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표 차 2위, 유일하게 수상 못한 참석자···박수쳐 준 박찬호가 더 큰 박수 받는 이유
박찬호(28·KIA)는 올해 시즌 후반기 들어 부쩍 ‘골든글러브’를 자주 언급했다. 꼭 받아보고 싶은 상, 그 기회가 가장 가까이 온 것 아닐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종점을 코앞에 두고 있던 10월4일에 시즌을 마감했다. 경기 중 투구에 팔을 맞았고 척골이 분쇄골절돼 수술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 한 달 전 손가락 부상도 빠른 속도로 털고 돌아와 최고의 시즌을 마무리 하기 위해 달리던 박찬호는 의지와 달리 일찍 멈춰서고 말았다.
가장 잘 달렸던 시즌이었기에 아쉬움이 더 컸다. 박찬호는 타율 0.301로 생애 첫 타율 3할을 넘겼고 30도루와 함께 득점권 타율 0.355 등 데뷔후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 유격수로서 수비로는 국내 최고 수준이지만 공격력에서 늘 아쉬움을 느꼈던 박찬호가 점점 발전한 끝에 가장 큰 성과를 확인한 시즌이었다. 박찬호는 골든글러브 후보에 올랐다. 가장 큰 경쟁 상대는 우승 팀 LG의 한국시리즈 MVP 오지환이었다.
우승 영광을 안은 상대를 이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 생각했지만 박찬호는 지난 11일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참석했다. 후보에 오른 적은 여러 번이지만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시상식에 이번에는 참석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박찬호는 정장을 차려입고 생애 처음으로 골든글러브 시상식의 한 자리를 채웠다.
스스로 예상했던대로 박찬호는 수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가장 거센 경쟁을 했다. 박찬호는 291표 중 41.2%인 120표를 받았다. 154표로 52.9%를 득표한 오지환에게 34표 차로 황금장갑을 내줬다. 대부분 포지션에서 80% 이상 압도적인 득표율로 수상자가 결정된 이번 골든글러브에서 박찬호는 최소 득표 차 2위였다. 그리고 행사에 참석한 선수 중 유일한 미수상자다.
시상식 전 “2위의 품격을 보여드리려고 왔다”고 웃음지었던 박찬호는 시상식을 마치고도 “못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게 아니라 못 받을 거라 생각하고 와서 그렇게 쓰리지는 않다. 한 번쯤 와보고 싶은 곳이었고 좋은 경험이었다. 그렇다고 ‘내년엔 꼭 받아야지’ 하고 마음 속에서 막 불타오르는 정도는 아니다”고 웃었다.
골든글러브는 공격과 수비 지표를 모두 기준으로 한다. 각 포지션별 1명씩에게 주어지다보니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수비 지표에서 앞선 박찬호는 공격력에서도 크게 뒤지지 않았기에 격전을 펼칠 수 있었다. 박찬호는 “골든글러브는 누구나 받고 싶은 상일 거다. 개인 타이틀은 해봤기 때문에 제일 큰 상이라 받고 싶었지만 시즌 끝나고는 냉정하게 판단해서 못 받는다고 생각한 것”이라며 “34표 차라 하니 다친 게 더 속이 상하기는 한다. 그래도 올시즌을 통해서 내가 잘 가고 있다는 확신은 생겼다. 늘 자신감은 있었지만 올해는 확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프로야구의 가장 큰 행사, 골든글러브 시상식에는 야구 관계자가 대부분 참석한다. 수상과 관계 없는 10개 구단 감독과 단장들도 모두 매년 꼬박꼬박 참석하지만 언제부턴가 주인공인 선수들은 수상자가 아니면 거의 참석하지 않고 있다. 이에 KBO도 수상자에게만은 미리 참석을 당부하며 귀띔해주는 분위기로 바뀌고 말았다.
밀린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참석했고, 참석자 중 홀로 수상하지 못했고, 가장 아쉬운 차이로 2등이 된 박찬호는 오지환이 수상자로 호명되자 밝게 웃으며 박수를 쳐줬다. 2등이 참석해 1등을 기쁘게 축하해주는, 정말 보기 어려워진 모습으로 시상식을 빛낸 박찬호에게는 더 큰 박수가 쏟아졌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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