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식 “여전히 이재용 ‘국정농단’ 피해자라 생각…대법 판결은 존중”
정 후보자는 12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이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협박을 당해 뇌물을 갖다준 피해자라고 생각하나”는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의 질문에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정 후보자는 2018년 박 전 대통령과 최서원 씨(개명 전 최순실)에게 뇌물을 공여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이 사건을 ‘정경유착’으로 보지 않고 이 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의 강요를 받은 피해자라는 삼성 측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를 파기했고, 파기환송심에서 이 회장에게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와 관련해 정 후보자는 “사건이 대법원으로 올라가 저의 결론과 다르게 판단한 것을 인정한다”며 “대법원 판단을 존중한다”고 했다.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판결도 도마 위에 올렸다. 한 전 총리는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9억여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정 후보자는 2013년 1심에서 무죄를 받은 한 전 총리의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민주당 송기원 의원은 “한 전 대표가 여러 차례 검찰 조사를 받았는데 대부분의 기록이 남아있지 않는 등 수사의 적법성이 심각하게 침해됐다”고 지적하자 정 후보자는 “그때 당시 저는 진술의 신빙성 여부만 생각했다”고 답했다.
정치 성향이 보수적이라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서도 “후보자가 담당한 재판의 결과를 두고 사안마다 ‘진보적이다’ ‘보수적이다’는 평가가 있을 수는 있으나 법관으로서 오직 헌법과 법률, 객관적 양심에 따라 재판에 임했다”고 했다.
정 후보자는 사형제에 대해 “현재 심리 중인 사건에 관해 구체적 의견을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위헌 여부와 무관하게 사형제는 지향성으로는 폐지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 시기는 국민들의 합의에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동성혼에 대해서는 “동성애를 인정하는 것과 동성혼을 제도화하는 것은 별개”라며 “동성애는 성적 자기결정권이나 사생활의 자유의 영역에 속한다고 할 수 있을지라도 다른 기본권들과 마찬가지로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범위에서 제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가짜뉴스 심의’에 대해서는 “반박을 통한 시정 가능성을 배제하는 사전적 규제나 지나친 위축 효과를 초래하는 형사처벌은 헌법상 정당화되기 어렵다”며 “자율적 방법을 포함해 낮은 수준의 규제 방법부터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정 후보자는 ‘대법원장·대법관·헌법재판소장·헌법재판관의 인사검증을 행정부(법무부)가 하는 것이 사법부 독립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의 지적에 “사법권의 독립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외관을 만들 우려가 있으므로 사법부에 대한 인사 검증을 법무부에서 담당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정 후보자는 헌법재판소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를 ‘심리 지연’으로 꼽았다. 그는 “재판소 구성원 모두가 노력해야 하고, 인력 보충과 심리의 효율화를 위한 헌법재판 제도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했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지난 6년을 두고는 “전국법관대표회의 상설화, 사법행정자문회의 설치,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도 폐지, 법원장 후보 추천제 도입, 법원행정처의 비법관화 등 사법제도 개혁을 추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1심 재판소요기간의 장기화 및 재판 지연, 편중 인사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또한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정 후보자는 아들 증여 의혹도 해명했다. 그는 2021년 차남에게 1억7000만 원을 빌려주고 연 0.6%의 이율을 책정했다.
앞서 정 후보자는 서면답변서에서 “연이자 소득액이 1000만 원 미만이면 (증여재산가액 간주에서) 제외한다”며 “이자를 받지 않아도 증여세 부과 문제가 생기지 않지만 차용 사실을 명확히 하자는 취지에서 연 0.6% 이자를 정기적으로 받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제 아들처럼 부모에게 돈을 빌릴 수 있는 환경에 처하지 않은 국민이 많다는 것을 안다”며 “그런 사람들이 이런 내용을 접하고 상대적 박탈감에 젖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고 몸을 낮췄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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