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창작, 예술의 확장인가 새로운 예술인가 [맥락+]
싱귤래리티 논쟁➋
창작인가 모방인가
인간 지능 뛰어넘는 AI
인간 창작 돕는 도구일까
스스로 예술하는 존재일까
인공지능(AI)이 쓴 소설은 창작인가 모방인가. AI와 협업해서 만든 작품은 예술품인가 모조품인가. AI 작업이 늘면서 문학계ㆍ예술계에서도 심오한 질문들이 오가고 있다. 하지만 서로 다른 문학관觀이나 예술관觀이 충돌하면서 좀처럼 '합의점'을 도출해내지 못하고 있다. 다만 스마트폰이 등장한 이후 나타난 '콘텐츠 대폭발' 시대에 AI가 또다른 전환점을 부여하고 있는 것만은 사실로 보인다.
우리가 싱귤래리티(singularity) 1편에서 던진 질문은 다음과 같다. "인간의 예술은 모방인가, 창조인가. 인공지능(AI)이 이 세상 모든 작곡가의 음악을 학습하고 창의성의 패턴을 분석한 다음 새로운 곡을 만들어낸다면 그건 모방인가 창조인가."
1993년, 컴퓨터 과학자이자 공상과학 소설가인 버너 빈지(Vernor Binge)는 「다가오는 기술적 싱귤래리티: 포스트 휴먼 시대에 살아남는 법」이란 논문에서 싱귤래리티의 시기를 2005년으로 예상했다. 싱귤래리티의 사전적 의미는 '특이성' '특이점'이다. 기술 분야에서 싱귤래리티는 AI가 발전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기점을 말한다.
이 개념은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의 내장형 프로그램을 처음 고안한 미국 수학자 존 폰 노이만(John von Neumann), 영국 컴퓨터 과학자이자 AI의 선구자인 앨런 튜링(Alan Mathison Turing), 미국 컴퓨터 공학자인 버너 빈지 등이 이끌어 왔다.
최근 싱귤래리티의 미래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사람은 미국 컴퓨터 과학자이자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의 레이먼드 커즈와일(Raymond Kurzweil)이다. 커즈와일은 2005년 자신의 저서 「특이점이 다가온다(The Singularity Is Near: When Humans Transcend Biology)」를 통해 2045년이면 AI가 모든 인간의 지능을 합친 것보다 강력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론적으로 싱귤래리티를 뛰어넘은 AI는 불가능의 영역이 아니다. AI가 학습을 넘어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는 것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예정된 매리다. 오스카 샤프(Oscar Sharp) 감독은 지난해 컴퓨터 공학자인 로스 굿윈(Ross Goodwin)과 함께 AI가 작성한 시나리오로 만든 최초 영화 '선스프링(Sunspring)'을 제작했다.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인기를 끌었던 SF영화나 TV 프로그램 각본을 AI에 학습시킨 결과물이었다. 그렇다면 '선스프링'은 AI가 만들어낸 '창조물'로 보는 게 옳다.
다만, 여기서 우리가 논의해야 할 부분은 또 있다. 오스카 샤프는 "AI는 인간이 창의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창작 영역에서 AI는 인간의 위치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도리어 인간의 창의력을 높여주는 조력자 역할을 한다는 거다. 이는 AI의 싱귤래리티와 무관하게 누구든 AI의 도움을 받아 창작하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시사한다.
이는 스마트폰과 유튜브 등 SNS가 결합하면서 도래한 '콘텐츠 대폭발' 시대의 또다른 전환점이 될 것이다. 개인 취향을 반영한 미술ㆍ음악ㆍ문학이란 분야는 AI란 협업자를 만나면 좀 더 활성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AI와 협업한 예술가란 새로운 칭호를 받을 것이다.
AI의 창조성을 둘러싼 고민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뼈를 깎는 고찰로 봐야 한다. 이 고민을 통해 우리는 "예술가의 창조적 행위와 커뮤니케이션의 진정한 중요성은 무엇일까" "예술가와 AI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왜 무수히 연결된 SNS를 통해 콘텐츠를 창작하고 공유하는 행위를 거듭하는 걸까" 등 수많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AI는 예술의 확장을 의미하는 걸까, 아님 새로운 예술가의 출현을 뜻하는 걸까. <다음편에 계속>
공병훈 협성대 교수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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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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