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쿠팡’에 개인정보 열람요구한 배달라이더들…돌아온 답변은?

김지환 기자 2023. 12. 12.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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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 조합원들이 지난 5월10일 국회 앞에서 열린 ‘2023 라이더 대행진’에서 알고리즘 협상권 보장 등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성동훈 기자

배달의민족·쿠팡이츠·요기요 등 플랫폼에서 일감을 받아 일하는 배달라이더들이 플랫폼 업체에 개인정보 열람을 요구하고 나섰다. 자신의 개인정보가 어느 범위에서 어떤 형태로 처리·보관되고 있는지 확인해보기 위해서다. 그러나 배차 알고리즘, 수수료 책정 세부기준 등 배달라이더 노동조건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사항은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비공개됐다.

김병욱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디지털정보위원회 변호사(법무법인 두율)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플랫폼의 비밀 알고리즘과 개인정보 열람청구권’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윤영덕 의원·진보네트워크센터·민변 디지털정보위·정보인권연구소·진보네트워크센터가 공동 주최했다.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 소속 배달라이더 4명은 지난 5월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바로고 등 4개 플랫폼 업체를 하나씩 맡아 개인정보 열람을 요구했다. 개인정보보호법 35조는 ‘정보주체가 개인정보처리자가 처리하는 자신의 개인정보에 대한 열람을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요구를 받은 개인정보처리자는 10일 이내에 정보주체가 개인정보를 열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배민커넥트가 공개한 배달라이더의 위치정보 중 일부

4개 플랫폼 업체는 모두 ‘10일 이내’라는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 열람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그 사유를 알리고 열람을 연기할 수 있지만 연기 통보도 없었다. 배달의민족은 지난 6월27일에서야 첫 답변을 보냈고, 요기요·쿠팡이츠·바로고는 배달라이더들이 개인정보분쟁조정위에 분쟁조정을 신청한 후에야 답변을 보냈다. 김 변호사는 “개인정보처리자인 회사의 개인정보열람 요구 제도에 대한 부족한 이해와 업무체계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정보 열람 결과 플랫폼 업체들은 배달라이더 위치정보 등을 기반으로 다양한 형태의 정보를 처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배달의민족은 배달라이더가 스스로 설정한 배달 수단이 아닌 다른 수단을 활용하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이동거리와 시간을 비교해 속도를 분석했다. 요기요는 배달라이더의 현 위치에서 가게까지의 거리, 라이더의 가게 반경 200m 접근 시각 등의 정보를 산출했다. 플랫폼 업체들은 배달앱 실행 시각부터 종료 시각 등 배달라이더들의 배달앱 이용에 관한 행태정보도 수집했다.

쿠팡이츠파트너가 공개한 배달라이더의 배달완료이력 중 일부

라이더가 배달앱에 로그인한 시간 대비 콜을 잡아 음식을 배달하는 시간을 의미하는 ‘유효운행률’에 대한 열람 요구에 배달의민족·요기요는 이를 처리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쿠팡이츠는 영업비밀 등을 이유로 답변을 거부했다.

배달라이더로부터 수집된 개인정보를 알고리즘 학습에 이용할 것이라는 추측도 일부 사실로 확인됐다. 요기요는 배차 알고리즘 학습을 위해 배달이력을 익명처리한 후 이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배달의민족은 최소한 배달라이더의 1년 치 위치정보를 보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배달의민족은 보험관리 때문에 배달 완료 이후에도 이 정보를 보관한다고 답했다.

플랫폼 업체들은 배달라이더에게 중요한 정보인 배차 기준 또는 배차 알고리즘은 개인정보와 무관하다거나 영업비밀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정보 공개를 거부했다. 다만 배달의민족은 배달 수행 전일 경우 배달라이더 위치와 가게 간 거리, 배달 수행 중인 경우 배달지 위치를 이용해 배차목록을 제공한다고 답했다. 수수료 및 불이익(페널티) 세부 기준 역시 개인정보와 무관하다거나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비공개됐다.

김 변호사는 “배달 플랫폼들이 유사한 사업 방식을 갖고 있다는 점에 비춰보면 특정 플랫폼이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며 “정작 배달라이더에게 중요한 배차 기준, 수수료 기준 등은 공개되지 않고 있어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 형해화됐다”고 말했다.

내년 3월15일 시행 예정인 개정 개인정보보호법은 인공지능(AI) 등 완전히 자동화된 시스템으로 개인정보를 처리해 이뤄지는 결정에 대해선 정보주체에게 설명요구권, 거부권을 부여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배차 알고리즘의 기본 원리 등이 시행일 이후부터 공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노동계는 플랫폼 업체들이 위치정보 등을 알고리즘 학습에 활용해 이윤을 얻고 있는 만큼 플랫폼 노동자들에게 ‘운행 데이터 활용료’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택시업체로부터 매출의 20%를 가맹수수료 명목으로 받아 갔다가 그중 일부는 운행 데이터 활용 등의 대가라며 돌려주고 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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