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규제에도 AI칩 자급률 높이는 中…韓 반도체업계 전략은
美제재에 AI반도체 기술개발 속도 빨라..우려 목소리도
"우리 팹리스, 中 'AI·자율주행' 시장 개척해야"
삼성·SK, 출구전략 고심 중…中메모리 격차 벌려야
[이데일리 최영지 조민정 기자] 미국이 대중(對中) 반도체 수출규제 기조를 강화하고 있음에도 중국의 자국 내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첨단제품 자급률이 생각보다 빠르게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반도체기업들의 경우 미국 규제에 대응하는 중국 출구전략을 세우면서도 중국 시장을 빠르게 개척하는 식의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12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중국 화웨이가 최근 AI반도체인 ‘910B 어센드’를 출시하며 중국 내 AI 반도체 칩 생태계의 기반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미국 제재로 AI반도체 수입에 난항을 겪고 있는 중국 기업들에 910B 어센드가 엔비디아의 ‘A100’ 대체품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 포털기업 바이두는 지난달 어센드910B 1600개를 대용량 주문했고 화웨이의 파트너사인 아이플라이텍은 이를 사용해 AI 모델을 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렌드포스는 “중국은 미국의 제재 탓에 VVAT로 불리는 4대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바이두·바이트댄스·알리바바·텐센트)가 AI반도체 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바이두의 경우 지난 2020년 AI반도체 ‘쿤룬’을 자체 개발한 데 이어 오는 2024년에는 ‘쿤룬 3세대’를 출시할 예정이다.
우리 반도체 업계에서도 중국의 AI반도체 개발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형준 서울대 명예교수 겸 차세대지능형반도체지원단장은 “미국의 제재로 중국이 자체 기술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으며 이 기술 개발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다”며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말했듯 이 제재가 오히려 중국의 AI반도체 기술력을 높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렌드포스도 “알리바바는 올해 이후 내부 자원을 더 활용해 알리바바 클라우드 AI 인프라를 위한 차세대 주문형 반도체(ASIC)의 독립적인 설계 능력을 향상시킬 것”이라며 “중국이 완전한 AI 생태계를 개선하고 구축할 수 있는 잠재력은 여전히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장에선 엔비디아의 A800 시리즈와 비교해 화웨이의 어센드 910B의 성능이 다소 뒤처진 데다 소프트웨어 생태계 장악력에도 큰 차이가 있다고 본다. 트렌드포스는 “화웨이칩을 생산하는 SMIC가 여전히 극자외선(EUV) 장비 도입에 미국 제재를 받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언급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중국의 첨단반도체 기술력에는 한계가 있어 결국 범용제품 개발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제재가 지금보다 강화할 경우 중국 기업들의 자국 반도체 탑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우리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 등 반도체회사들이 이 같은 상황을 활용해 중국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중국 내 첨단 제품 제재 대상이 아니면서도 AI, 자율주행에 필요한 반도체 수요가 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 팹리스들의 시장점유율을 중국에서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어 “텔레칩스의 경우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자율주행 반도체를 만들고 있으니 중국 내 자동차회사 내 공급을 노려볼만 하다”며 “다른 팹리스 역시 범용제품뿐 아니라 엣지용 신경망처리장치(NPU) 등을 공급할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실제 우리 팹리스들은 최근 중국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 등 관계자들과의 미팅을 통해 중국 기업과의 협력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설계자산(IP) 업체들도 중국 내 IP 매출이 늘고 있으며 내년 온디바이스 AI 시장이 개화하며 중국 내 매출비중이 점차 늘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중 갈등 관련 중국 팹 내 장비반입 규제 변수와 불확실성이 지속하고 있어 중국 출구전략을 고심 중이다. 또다른 재계 관계자는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하면서도 출구전략을 고민 중일 것”이라며 “첨단 메모리의 경우 YMTC와 창신메모리 등이 미국 규제로 난항을 겪는 상황에서 기술 격차를 더 벌려야 한다”고 했다.
최영지 (you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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