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신당 '사쿠라' 비난에 20년전 "김민새" "철새" 소환
독재시절 민한당 빗대 "이낙연신당 사쿠라노선"
"본인은 노무현 지지율 하락에 탈당…자격 있나" vs
"그동안 나도 반성, 이낙연 옹호는 모순…조선일보류"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원조 86그룹인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신당설을 낳으며 적극 행보를 하는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독재정권 시절 민한당과 같은 사쿠라 노선”이라고 비난해 논란이다.
이에 김민석 의원의 과거를 들어 본인이 과연 그런 말할 자격이 있느냐는 반론이 나온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 후보시절 지지율이 떨어지자 탈당해 정몽준 후보에 합류했던 과거사가 재조명 되며, 당시 '김민새' '정치철새'로 불리웠던 용어까지 다시 소환되고 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9일 페이스북에 올린 '분열과 이탈, 사꾸라신당은 멸망의 길. 민주당과 민주주의를 지킵시다'라는 글에서 안철수, 손학규를 예로 들어 “부평초같은 제3세력론은 민주당의 길이 아니며, 위장된 경선불복일 뿐”이라며 “사법리스크론은 지나간 대선에 대한 경선불복이며, 일부 엉터리 신문장사들의 프레임에 빠져 개딸운운하는 당원폄하는 다가올 총선에 대한 경선불복”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여건 야건 탈당과 신당 등 이합집산의 명분과 거취는 솔직 명료한 것이 좋다”며 “신당을 꿈꾸면 나가서 하는게 도덕”이라고 썼다.
김 의원은 1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전화연결에서 “대한민국에서 전두환, 노태우 시절의 민한당 이후에 안철수, 손학규로 이어졌던 일종의 정통 야당과 다른 사쿠라 노선인데 성공한 적이 없다”며 “원칙과 상식이라는 네 분보다 이낙연 대표의 최근 신당론이 100배 더 문제”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낙연 전 대표를 두고 “이재명 대표하고 경선을 해서 진 분”이라며 “경선에 패한 분으로서는 할 수 없는 이야기다. 정말 신당을 꿈꾸면 나가서 신당을 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의 행보를 두고 김 의원은 “독재가 그어놓은 그 운동장 안에서 노는 것이 사쿠라 노선”이라며 “과거에 군사독재 민한당도 그랬고 이번에 비리검사 탄핵한 것에 절제해야 된다고 하거나 윤석열 검찰 독재를 견제하는데 힘을 모으고 집중하지 않고, 당내 문제에 돌린다거나 또는 이 시대의 과제가 뭔지 알지 못하는 것이 전형적인 사쿠라 노선”이라고 폄훼했다.
이에 김 의원이 그런 말할 자격이 있느냐는 반발이 나왔다. 특히 21년 전 민주당 출입기자였던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1일 저녁 페이스북에 “2002년 10월17일 김민석 선배의 민주당 탈당은 큰 충격이었다”며 “김 의원은 (당시 자신과 만나) 노무현의 낮은 지지율을 이야기하며 정몽준이 결국 치고 올라와 대선후보가 되고, 그래야 이회창의 집권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명분과 가치보다 현실을 선택한 것”이라고 공개했다. 윤 의원은 '지지율이 낮다고 자당 후보를 버리고 탈당을 하느냐'고 자신이 따졌던 기억이 난다면서 “이 사건으로 김 의원은 '김민새'라는 오명을 쓰게 되었고 10년 넘게 정치적 낭인생활을 했다”고 전했다.
