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군 섬만 1004개' 돌아야 할까 말아야 할까...늦어지는 선거구 획정에 속 터지는 예비후보자들

하혜빈 기자 2023. 12. 12.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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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조/경기 동두천시연천군 출마 예정자]

“(선거구 확정이 늦어지는 것은) 유권자들에게 후보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도 완전히 없애버리는 것이고, 후보자 역시 어떤 정책으로 이 지역에 어떤 일을 하겠다는 건지, 전혀 그림이 그려지지 않은 채 나를 뽑아달라고 얘기하는 거예요. 21대 국회가 선거법 지키지 않은 것이나, 법을 어긴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최일곤/전남 목포시신안군 출마 예정자]
“신안군을 보통 '천사의 섬'이라고 합니다. 1004개의 섬이 있다는 뜻인데요. 1004곳의 섬을 돌아다니면서 선거운동을 하는 것이 쉽지가 않습니다. (갑자기 선거구가 변경되는 것은) 한마디로 시험 전날 시험 범위를 변경하는 꼴입니다."

선관위가 내년 4월 10일 총선에 출마할 예비후보자 등록 신청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선거일 120일 전인 오늘부터 기탁금과 관련 서류 등을 구비해 중앙선관위에 신청하면 됩니다. 그런데 정치 신인 중에는 지역구 의원 출마를 결심하고도 예비후보자 등록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선거구 획정 작업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앞서 지난 5일 중앙선관위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획정위)는 전국 253개 지역구 중 32곳의 선거구 변경을 권고했습니다. 인구 상한선을 넘는 곳은 나누고, 인구 하한선에 못 미치는 곳은 주변의 다른 지역구와 합치라고 한 겁니다. 이 같은 획정안은 선관위가 국회의장에게 제출하고, 이후 여야 합의에 따라 최종 확정해야 합니다. 하지만 여야가 선거법 개정안을 놓고 이견을 보이면서 국회 정개특위에서 처리해야 할 선거구 확정 작업도 시일을 넘기게 됐습니다.

그러자 내년 총선 출마 준비를 하는 여야 정치 신인들은 한목소리로 답답함과 불편함을 호소했습니다. 현역 정치인들의 이권 다툼에 원외 예비 후보자들만 더욱 불리해지고 있다는 겁니다.

국민의힘 소속으로 경기 동두천시·연천군에서 출마 준비를 하던 손수조 출마 예정자는 “경기 출전을 일주일 앞두고 팀 소속이 바뀐 것이나 다름없다”며 당혹감을 표시했습니다. 그러면서 “동두천시와 연천군 중 어느 쪽으로 후보자 등록을 해야 할지 몰라, 출근 인사 등 선거 운동을 어디서 해야 할지, 사무실은 어디에 내야 할지도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현재 선관위는 동두천시·연천군, 양주시, 포천시·가평군으로 나뉘어 있던 선거구를 동두천시·양주시 갑·을과 포천시·연천군·가평군으로 조정하라고 권고한 상태입니다.

전남 목포시에서 출마를 준비하는 최일곤 출마 예정자 역시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최 출마 예정자는 획정안에 따르면 목포시뿐만 아니라 신안군에서도 선거 운동을 해야 합니다. 획정위가 목포시와 신안군을 합쳐 '목포시·신안군'으로 선거구를 조정하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최 출마 예정자는 "갑자기 배를 타고 신안군에 있는 섬 곳곳을 다녀야 하는데 정말 막막하다"면서 “당장 만들어 놓은 명함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오늘부터 시작된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예비 후보자 등록 〈사진=연합뉴스〉
통상 현역 국회의원이 아닌 출마 예정자들은 예비후보자 등록을 하지 않으면 현수막을 걸거나 선거사무소를 설치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획정위 측은 “국회에서 선거구 획정에 대한 논의가 진전되어, 조속히 선거구가 확정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되는 상황이 해소되길 바란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정작 선거구 획정안을 두고 논의해야 할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다음 회의 일정조차 정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뿐만 아니라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비롯한 현안들도 산적해 있어, 당분간 선거구 관련 논의가 여야 간에 어떻게 진행될지 전망하기는 더욱 어려운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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