반인 2020년 4월 치러진 21대 총선에서는 선거를 3개월 앞두고 내각에 들어간 민주당 소속 장관 겸직 의원 4명이 한꺼번에 불출마를 선언했다.
불출마를 선언한 이들은 박영선(4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진영(4선) 행정안전부 장관, 김현미(3선) 국토교통부 장관, 유은혜(재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었다.
앞으로 정치적 체급을 더욱 키울 수 있었던 국회의원 출신 장관들이 불출마를 선언한 데는 당시 조국 법무부 장관 청문회 이후 불어온 후폭풍이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 많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총선 8개월 전 조국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으나 조 후보자 자녀의 입시 비리 의혹 등이 정치권을 집어삼켰다.
조국 사태가 확산하자 민주당 내에선 여권 지지층이 대거 이탈한다는 위기감이 커졌고, 결국 장관 겸직 의원들의 불출마로 이어졌다.
이후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지역구 163석, 위성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17석 등 모두 180석으로 압승했다.
p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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