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팔레스타인, 궁극의 전쟁은 ‘인구 전쟁’
미 학자, “결국은 출산율이 무기가 되는 ‘자궁 전쟁’”
여성 출산율 6.6명의 超강경 유대교파 인구가 이스라엘 내 인구 역전 막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0일 가자 지구(Gaza Strip)의 팔레스타인 무장테러집단인 하마스 대원들이 잇달아 투항하고 있다며, “전쟁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국민과 팔레스타인인들 간 싸움은 무력 충돌에서 결론이 나지 않는다. 궁극적으로는 ‘바다(지중해)와 강(요르단강)’ 사이에 위치한 지금의 이스라엘 영토와 가자 지구, 요르단강 서안(West Bank)라는 같은 공간을 놓고, 비슷한 인구 규모의 팔레스타인 아랍계와 이스라엘의 유대계가 다투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3월 기준으로, 이스라엘 영토 내 인구는 973만 명. 그러나 이 중에서 진짜 유대계 인구는 73.5%인 714만 명이고, 아랍계가 21%인 204만 명을 넘는다. 즉, 이스라엘 인구의 5분의1은 아랍계다. 이스라엘 독립 전부터 이 땅에 살던 이들의 후손이다.
팔레스타인의 아랍계는 이밖에 가자 지구 217만 명, 서안의 319만 명 등 이스라엘 영토 밖 팔레스타인 지역에 535만 명이 산다. 결국 이스라엘 영토 안에 사는 아랍계 인구와 합치면 734만 명이 돼, 이스라엘의 유대계 인구(714만 명)와 통계적으로는 동등한 숫자가 된다.
아랍계 주민은 1948년 이스라엘 독립 당시, 이미 이 지역에 197만 명이 살고 있었다. 유대계는 유럽으로부터의 적극적인 이주에도 불구하고, 독립 당시 63만 명에 불과했다. 또 세속적인 유대계 여성보다 전통적인 아랍계 여성의 가임 출산율이 훨씬 높았다.
그러다 보니, 오래 전부터 아랍계 인구가 팔레스타인 전 지역은 물론 이스라엘 내에서도 유대계를 넘어서, ‘유대계 민주주의 국가’로서 출발한 이스라엘의 정체성(正體性)은 곧 무너질 ‘시한폭탄(time bomb)’이라는 경고가 잇달았다.
이스라엘과 맞섰던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 야세르 아라파트 의장(2004년 사망)은 일찌감치 “나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아랍 여성의 자궁”이라고 했다. 미국 터프츠대의 국제관계학자인 모니카 토프트는 ‘출산율의 무기화’라는 면에서 이를 ‘자궁전쟁(wombfare)’라고 불렀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스라엘 내 유대계와 아랍계 인구의 역전(逆轉)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는 주로 유럽, 러시아와 남미 등 해외에 거주하는 유대계를 적극적으로 고국으로 꾸준히 이주 시켜온 알리야(aliah) 정책과, 유대교 초(超)정통주의인 하레디(haredi)파 인구의 급증에 따른 것이었다. 건국 이래 지금까지 334만 명의 해외 거주 유대계가 이스라엘에 정착했다.
한편, 하레디파 여성의 출산율은 6.6명. 이는 이스라엘의 일반 유대계 여성의 출산율(2.3명)은 물론, 팔레스타인 아랍계 여성 출산율(3.49명)보다도 훨씬 높다.
◇병역 의무 없고, 초강경파인 하레디…2050년이면 이스라엘 인구의 25%
하레디파(派) 남성들은 검은 중절모와 코트 차림에 구레나룻을 길게 꼬아 내린 유대교 근본주의자들이다. 창세기에서 신명기까지 모세 5경이라고 불리는 토라(Torah) 연구와 가르치기에 전념한다. 일부 자영업을 하기도 하지만, 본업은 경전 연구다.
인구 역전은 막았지만, 하레디 인구가 늘어나는 것은 이스라엘의 안보와 경제에 도움이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경전 연구가 본업이니 실제로 노동 하는 숫자는 적은데, 인구가 늘면서 정부가 보조해야 할 주택 수요는 늘어난다. 이스라엘 인구의 12%를 차지하는데도 전체 소득세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에 불과하다.
