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유의 소통능력 앞세워 … 금융계에 40년 헌신한 '승부사'

박나은 기자(nasilver@mk.co.kr) 2023. 12. 12.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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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로상 / 박종복 SC제일은행장
문자·SNS로 업무 보고 받고
예고없이 영업점 찾아가 소통
"잘하는 분야에서 성과 내자"
디지털·네트워크·부유층 집중
핀테크사와 '초융합'도 추진
취임후 자산 56조→95조 급증

2023년 대한민국 금융대상 공로상은 박종복 SC제일은행장에게 돌아갔다. 박 행장은 1979년 제일은행에 입행한 이후 지금까지 40년 넘게 금융인으로 헌신해온 대한민국 금융계의 큰 어른이다. 한국인 출신 첫 SC제일은행장인 그는 최근 은행장 4연임에 성공하며 장수 은행장 대열에 합류했다.

SC제일은행은 전신인 제일은행의 전통에 SC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더한 '국제 하이브리드 은행'이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 교두보 역할을 하면서 국내 고객들에게 혁신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해야 합니다."

2015년 1월 박 행장이 첫 임기를 시작하면서 임직원들에게 처음으로 내건 화두다. 취임 초기부터 이를 강조해온 결과 SC제일은행은 최근 끊임없는 혁신과 성장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박 행장 취임 1년 만에 외국인 은행장 재임 시 적자였던 연결 당기순이익이 흑자로 돌아섰고, 자산 규모도 2015년 56조4317억원에서 2023년 3분기 기준 95조5054억원까지 급증했다.

SC제일은행의 성장은 박 행장이 SC그룹의 글로벌 규범과 경영방식을 국내 1위였던 제일은행의 역량과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끌어낸 결과다. 그는 '초융합'도 강조하며 은행이 타 금융 업종과의 제휴를 통해 다양성을 확보하고 경계를 허물어야 생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SC제일은행은 여러 업종과의 제휴를 추진해 핀테크 기업, 카드사 등과 전략적 협업을 시행하는 중이다.

박 행장은 SC제일은행의 DNA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DNA는 Digital·Network·Affluent(디지털·네트워크·부유층)의 첫 글자를 딴 글자로, SC제일은행이 강점을 가지는 분야다. SC제일은행은 선제적인 비대면 디지털 금융 환경을 구축하고 있으며, 핀테크 업체와의 협업을 강화해 고객에게 편리한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또 모기업 SC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비즈니스 역량을 활용해 한국 기업의 해외 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가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기업금융 분야에서 SC그룹이 쌓아온 전문성과 노하우를 활용해 독자적인 기업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자산관리 서비스에도 강점을 가져 국내 자산관리(WM) 시장에서 새로운 고객층으로 떠오른 부유층을 위한 상품 개발과 서비스 강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기도 하다.

박 행장 취임 이후 최근 기업에 필수로 요구되고 있는 ESG(환경·책임·투명경영)에도 힘 쓰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 녹색건축 인증 건축물에 차별화된 금융상품 정책을 적용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숲 생태계를 복원하고 멸종 위기 수종을 살리는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 결과 SC제일은행은 한국ESG기준원 지배구조 평가에서 2021년 시중은행 최초로 2년 연속 지배구조 우수기업 단독 대상을 수상한 데 이어, 2022년과 2023년 시중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A+등급을 부여받았다.

40년 넘게 금융계에서 일하며 한국 금융계의 큰 어른으로 자리 잡은 박 행장의 가장 큰 매력은 '소통할 줄 아는 리더'라는 점이다. 그는 소통하는 것이 평생의 업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는데, 주변인들은 그를 "항상 현장으로 달려가 특유의 공감 능력과 진솔함으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고령임에도 여전히 문자나 SNS 메시지로 업무보고를 받고, 예고 없이 영업점을 방문하는 등 격의 없이 소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40년 넘게 신뢰를 쌓아온 덕분에 국내 산업계는 물론이고 정치권, 금융당국 내 인맥도 두텁다.

현재 SC그룹 내 금융회사 중 인수 전 이름이 붙어 있는 곳은 한국밖에 없는데 이것 역시 박 행장의 공이다. 승부사 기질을 갖춘 박 행장이 빌 윈터스 SC그룹 회장을 직접 찾아가 "한국에서 소매금융사업을 하려면 토종 브랜드인 '제일'을 사용하게 해달라. 그러지 않으려면 차라리 소매금융을 포기하라"고 제안한 것이다. 당시 현직에서 물러날 위험도 있었지만 윈터스 회장이 박 행장의 손을 들어주며 지금의 이름이 탄생했다. 소탈하면서도 금융계 큰 어른이라는 위상에 걸맞은 인품과 능력을 갖춘 박 행장은 "지난 40여년간 일해온 것만큼 더 잘하고 열심히 하라는 의미에서 상을 주셨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한국 금융 산업이 꾸준한 혁신을 통해 성장해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박종복 SC제일은행장

△1955년 충북 청주 출생 △1974년 청주고 졸업 △1979년 경희대 경제학과 졸업, 제일은행 입행 △소매영업 및 주요 대기업 RM, 전략마케팅부, 주택금융부, PB센터, 소매영업부, 프리미엄뱅킹부 등 관리자 역임 △2007년 SC제일은행 영업본부장 △2014년 SC제일은행 리테일금융총괄본부장 △2015년 1월 SC금융지주 회장 겸 SC제일은행장 취임 △현재 SC제일은행장

[박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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