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여행] 이슬람 국가 속 기독교 성지... 고대 그리스·로마 유적도 풍성
동서양의 여러 문명이 번성하고 소멸한 곳, 튀르키예는 땅의 역사와 민족의 발자취가 엇갈리는 곳이다. 이슬람 국가인 튀르키예에 기독교 유적이 많은 이유다. 소아시아로 불리는 아나톨리아 반도 서부는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 이스라엘의 예루살렘에 버금가는 기독교 성지순례 여행지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 유적도 곳곳에 산재해 있어 볼거리가 풍성하다. 튀르키예 문화관광부는 성경의 요한계시록에 등장하는 일곱 교회와 인근 고대 유적을 묶어 ‘7대 교회 루트’로 홍보하고 있다. 일곱 교회는 예배를 보는 건물이기도 하지만 기독교 공동체를 아우르는 포괄적 의미다.
이즈미르주(州)의 고대도시 에페수스는 7대 교회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곳으로 여겨진다. 성경에 따르면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 박힌 후 성모 마리아는 사도 요한의 안내로 이곳으로 와 101세의 나이로 사망할 때까지 여생을 보냈다. 에페수스의 아야술룩 언덕에 성모 마리아가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집이 있다. 565년에는 로마제국 유스티니아누스 황제가 사도 요한을 추모하고자 그의 무덤 위에 교회를 건축했다. 성 요한 교회(Basilica Of Saint John)와 무덤은 에페수스에서 반드시 들러야 할 코스다.
세계 7대 고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아르테미스 신전도 이 도시에 있다.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가 태어난 곳이자 당시 세계 최대 규모였던 도서관, 아고라, 원형극장 등이 남아 있어 도시 자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에페수스는 행정구역상 셀주크시에 속한다. 셀주크에서 에페수스와 파묵칼레를 결합한 당일치기 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
요한계시록에서 두 번째로 언급된 스미르나는 환난과 궁핍의 장소로 묘사된다. 이즈미르의 옛 지명이기도 하다. 이즈미르는 튀르키예에서 이스탄불 다음으로 큰 항구도시로 고대 그리스 유적이 많이 남아 있다. 이즈미르 고고학박물관과 아고라 유적지는 필수 방문 코스로 꼽힌다. 대부분 유적이 도심 지하철역에서 가까워 쉽게 갈 수 있다.
세 번째 교회인 페르가몬의 현재 지명은 베르가마(Bergama), 성경에서 박해에도 굴하지 않고 강건한 믿음을 보인 충성스러운 성도들이 사는 곳으로 그려진다.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도서관과 쌍벽을 이루는 페르가몬 도서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병원인 아스클레피온과 페르가몬 극장, 트로이 목마 신전, 붉은 대성당 등의 유적을 보유하고 있다. 이스탄불에서 비행기를 이용해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는 여행상품이 판매되고 있다.
이즈미르 동쪽 마니사주(州)에는 7대 교회 중 두아디라, 사르디스(사데), 빌라델비아가 있다. 두아디라는 요한계시록의 일곱 교회 중 가장 긴 편지를 받은 교회로 성도들은 사역, 사랑, 믿음, 섬김, 인내에 대한 칭찬을 받았다. 현재 두아디라 기념교회에는 석축 기둥과 담장이 남아 있다. 당시 교통의 요충이었던 두아디라는 상업과 수공업이 발달한 산업 중심지였다. 특히 염색업이 발달했는데, 튀르키예를 상징하는 붉은색도 이곳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두아디라 교회 터에서 당시 사용하던 유물을 볼 수 있다.
사데는 요한계시록에 다섯 번째로 언급된 교회다. 당시 체육관으로 쓰이던 김나시온과 아르테미스 신전, 유대교회당과 로마식 목욕탕 등의 유적이 남아 있다. 빌라델비아는 요한계시록에서 거의 유일하게 질타를 받지 않은 교회다. 교회 터에 현재 두 개의 기둥만 남아 있고, 주변으로 극장을 비롯한 여러 유적이 발굴되고 있다. 빌라델비아는 미국 필라델피아의 어원이라 알려져 있는데, 현재 지명은 알라셰히르(Alaşehir)다. 예부터 유명한 포도 재배지로 지금도 튀르키예에서 포도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곳이다.
일곱 교회 중 가장 마지막으로 언급된 교회는 데니즐리주(州)의 라오디게아다. 사실 이곳은 교회유적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히에라폴리스와 파묵칼레로 유명하다. 기원전 129년 로마에 점령당한 히에라폴리스는 아나톨리아인, 마케도니아인, 로마인, 유대인들이 함께 살던 국제도시였다. 이들을 기독교로 개종시킨 사도 빌립보(Philip)가 서기 87년 십자가형을 당한 곳이기도 하다. 석회암 노천온천 파묵칼레, 1만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원형극장과 고대 사원 등이 남아 있다.
최흥수 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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