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없이 ‘공공’주택 짓는다…순살 아파트 걸리면 즉시 퇴출

서진우 기자(jwsuh@mk.co.kr) 2023. 12. 12. 15:5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토부 LH 카트텔 혁파안
민간과 완전 경쟁체제 구축
설계·시공·감리 선정권 이관
내년 법 개정후 적용될 전망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앞으로 공공주택 공사에 민간 건설사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끼지 않고도 단독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연간 10조원 규모 공공주택 공사를 독점 발주해온 LH의 권한과 업무 범위가 대폭 축소된다. LH가 발주한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이 올해 4월 붕괴한 후 8개월 만에 정부가 ‘LH 혁신과 건설 카르텔 혁파안’을 12일 내놨다.

국토교통부가 이날 발표한 안에 따르면 공공주택 시장을 완전경쟁 체제로 만들어 LH 주택 품질이 민간 건설사 주택 품질보다 떨어지면 시장에서 퇴출당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된다. 이는 내년 3월 공공주택법 개정안과 내년 하반기 주택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추진된다.

진현환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공공주택 건설 시장에 경쟁 체제가 도입된 후 기존에 LH가 도급을 주는 방식보다 민간 건설사가 직접 시행하는 방식의 주택 품질이 더 좋다면 앞으로 LH는 토지 공급만 하고 주택 건설 사업에서는 손을 떼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LH 권한을 빼는 정책은 전방위적이다. LH가 주택 건설 과정에서 독점해온 설계·시공 업체 선정 권한은 조달청, 감리 업체 선정 권한은 국토안전관리원(법개정전까진 조달청)으로 넘어간다. 2급 이상 LH 고위 전관이 취업한 업체는 LH사업 입찰이 전면 금지되고 LH 퇴직자의 재취업 심사는 기존 3급 이상 퇴직자에서 2급 이상 퇴직자로 크게 늘어난다. 업체 선정 권한 이전은 당장 내년 3월부터, 퇴직자에 대한 사항은 내년 3월 LH법과 공직자윤리법 개정 발의를 통해 추진된다.

LH가 설계하는 모든 아파트는 착공 전 구조 설계를 외부 전문가에게 받아야 한다. 구조도면 등 안전과 직결되는 항목은 대국민 검증을 받을 수 있도록 전면 공개된다. 특히 LH 현장에서 철근 누락 등 주요 안전 항목을 위반한 업체는 LH사업을 일정 기간 수주할 수 없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적용받는다. 유삼술 국토부 토지정책과장은 “골조 안전사고 등 주요 경우만 추려내 1번이라도 위반하면 3~6개월가량 LH 사업을 하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설 카르텔을 혁파하기 위한 대책은 주로 설계와 시공, 감리 간 상호 견제 시스템을 통해 이뤄질 예정이다. 우선 감리가 건축주와 건설사에 예속되지 않도록 허가권자인 지방자치단체가 감리업체를 더 많이 선정할 수 있도록 규정이 바뀐다. 현행 주택에 한한 지자체의 감리업체 선정권을 다중 이용 건축물로도 확대하는 것이다. 실력과 전문성이 우수한 감리는 국가인증 감리자로 선정되고 이들은 고층·대형 공사의 책임감리로 우대된다.

건축사와 구조기술사의 ‘분리 발주’도 이뤄진다. 설계 업무는 건축사가 총괄하지만 현재 건축사가 작성하고 있는 구조도면은 구조기술사가 작성하도록 변경해 작성 주체와 책임을 명확히 구분하기로 했다. 공공 공사에만 적용되던 건설사의 설계 검토 의무가 민간 공사로도 확대된다.

김오진 국토교통부 1차관(맨오른쪽)이 1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LH 혁신과 건설 카르텔 혁파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철근 배근이나 콘크리트 타설 등 주요 공정은 국토안전원 등 공공이 현장을 점검한 뒤 후속 공정이 진행되도록 부실 시공 원천 차단책도 동원된다. 불량 골재 유통 차단을 위해 채취원부터 현장 납품까지 골재 이력 관리 시스템이 도입된다.

지자체 건축위원회는 사업 인허가 때 공사 기간과 대가(공사비) 적정성을 의무적으로 검토한다. 이를 통해 공사비 삭감이나 과도한 공사 기간 단축 등을 사전에 막을 계획이다.

불법을 저지른 건설사에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 배상이 부과되는 점도 주목된다. 불법의 기대비용이 기대이익보다 더 큰 구조로 전환하기 위해 정부는 안전과 품질 실적에 따라 건설공제조합의 건설공사 보증료율을 차등화할 방침이다.

김상문 국토부 건설정책국장은 “징벌적 손해 배상 부과 대상에는 건설사의 불법 하도급과 부실 시공, 사망 사고 발생뿐 아니라 수분양자의 피해 부분까지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 카르텔 혁파를 위한 설계·시공·감리 균형책은 내년 중 건축법 등 관련법 개정을 통해 추진되며 징벌적 손해 배상 규정은 내년 상반기 중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을 통해 이뤄질 예정이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