윤 의원은 “그랬던 김의원이 어느덧 친명계로 변신해 당의 변화와 혁신을 바라는 동료 의원들을 비난하고 이낙연 전 대표에게 '사꾸라' 운운하고 계신다”며 “이번에도 현실론이냐. 말이 현실론이지 그 선택의 중심에는 늘 김민석 본인이 있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윤 의원은 김 의원 스스로 뒤돌아보라면서 “젊은 날 본인이 그토록 혐오했던 기득권과 수구의 정치에 얼마나 몸을 담그고 계신지 곱씹어” 보라고 촉구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도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김민석 의원이 뭘 가지고 정통노선이라고 말하는지 잘 모르겠고 딱 드는 일감은 이거 '셀프 디스'다”라며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가 지지율이 낮다는 이유로 탈당하고 정몽준의 국민통합21로 옮겨, '철새', '김민새'라는 별칭이 붙었다”고 소개했다. 조 의원은 “16년 만에 들어와서 처음에는 추미애 대표 쪽으로 분류가 됐었는데 어느새 보니까 완전 친명 전사가 돼 있다”며 “그런 분이 변화와 혁신을 바라는 동료 의원과 당의 원로를 향해서 비난하고 저격한다, 과연 사쿠라라고 말할 자격이 있는가. 그래서 셀프 디스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박원석 전 정의당 정책위의장도 같은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김민석 의원이 그런 얘기를 한다는 건 매우 웃긴다”며 “그분이 경선 불복 사쿠라를 2002년도에 하셨던 분”이라고 지적했다. 사쿠라라는 표현이 적절한지를 두고도 박 전 위의장은 “사쿠라라는 건 관제야당을 의미한다. 정권과 협잡해 낮에는 야당, 밤에는 여당 노릇하던 걸 사쿠라라 한다”며 “3지대 신당을 하자는 게 그것과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반박했다. 박 전 위의장은 “'민주당 아니면 전부 다 사쿠라'라는 식의 도그마에 빠져 있는 게 김민석 의원 같은 86들의 결정적인 한계”라고 질타했다. 박 전 위의장은 “이낙연 전 대표나 비명계가 얘기하는 문제의식과 당 운영을 검토조차 해보지 않으려는 태도”라며 “현재의 권력과 민주당 내의 권력과 야합하는 본인의 모습이 사쿠라인 건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과거 민주당 의원이기도 했던 이언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특집 KBS1라디오 오늘>에 출연해 “사쿠라 표현은 너무한 거 같다”며 “싫으면 나갈 수 있고, 그 결과에 대해서 자기가 책임지는 것”이라고 했다. 이 전 의원은 “다른 사람의 자유 의지에 따른 선택을 너무 심하게 비난하거나 인신 공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전 의원은 이상민 의원을 비롯해 민주당 탈당파를 두고 “대통령제인 우리나라에서 야당을 할 것이면 대통령에 대한 긍정 부정 세력으로 총선을 치를 수밖에 없는데 친여 성향의 야당은 존재하기 어렵다”며 “그럴거면 차라리 국민의힘에 들어오는 게 맞는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비판이 쏟아지자 김민석 의원은 12일 국회 소통관을 찾아 반박성 기자회견을 했다. 김 의원은 “이낙연 신당을 경선불복 사쿠라 신당이라 비판한 건 검찰독재 종식을 위해 야권이 단결해야 한다는 확신과 정체성을 경시한 정치적 오판에 대한 뼈저린 체험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검찰 독재 심판이라는) 전선을 흔드는 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용납할 수 없는 이적행위”라며 “이 절대 과제를 흔드는 이낙연 신당론은 결국 윤석열 검찰독재의 공작정치에 놀아나고 협력하는 사이비야당, 즉 사쿠라 노선이 될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자신의 21년전 선택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두고 김 의원은 “이낙연 신당을 옹호하려는 분들이나, 이낙연신당에 대한 비판을 물타기해 야권분란을 부추겨보려는 조선일보 등은 번짓수를 크게 잘못 짚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자신의 선택을 두고 “제 선택에는 민주당의 정체성을 경시한 방법적 오류가 있었고, 지난 20년간 깊은 반성과 사과를 거듭했다”며 “18년 만에 복귀한 제가 정치의 원칙과 정체성을 한층 중시하게 된 이유”라고 해명했다.
김 의원은 “20년 전의 저를 비판하며 오늘의 이낙연을 옹호하는 것은 위선이자 모순이며, 특히 야권분열의 의도로 맥락을 호도하는 조선일보류의 가련한 시비에는 전혀 동의해줄 생각이 없다”며 “과거의 제 선택을 비판한 분이라면, 백배 더 강하게 이낙연 신당을 비판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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