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주택 사업 민간 개방…건설사들 '새 사업 기회' 셈법 복잡
"항후 공공시장 예측 쉽지 않아…시뮬레이션 진행중"
[서울=뉴시스] 강세훈 기자 =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독점해 온 공공주택 사업권을 민간에 개방한다. 공공과 민간의 경쟁을 통해 공공주택 품질을 높이겠다는 게 정부 복안이다. 민간 건설사에는 새로운 사업 기회가 열리는 셈이다.
국토교통부가 12일 발표한 'LH 혁신 방안 및 건설 카르텔 혁파 방안'에는 민간사업자에게 '공공주택 시행' 역할을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지난 4월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를 계기로 잇달아 불거진 '철근 누락' 사태의 원인이 LH의 공공주택 독점 공급 구조에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현재 공공주택 사업시행자는 LH가 전체 공급량의 72%, 서울주택도시공사(SH)·경기주택도시공사(GH) 등 지방공사가 28%를 차지하고 있다. LH가 공공부문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발주 규모도 2020년 15조7900억원, 2021년 9조6600억원, 2022년 9조9400억원 등 연간 10조원으로 공공주택 시행자 중 최대 규모다.
LH의 이런 높은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독점 카르텔이 형성됐다고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LH의 대규모 물량을 수주하기 위해 전관을 채용하는 사례가 늘고, 전관업체의 수주로 연결되는 카르텔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LH 수주업체 중 업계 순위가 현저히 낮은 전관업체가 다수 존재하는 등 전관 여부가 수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 속에 LH가 공급해야 하는 공공주택 물량이 늘어날수록 건설과정에 대한 관리 소홀이나 감리 부실, 하자빈발 등 악순환이 발생한 것이다.
최근 발생한 철근 누락 사태가 대표적이다. 민간 무량판 단지에서는 철근 누락 등 부실이 없었지만 LH의 경우 다수의 단지에서 철근누락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따라 그동안 LH 중심으로 운영했던 공공주택 공급구조를 LH와 민간의 경쟁체계로 개편하는 것이다.
공공주택 공급 방식은 현행 공공(LH) 단독 시행 방식과 민간 참여 공동 시행 방식에 더해 새롭게 '민간 건설사 단독 시행' 방식이 추가된다. 본격적인 민간 경쟁 도입은 내년 '공공주택법' 개정 이후 추진되는 공공주택 사업부터다. 해당 사업의 지구계획 수립 시 반영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급주체별 비교경쟁을 통해 선호도 높은 고품질 브랜드의 공공주택을 저렴하게 공급하고, 민간 역량 활용으로 공급계획도 조기달성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민간 단독 시행 방식은 민간사업자가 시행 주체가 되고 택지를 분양받아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공공주택 브랜드도 국민이 선호하는 브랜드를 사용하게 된다. 공공주택도 '래미안', '힐스테이트', '자이' 등 사업자 자체 브랜드를 달게 되는 것이다.
이번 경쟁 체제 도입은 건설업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셈법 계산이 분주하다. 새로운 사업 기회가 열린 것은 분명하나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공시장이 개방되면 현재 공공아파트 시공에 참여하는 중견사들은 시장에 들어올 만 하다"면서도 "단순히 민간이 공공과 동일한 비용으로 고품질의 주택을 만들라거나, 동일 품질의 주택을 더 저렴하게 만들라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A건설사 관계자는 "공공시장을 민간에게 열어준 것 자체로는 기회가 될 수 있겠지만 수익성을 어느 정도로 담보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라며 "현재로서는 사업 참여 여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대체로 건설사들은 공공 시장 참여 여부가 향후 정부의 구체적인 유인책에 따라 활성화 여부가 갈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공공택지를 확보해 주택사업을 적극적으로 해온 일부 건설사들은 오히려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수익성 하락을 걱정하는 모습도 나타난다.
중견 B건설사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공공시장이 완전히 열리지 않았기 때문에 관심 있는 일부 건설사들이 참여했다면 이제는 더 많은 건설사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시장이 어떻게 전개될지, 또 사업을 어떻게 추진할지 내부적으로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LH 공적 기능 축소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C 건설사 관계자는 "LH의 공공주택 사업은 영리 목적을 떠나서 주택을 공급하는 역할을 해온 만큼 과감한 투자가 가능했던 것인데 자율경쟁이 도입되면 상품성이 올라갈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 공공주택 사업이 중심 없이 좌지우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의 인센티브가 과도하면 민간 건설사에 대한 특혜 시비가 불거질 여지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은형 연구위원은 "민간에게 사업 참여 요인으로 인센티브를 너무 크게 주면 특혜시비가 제기될 것이고 사업성이 너무 떨어지면 참여업체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간 다른 분야에서 논란이 됐던 민영화 사례에 비춰보면 공공주택 공급구조 재편의 경우 민간에 개방되는 부분이 정확히 공공주택 분야 전체의 경쟁력 강화 또는 사회적 이익 증가로 연결될 수 있을지를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kangs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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