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호구축 셀프연임 불가"… 은행권 `승계 악습` 끊는다
이사회 경영진 견제 역할 강화
앞으로 금융(은행)지주와 은행은 현 최고경영자(CEO)의 임기 만료 최소 3개월 전부터 후임을 뽑기 위한 경영승계절차를 시작해야 한다. 후임 CEO 평가 방법이나 시기는 현직이나 내부 출신에 비해 외부 인사가 불리하지 않도록 해야 하고, 체계적인 CEO 승계계획을 마련해 문서화해야 한다. 이사회의 규모와 구성도 손질해 실질적으로 경영진을 견제할 수있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금융감독원은 12일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하는 '은행지주·은행(이하 은행)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best practice)'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CEO 교체 때마다 불거져온 공정성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다.
이날 각 은행 지주 이사회 의장들도 이사회 규모와 구성 등 견제기구의 역량 강화를 위한 해법 모색이 필요하다는 금융당국의 입장에 공감했다.
국내 금융지주사에는 뚜렷한 대주주(주인)가 없다. 지배주주가 금융사를 좌지우지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금융지주사 회장의 권한이 오히려 막강해졌다.
금융지주 회장이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로 이사회를 구성하는 등 '참호'를 구축하는 사례도 있었다. 이를 통해 경쟁자를 제거하고 '셀프연임'을 추진하는 경우도 있었다. 자연스레 금융사 내부에 '라인'이 생기기도 했다. '누구 라인에서 밀고 있다', '누구 라인에서 배제됐다' 등 출처를 알 수 없는 소문도 무성했다.
외풍에는 더욱 취약했다. 인사 시즌이면 정치권 낙하산 인사에 대한 지적은 늘 제기됐다. 작년 말에만 하더라도 NH농협금융, 우리금융, 신한금융 회장들 임기 종료를 앞두고 셀프연임, 관치금융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등 정부 인사가 금융지주 수장 자리를 꿰찼다.
금융당국은 이같은 반복되는 악습을 차단하기 위해 이사회의 경영진 견제 및 감시 기능이 강화돼야한다고 봤다. 이복현 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CEO나 사외이사 선임시 경영진의 참호구축 문제가 발생하거나 폐쇄적인 경영문화가 나타나지 않도록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강화하는데 각별히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금감원이 내놓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30가지 원칙에 따르면 CEO 선임 절차와 관련해서는 후보군 관리부터 육성, 최종 선정까지를 포괄하는 종합 승계 계획을 마련하고 이를 문서화해야한다.
평균 45일에 불과한 승계 절차는 최소 3개월 이상으로 늘려 충분한 검토 기간도 가져야한다. 일부 금융지주에서 숏리스트 후보를 한 번의 인터뷰나 발표로 평가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은행들이 1~2년 전부터 승계를 준비하는 것과도 대조적이다.
CEO 상시 후보군을 마련해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승계 절차 개시 후 리스트에 오르지 않은 CEO 후보는 추천자 및 사유도 공시토록 했다. '깜깜이 인사'를 막겠다는 것이다.
금융지주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해 경영진 견제 기능 제고해야한다고 했다. 금융지주 이사회는 대부분의 안건에 찬성표만 던지는 '거수기'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금감원은 이사회 내 소위원회 증가 추세에 대응해 은행별로 적정 수의 이사를 확보할 것을 제안했다. 사외이사 수(평균 7~9명)도 글로벌 은행에 비해 적은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사외이사 직군이 학계(37%) 중심으로 편중돼 있고, 여성 이사 비중(12%)도 낮아 균형감 있는 선임과정이 필요하다고 봤다. 2년 임기 뒤 1년씩 연장하는 사외이사 임기를 정비해 이사회 안정성도 제고토록 했다.
금감원은 은행별 특성에 맞게 적합한 자율적 개선을 유도할 예정이다. 은행권은 이사회와의 논의를 거쳐 과제별 개선 로드맵을 마련하고 이르면 내년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다만 이같은 모범관행는 가이드일 뿐 제재 등으로 강제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기 때문에 실제 시행될지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금융지주 회장에게 집중되는 강력한 권한을 일부 손봐야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는 말들이 나온다. CEO 선임과 관련한 지배구조 개선 요구가 또 다른 '관치'로 의심받지 않도록 신중해야한다는 조언도 전해진다.
김경렬기자 iam1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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