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엔 3열 넉넉 '패밀리카'… 주말엔 산길 타는 '오프로더'
5m 넘는 전장 가장 긴 모델
널찍한 3열 성인 2명 거뜬
389ℓ 트렁크 넓은 수납공간
푹 파인 험지·경사에 강해
37도 기울어진 내리막도 안전
지프 '랭글러', 메르세데스-벤츠의 '지바겐(G클래스)'이 각각 미국과 독일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오프로더라면, 영국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오프로드 차량은 랜드로버 '디펜더'다.
공식적으로 디펜더라는 명칭을 쓴 것은 1990년이지만 1948년 각진 외형과 산악 지형 등 험지 주행을 목표로 하는 오프로드 전용 차량으로 만들어진 '랜드로버 시리즈 1'의 정체성을 잇는 만큼 70년이 넘는 역사를 지켜온 랜드로버의 대표 모델이기도 하다.
'디펜더'라는 이름 그 자체가 브랜드가 된 만큼 2015년에 단종됐음에도 해외에서는 1세대 디펜더를 리스토어하거나 튜닝해서 새 차처럼 몰고 다니는 디펜더 마니아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1세대 디펜더의 팬으로 유명한 영국 화학기업 이네오스의 제임스 랫클리프 회장이 1세대 디펜더의 재생산을 랜드로버 측에 요구하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직접 '이네오스 오토모티브'라는 회사를 설립해 외관이 흡사한 '그레나디어'를 출시한 것은 디펜더의 브랜드성을 보여주는 유명한 일화다.
그런 만큼 2019년 9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랜드로버의 2세대 디펜더가 공개됐을 당시 반향은 작지 않았다. 풀체인지를 맞은 디펜더는 1세대 디자인의 특징인 칼로 썰어낸 듯 직선으로 뚝 떨어지는 후면부를 그대로 가져오는 등 디자인 헤리티지를 잘 살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첩보영화 '007'과의 협업으로 만든 광고에서는 차량이 언덕을 도약해 한 바퀴를 구른 후에도 멀쩡하게 가속해 나가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오프로드 차량으로서의 정체성을 계승했음도 드러냈다.
2세대 공개 이후 4주년을 맞은 디펜더는 올해 3월 3열까지 갖춘 '디펜더 130'을 국내 출시했다. 디펜더 130은 크기로 구분되는 3종의 디펜더 중 가장 전장이 긴 모델이다. 가장 작은 '디펜더 90'은 2도어, 중간 크기의 '디펜더 110'은 4도어로 2열까지 갖췄다면 디펜더 130은 5m가 넘는 전장에 3열을 갖춘 준대형급에 속한다.
디펜더 130은 레저, 오프로드라는 기존의 정체성에 3열 거주성도 확보해 패밀리카로서의 성격까지 얹은 차량이다. 3열을 확보한 보통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영유아를 태우기에도 벅찬 '무늬뿐인 3열'을 마련하는 것과 달리 디펜더 130은 레그룸이 80㎝를 넘기는 수준의 3열 공간을 확보해 성인 2명이 앉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그뿐만 아니라 3열에도 열선 시트, 암레스트, USB-C 타입 충전기를 마련해 3열에 탑승한 승객이 장거리를 불편함 없이 주행할 수 있도록 했다. 뒤 차축에서 차량 후미까지의 길이를 의미하는 리어 오버행이 전작 대비 34㎝ 늘어난 만큼, 3열까지 손님을 앉히고도 389ℓ를 트렁크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게 패밀리카로서의 장점이다. 2열과 3열을 모두 접으면 2291ℓ에 달하는 수납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길어진 전장에도 오프로더의 정체성을 놓지 않았다는 점 또한 주목된다. 오프로드 차량은 아래로 푹 파인 지형을 넘을 때 차량의 앞뒤 기울어짐이 심한 만큼, 바닥면과 닿지 않는 각도로 범퍼부를 조각하는 게 중요하다. 디펜더 130은 경사면을 내려갈 때 지면으로부터 최대 37.5도 기울어진 상태에서도 범퍼부의 지면 접촉 없이 주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고, 경사면을 올라갈 때 역시 지면으로부터 28.5도 기울어진 상태에서 주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디펜더 130 모든 트림에 적용된 에어 서스펜션 시스템을 통해 차체를 최장 145㎜ 들어올릴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최장 수심 90㎝의 강을 건널 수 있다는 게 랜드로버 측 설명이다.
디펜더 130 모델 가격은 'P400×Dynamic HSE' 트림이 1억4217만원, 'D300×Dynamic HSE' 트림이 1억3707만원으로 책정됐다.
[박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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