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읽기] 정부의 세수 추계 오차와 국회의 예산권

2023. 12. 1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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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화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서울=뉴스1) = 국회와 정부는 예산 과정을 책임지는 두 축이다. 우리 헌법은 예산에 대한 권력분립을 위해 예산 편성에 대한 권한을 정부에, 예산안의 심의·확정에 대한 권한을 국회에 부여한다. 헌법은 또한 예산 과정을 책임지는 두 주체 간 상호 견제를 위해 정부의 동의 없이 국회가 지출예산 각항을 증액할 수 없도록 제한하며, 정부의 국채 발행 한도는 국회의 의결을 얻도록 규정한다. 정부가 세부 사업 예산의 증액이나 새 비목 설치 요구에 대해 거절할 권한을 갖는다는 점에서 예산을 둘러싼 의사결정에서 국회의 권한은 통상 총지출 및 국채 발행 한도의 결정에 집중하여 행사된다. 다만 지출 규모나 국채 발행 한도에 대한 국회 심의는 정부가 제출한 세수 추계를 기준선으로 삼기 때문에 재정 총량에 대한 국회의 의사결정은 정부 예산안에 의해 강하게 제약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최근 세수 추계 오차의 폭이 여·야·정 합의의 결과물로 확정된 최종 예산안을 무력화하는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세수 오차(본예산 대비 세수오차율)는 2021년 61조원(21.7%), 2022년 53조원(15.3%)에 달했으며 올해 역시 59조원(14.8%)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세수 오차가 커진 주요 원인으로 기업실적 악화, 자산시장 침체, 경기 둔화 등 대내외 경제 여건 악화를 꼽았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증가와 "예측하기 어려운" 경기변동이 세수 오차의 폭을 키웠다는 설명이다. 반면 국회 예산정책처의 최근 보고서 '세수오차의 원인과 개선과제'는 거시지표 전망이나 세수 예측 모형과 같은 기술적 요인에 더해 재정당국의 거버넌스 문제가 재정 전망의 편향성을 증폭시킬 가능성을 제기하였다. 세입 전망 조직이 경제정책 및 지출예산 편성 조직에 통합되어 있는 경우 세입 전망에 정부의 정책 의지가 개입할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세수 오차가 정부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반대 방향의 편향성을 갖는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러한 주장은, 김영삼 정부 이후 지난 30년간 대규모 세수 오차(세수오차율 5% 이상)가 확인된 해는 모두 13개년도인데 이 중 세수 결손 오차가 발생한 6개년도는 모두 보수정부 집권기였던 반면 초과 세수 오차는 총 7개년도 가운데 6번이 진보성향 정부의 집권기였다는 분석에 근거한 것이다(한겨레신문 '[전문가리포트] 신현호의 경제가 정치를 만날 때').

그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대규모 세수 오차는 추경예산의 편성이나 합의되지 않은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예산 과정의 신뢰도를 낮추고 국회의 예산권을 제약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에 대해 일차적으로는 세수전망모형을 고도화하고 국세 정보의 활용 범위를 확대하는 등 방법론의 관점에서 오차를 축소하려는 노력이 이루어져야 한다. 제도적으로는 예산안 확정 시점을 고려하여 세수 전망의 시기와 빈도를 조정하는 한편 외부기관 평가나 자체적 사후평가서 작성을 통해 전망 결과에 대한 정책당국의 책무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돌발변수에 의해 불가피하게 대규모 세수 오차가 발생하였다면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재정 운용상 왜곡을 최소화하기 위한 사후적 보완 장치들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국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된 본예산의 10% 이상을 재정당국이 재량적으로 처리하는 것은 국회와 정부에 예산 권한을 배분한 헌법 정신을 위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술한 국회 예산정책처의 연구는 특히 대규모 세수 결손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채 세출 감액 사업을 자체적으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행정부의 재량권이 과도해질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이에 대한 보완 방안으로는 세입 상황과 전망을 국회와 공유한 후 세입 보전 추경, 세출 감액 추경, 세출 조정 등 세수 오차의 사후 처리 방식을 논의하는 절차를 마련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한편 정부의 세수 오차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조건에서라면 재정당국이 도입하고자 하는 재정 준칙이 국회의 예산권을 더욱 무력화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할 대목이다. 예컨대 2023년 발생한 세수 오차 59억원은 명목 GDP(성장률을 3.7%로 가정)의 약 2.6%에 해당한다. 재정 준칙 논의의 대표적 총량 지표인 관리재정수지의 한도가 GDP 대비 3%임을 감안하면 정부의 세수 오차만으로도 재정 준칙을 위배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대규모 세수 오차에도 불구하고 관리재정수지 3% 비율을 경직적으로 적용한다면 세수 오차의 사후 처리를 세출 구조조정에만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 경우 국회는 추경이나 세출 구조조정 등 세수 결손 처리를 위한 의사결정과정에서 배제되며 헌법이 부여한 예산권을 책임 있게 수행하는 것도 어려워지게 된다. 결국 세수 오차의 책임이 정부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전가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는 것이다. 정확한 세수 추계가 책임 있는 예산 과정의 출발점이자 기준선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한다.

/이선화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미래읽기 칼럼의 내용은 국회미래연구원 원고로 작성됐으며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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