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한장] 눈(雪)을 기다리는 사진가들
올해는 눈이 많이 내린다고 한다. 성인이라면 교통 체증과 빙판길 사고를 불러오는 눈을 반기지 않지만, 어린아이와 연인 외에 눈을 기다리는 이가 또 있다면 사진가들이다. 사진에서 하얀 눈은 불필요한 색과 선을 정리해 주고 눈 위로 반사된 빛은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내기 때문이다.
오늘 강원도 산간에는 대설 경보가 내렸지만 기자도 밤새 함박눈이 내린 뒤 운 좋게 날이 활짝 개인 어느 해 겨울날 아침 해가 뜨는 모습을 담을 수 있었다. 당시 눈 예보만을 기다렸다가 눈이 내리기 시작하자 설레는 마음으로 서울에서 강원도 동해시 묵호항으로 달려갔다. 이미 한 번 시도했지만 눈이 많이 오지 않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었다. 위 사진을 찍기 몇 주 전 촬영했던 묵호항 야경은 다음과 같다.
이 날도 눈이 제법 왔지만, 동해 지역의 기온 특성상 눈이 금방 녹아서 설국으로 변하진 못했다. 자세히 보면 그래도 지붕을 덮은 하얀 눈들이 제법 있다. 물론 이 정도 느낌도 나쁘진 않지만 신비로운 아우라가 느껴질 정도는 아니다. 2016년 당시만 해도 강원도 묵호항은 야경이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프로 사진가가 아닌 일반 시민이 찍은 사진 한 장을 보고 이곳에서 백설의 야경을 찍을 수 있다면 귀한 사진이 될 것이란 느낌을 받았고 수차례 찾아갔다.
눈길을 헤치며 달려갈 때는 날이 너무 흐려 깨끗한 야경사진을 얻지 못하진 않을까 걱정됐지만, 저녁시간 잠깐 적당히 날이 개면서 먼 바다의 수평선까지 보이는 설경 야경사진을 얻을수 있었다. 눈에 완전히 덮히지 못했던 이전 사진과 비교했을때 확실히 정리된 아름다움이 있다.
그래서 매년 겨울이면 눈이 내리기를 기다린다. 새로운 세상을 내려줄 눈을 기다리는 사진가의 마음은 동심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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