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독점 깨 품질 높이려는 정부… “분양가 상승은 걱정”

세종=김민정 기자 2023. 12. 12.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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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독점’으로 주택 품질 낮아졌다고 본 국토부
“LH 품질·가격에서 선택받지 못하면 도태될 것”
중소기업 자재 탈피한 민간 아파트 ‘분양가 오르나’
인센티브 부여해 분양가 상승 막으려는 정부
국토부 “주택 기금 저리 지원·미분양 매입 확약”
김오진 국토교통부 1차관이 1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LH 혁신 및 건설 카르텔 혁파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간 건설사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짓던 공공주택 사업에 뛰어들 길이 열리면서 분양 가격이 상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LH가 시행하는 공공주택에는 중소기업 건설자재 등을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는데, 민간 건설사가 지을 경우 자재 가격부터 차이가 발생할 수 있는 등 원가 상승 요인이 많아서다. 정부는 LH와 민간 건설사 간의 경쟁으로 고품질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밝혔지만, 가격 상승을 막기엔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우려다.

국토교통부는 인천 검단신도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 주차장 붕괴 사고의 후속대책으로 ‘LH 혁신 방안’과 ‘건설 카르텔 혁파 방안’을 12일 발표했다.

정부는 LH 중심의 공공주택 공급구조를 LH와 민간 건설사가 경쟁하는 시스템으로 재편한다. 기존에는 LH가 단독 시행하거나 민간 건설사와 공동 시행했지만, 앞으로는 민간 건설사 자체 브랜드로 공공주택을 짓게 된다.

정부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이유는 공공부문 독점에 따른 경쟁 부족으로 주택의 품질이 낮아졌다고 보기 때문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현재 공공주택 사업시행자 중 LH가 공급량의 72%, 지방공사가 28%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는 LH가 짓는 공공주택은 소비자 선호가 반영되지 않은 ‘표준모델’에 따라 설계돼 품질이나 가격 차별화 없이 공급된다고 지적했다. LH는 분양·임대 유형별로 전용면적 59㎡, 84㎡ 등 평형별, 타입별로 표준 모델을 적용해 설계하고 있다. 게다가 LH의 전신인 주택 공사가 건설한 주공아파트는 ‘값싸고 튼튼하다’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최근 LH의 아파트는 부실시공 아파트 이미지가 더해졌다.

김오진 국토부 1차관은 “지금껏 독점적 지위에 있던 LH가 품질과 가격 경쟁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할 경우에는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도태되도록 해 자체 혁신을 끌어내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LH와 민간 건설사가 경쟁하는 구도로 가면 아파트 품질이 상향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입주자 만족도 등 평가 결과를 비교해 LH와 민간 건설사 중 더 잘 짓는 시행자가 더 많은 공공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향후 공급계획에 반영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 침체기에 먹거리가 부족한 중견 건설사들은 공공주택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전망이다.

지난 8월 오후 경기 파주시 운정신도시에 위치한 LH 아파트 무량판 철근 누락 보강공사 현장에서 관계자가 현장을 지키고 있다. /뉴스1

LH와 민간 건설사가 경쟁하면 주택 품질은 향상되지만, 분양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 LH는 중소기업 제품을 직접 구매해야 하는 의무가 있었는데, 민간 건설사는 직접 자재를 선택할 수 있어 건축비가 인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은형 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세보다 낮게 공급되는 공공주택은 일종의 사회안전망 기능을 한다”라면서 “단순히 민간이 공공과 동일한 비용으로 고품질의 주택을 만들라거나, 동일 품질의 주택을 더 저렴하게 만들 수는 없다”고 말했다.

무주택 서민을 위해 짓는 공공주택이지만, 민간 건설사는 수익을 추구할 수밖에 없어 분양 가격 상승이 동반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단지별 특화 설계나 신기술‧신공법 도입 등을 적용한 민간 건설사의 시공 방식이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땅을 저렴하게 매입해 대규모 단지를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공공주택 사업이 아무리 ‘원가 절감’이 관건이라고 하더라도, 민간 건설사 기술을 적용해 지을 경우 분양 가격 상승을 제어하긴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민간 건설사가 공공주택을 짓더라도 분양 가격 상승 요인이 적다고 밝혔다. 진현환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LH에 땅만 받으면 설계·시공·감리 모든 것을 수주한 시행사와 건설사가 자신의 브랜드로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것”이라며 “주택 기금을 저리로 지원하고, 분양이 안 될 땐 일정 부분을 매입하도록 약정하면 리스크도 줄고 공공분양 주택 가격도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는 민간 건설사가 공공주택사업자로 지정되면 공공택지를 감정가 이하로 매입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감정가 이하로 택지를 매각하면 민간사업자의 사업성이 보완될 수 있을 것”이라며 “지방 공공택지에서 미분양이 나면 LH가 환매 확약을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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