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 퇴출' 빠진 기후총회 합의문 초안…섬나라들 "사망진단서"
[앵커]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 합의문 초안에서 많은 나라들이 요구해 온 '화석연료 퇴출' 문구가 빠졌습니다.
산유국들의 주장이 반영된 건데요.
각계에서 거센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한미희 기자입니다.
[기자]
미국과 유럽연합을 비롯해 기후변화에 취약한 섬나라 등 100여개 나라는 이번 합의문에 '화석연료 퇴출'을 포함시키길 원했습니다.
화석연료 소비가 온난화를 유발하는 핵심 요인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폐회를 하루 앞두고 의장국인 아랍에미리트가 작성해 공유한 합의문 초안에는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 문구가 빠졌습니다.
대신 화석연료의 생산과 소비를 '줄일 수 있다'는 막연한 표현이 들어갔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들의 요구가 반영된 겁니다.
국제 환경단체뿐 아니라 기후 정책가들, 기후변화 최전선에 있는 도서국들은 강력하게 반발했습니다.
환경운동가인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이 비굴한 초안은 마치 석유수출기구(OPEC)의 요구를 또박또박 받아쓴 것처럼 보인다"고 비판했습니다.
합의문 협의에 참여한 유럽연합도 실망을 표했습니다.
<테레사 리베라 / 스페인 생태장관> "초안에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요소가 있습니다. 에너지 분야에서 중요한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우리가 어떻게 나아갈 수 있는지 전혀 명확하지 않습니다."
국제환경단체는 "화석연료 산업의 로비력을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고, 과학자단체 역시 "확연한 허점들로 가득 차 있다"며 실망과 우려를 밝혔습니다.
해수면의 급격한 상승으로 국가의 존폐 위기에 몰린 섬나라들은 초안을 거부하고 나섰습니다.
<세드릭 슈스터 / 사모아 환경장관> "우리의 사망 진단서에 서명하지 않을 것입니다. 화석연료 퇴출에 대한 강력한 약속이 없는 문서에는 서명할 수 없습니다."
2년 전 총회에선 석탄에 한정해 '단계적 감축'에 합의했고, 지난해에도 감축 대상을 모든 화석연료로 확대하는 안이 논의됐지만 불발된 바 있습니다.
연합뉴스 한미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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