하레딤(하레디의 복수) 인구의 51%가 빈곤선 이하에 살며, 가구 소득의 26%는 정부에서 주는 각종 복지 혜택이 차지한다. 병역의 의무도 지지 않는다. 나라를 위한 기도 생활이 32개월의 의무 복무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주장을 편다. 최근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에, 군 경험이 전혀 없는 하레디 청년 약 2000명이 이스라엘방위군(IDF)에 자원 입대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기는 했다.
이런 하레디 인구가 2050년이 되면 전체 인구의 25%, 2065년에는 33%가 된다. 이들은 유대교 경전(구약 성경)에서 ‘유대와 사마리아’로 표현된, 고대 이스라엘 땅이었던 요르단강 서안을 팔레스타인 아랍계 인구에게 내 줄 생각이 전혀 없다. 이집트에서 해방된 유대 민족이 처음 가나안 땅 공략에 나선 예리코(여리고), 다윗왕이 처음에 왕위에 오른 헤브론 등 구약 성경의 대부분 지명이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서안과 가자에 팔레스타인 아랍계의 국가를 건설해, 이스라엘과 더불어 ‘2개의 국가(two-state solution)’가 존재하게 하자는 것이 유엔과 국제사회가 동의한 해법이다.
그러나 극우 초정통파 하레디 정당들과 연립한 네타냐후 정부는 이미 팔레스타인 독립국이 들어설 요르단강 서안에 150개의 유대인 정착촌 건설을 승인했고, 128개의 비(非)승인 마을도 들어섰다. 하레디가 갈수록 거대한 정치세력이 되면서, 이스라엘 정부는 더욱 극우적 성향을 띨 수밖에 없고, 이스라엘ㆍ팔레스타인 영토 분쟁은 그만큼 해결이 멀어진다.
◇팔레스타인 아랍계 여성 출산율은 9명→3명 선으로 내려가
요르단강 서안ㆍ가자 지구 팔레스타인 아랍계 여성의 출산율은 한때 9명에 달했다. 그러나 이후 도시화ㆍ교육화ㆍ피임 기구의 확산 등으로 현재는 두 지역의 평균 출산율은 3.49명으로 내려갔다. 이는 여전히 다른 아랍권 국가들의 여성 출산율보다 높다. 요르단 가임 여성의 출산율은 2.69명이다.
하지만, 이스라엘 외교관 출신인 요람 에팅거는 팔레스타인측 인구 통계는 결코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해외 거주 아랍계 인구가 이중으로 합산되고, 사망률은 현실보다 낮게 집계됐다는 것이다.
서안과 가자 지역 팔레스타인 아랍계 인구는 유대계 이스라엘 인구에 비해 훨씬 젊다. 아랍계 인구의 38%는 14세 이하 연령대다. 유대계 이스라엘 인구의 중간(median)나이가 43세인데 반해, 가자의 중간나이는 18세, 요르단강 서안의 중간 나이는 22세에 불과하다.
이들 아랍계 청년의 상당수는 무직이다. 남성은 전체 노동연령 인구의 21%, 여성은 30%가 실업자다. 가자 지구는 이 비율이 45%에 달한다.
어느 사회든, 부분적으로는 남성호르몬의 영향으로 15~30세 남성 인구가 많은 곳에서 살인과 같은 폭력적 갈등이 가장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독일의 사회경제학자였던 군나르 하인손(2월 사망)에 따르면, 한 사회의 경제활동 기회 제공이 인구 증가 추세를 밑돌면, 전쟁과 약탈과 같이 위험을 감수하려는 행동이 증가한다고 한다.
다른 인구 집단에 비해 젊은층이 훨씬 높은 반면에 가난한 이스라엘의 하레디(남성 중간 나이 22.6세ㆍ여성 23세)나 팔레스타인 아랍계 인구에게 상대방에 대한 비타협과 폭력은 그만큼 매력적인 유혹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미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이스라엘 영토 안에서 함께 사는 유대계와 아랍계 인구가 서로에 대해 품는 증오와 공포, 불신도 2년 전보다 훨씬 높아졌다는 여론 조사 결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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