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불황 상징 해양플랜트, '친환경 바람' 타고 돌아온다

김도현 기자 2023. 12. 12.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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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장기불황의 상징이던 해양플랜트가 기지개를 켠다.

석유에서 해상풍력·액화천연가스(LNG) 등 친환경 에너지로 해양플랜트의 수요처도 변화하고 있다.

중국·일본 등도 관련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다양한 해상플랜트 수행 경험을 통해 축적한 노하우를 보유한 국내 조선업계는 글로벌 해상 환경 규제 강화와 RE100·탄소발자국을 위한 해상풍력시장에 적극 참여해 시장 리더십을 이어가겠단 전략을 수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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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이 건조 중인 해상풍력발전기설치선 'NG-16000X' 조감도/사진=한화오션


조선업 장기불황의 상징이던 해양플랜트가 기지개를 켠다. 석유에서 해상풍력·액화천연가스(LNG) 등 친환경 에너지로 해양플랜트의 수요처도 변화하고 있다. 가장 높은 수준의 건조 기술력이 요구되는 설비여서 국내로 주문이 집중된다. K조선의 새로운 먹거리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석유를 탐사·시추하는 수요가 줄면서 관련 설비 수주는 사실상 끊긴 상태다. 이미 탐사가 완료된 해상유전에 설치될 부유식 생산·저장·하역설비(FPSO) 생산 의뢰는 간간히 들어오지만, 드릴십과 같이 시추 장비 주문은 전무하다. 이들의 빈 자리를 해상풍력 설비 또는 LNG 탐사·생산 장비가 채우고 있다.

해양플랜트는 척(기)당 단가가 1조원에 육박하는 고수익 선종이다. 시장상황에 따라 악성 재고로 전락하기도 한다.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는 국내 조선업계는 간헐적인 슈퍼사이클에 의존하기보다 안정적 수익구조를 창출하려는 중장기 체질 개선을 시도 중이다. 석유시장보다는 향후 수요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친환경 해양플랜트에 집중할 계획이다. 업계가 해상풍력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다.

부유식 해상풍력선은 수심 50~60m가 한계인 고정식 해상풍력장치보다 깊고 먼 바다에 설치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대당 단가는 100억원 수준으로 2배가량 비싸지만, 드릴십과 같이 악성 재고로 전락할 가능성이 희박하다. 소음발생, 어획량 감소 등 민원 발생 가능성이 적어 지상·연안보다 대규모로 추진돼 프로젝트 수주에 따른 수익성 또한 높다.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쓰일 선박 주문도 병행된다. 지난해 한화오션이 수주한 해상풍력발전기설치선(WTIV)과 같은 전례 없던 선박 주문도 예상된다. 중국·일본 등도 관련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다양한 해상플랜트 수행 경험을 통해 축적한 노하우를 보유한 국내 조선업계는 글로벌 해상 환경 규제 강화와 RE100·탄소발자국을 위한 해상풍력시장에 적극 참여해 시장 리더십을 이어가겠단 전략을 수립했다.

HD현대는 2021년 한국선급(KR)을 포함한 글로벌 5대 국제선급과 10MW급 '한국형 해상풍력 부유체 모델' 공동 개발을 완료하고 제주·울산 등지에 추진되는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사업에 참여 중이다. 해상풍력 건설을 위해 꼭 필요한 해상풍력설치선(WTIV)에 친환경 엔진(힘센엔진)과 질소산화물 저감장치(SCR)를 공급한다.

한화오션은 WTIV 4척 수주를 계기로 해상 친환경 밸류체인 확장을 추진한다. 해상 발전·변전·송전 설비를 구축하고, 이곳에서 발전된 전력을 통해 수소·암모니아를 생산·이송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또 이와 연계한 해수담수화, 해양 소형모듈원자로(SRM) 시장에도 도전장을 낸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유럽·아시아 등지를 무대로 관련 사업을 키우겠단 복안이다. 최근에는 부유식 해상 풍력 상표권 '윈드하이브'를 출원하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인다.

삼성중공업은 현재까지 3척을 인도한 경험을 살려 2021년 WTIV과 대형 해상풍력부유체 독자 개발에 성공한 바 있다. WTIV 설계를 해외에 의존하지 않으면서 기술료 지급 및 장비 선정 제약에 따른 지출 부담을 줄이는 등 지속적인 경쟁력 제고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한 조선사 관계자는 "석유·천연가스를 탐사·시추·발굴하는 데 쓰였을 뿐 해양플랜트는 이를 넘어선 보다 포괄적인 개념으로 진화하고 있다"면서 "조선업 침체의 원흉으로 꼽혔으나 환경친화적 설비·기술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해양플랜트 사업도 폭넓게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현 기자 ok_k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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