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재혼하세요"... 50대 홀로된 나는 왜 망설일까?
"딸이 재혼을 권해서 나오게 됐어요... 가끔 외롭다는 생각도 해요"
요즘 젊은 돌싱들을 맺어주는 방송 프로가 인기를 끌고 있다. 나이 든 중년-노년들이 나오는 방송도 시선을 모은다. 50~60대가 넘은 돌싱들이 나와 서로의 마음을 숨기며 밀당을 한다. 젊은이 못지않은 연애 감각에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출연 여성은 "딸이 남친을 사귀라고 해서 나왔다"고 한다. 딸이 나이 들면 엄마와 '친구'가 되는 것일까? 100세 시대에 남은 30년을 홀로 살지 말라고 당부했다는 것이다.
최근 방송인 이상민이 돌아가신 어머니를 떠올리며 후회의 눈물을 흘렸다. 그는 방송에서 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하며 어린 시절의 '불효'를 떠올렸다. 초등학교 3학년 시절 그는 혼자가 된 어머니에게 "엄마, 시집가지 마"를 외쳤다고 한다. 어린 마음에 '엄마가 나를 버리고 가면 어떡하나?'라는 두려움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철없던 시절 내뱉은 말이 너무 후회된다. 지금 생각하면 (어머니가) 45년 혼자 사신 건 끔찍한 일"이라고 했다. 이상민은 "그때 '시집 가세요'라고 할 걸 그랬다"며 자책했다. 어머니는 조그만 가게를 운영하며 홀로 아들을 키웠다고 한다.
중년의 재혼 왜 어려울까?
나이 든 남녀의 재혼은 많은 난관이 가로 막고 있다. 성인이 된 자녀의 '허락'을 받는 것도 큰 문제다. 재산이 많아도, 적어도 걸림돌이 된다. 자녀들이 유산을 의식해 새 아버지-어머니의 호적 등재를 반대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돌싱은 가족회의를 열어 미리 재산을 분배해 뒷탈을 예방했다고 한다. 평생 일군 내 재산 때문에 자녀들과 소원해지기 싫다는 대목에선 서글픈 마음이 든다.
한 돌싱 남성은 아예 대놓고 "우리, 호적 정리할 필요 있어요?"라고 말해 상대 여성을 무안하게 했다. 혼인 신고를 하지 않고 동거만 하자는 얘기인가? 나보다 친자식이 더 소중하겠지... 그렇다면 뒤늦게 짝을 찾아 나선 나는 뭔가? 오만 가지 생각에 정나미가 뚝 떨어졌다는 말도 나왔다. 재산 문제 외에도 양쪽 자녀들과 새롭게 관계를 맺는 것도 커다란 장벽이다.
나이 든 사람들의 만남...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
남녀의 만남에선 역시 서로를 배려하는 성격이 가장 중요하다. 여성 입장에선 상대 남성이 옛날 스타일의 '꼰대'라면 만남이 꺼려질 것이다. 최근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19~5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꼰대는 권위적인 사람(62.0%, 중복응답)이라고 답한 경우가 많았다. 이어 고집이 세고(58.7%), 말이 안 통하는(53.7%) 참견하기 좋아하는(44.2%) 사람의 이미지를 떠올렸다. 굳이 안 해도 될 조언이나 충고(57.8%), 결국 잔소리도 꼰대 습성의 하나였다.
어떤 돌싱 남성은 "혼자 밥 해 먹기 힘들어서 여성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오랜 독신 생활의 고단한 심정을 표현한 것이지만, 결코 입 밖에 내선 안 될 말이다. 상대 여성을 배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얘기다. 사실 여성도 중년이 넘으면 요리, 설거지, 청소 등 가사에 싫증이 나고 체력도 달린다. 여성이 실버타운를 선호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요리, 청소에서 해방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이 들어 맞선에 나온 남성이 '밥 해 줄 여성을 찾는다'는 말을 하면 어떤 심정일까?
노쇠 진행... 남편 없는 여성 천천히 vs 아내 없는 남성 빨리
아내가 없는 남성은 노쇠가 빨리 온다는 연구 결과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반면에 여성은 남편 없이 혼자 살면 노쇠가 천천히 온다. 지난달 열린 한국헬시에이징학회의 '한국인은 어떻게 늙어가는가' 학술대회에서도 이런 내용의 주제 발표가 나왔다. 전국 10개 병원을 다녀간 노인을 대상으로 노쇠 진행도와 영향 요인을 분석한 것이다. 아내와 같이 사는 남성은 노쇠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슷한 연구 결과가 해외에서도 자주 나오고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대 연구팀에 따르면 배우자가 세상을 떠났을 때 남은 배우자가 이듬해에 숨질 확률은 남성이 70%로 여성(27%)보다 약 2.6배 더 높았다. 외국도 요리 하나 못하는 가부장적인 남편이 많다. 아내가 갑자기 떠나면 외로움에다 먹는 것까지 부실해져 건강 악화를 불러오는 것이다.
노년에 뒤치다꺼리 걱정?... 동반자 돼야 부부 모두 건강수명 누린다
중년 여성은 재혼을 생각할 때 상대 남성의 노후 준비 외에도 '뒤치다꺼리' 걱정을 한다고 한다. 새로운 남편 감이 예전의 꼰대 습성에서 벗어나지 못해 가사에 전혀 참여하지 않는다면 재혼이 망설여 질지도 모른다. 나이 든 아내가 청소할 때 소파에 누워만 있는 남편을 생각하면 같이 사는 20~30년이 암울할 것이다.
자녀 없이 부부만 같이 사는 노년 생활은 동반자 관계를 실감한다. 모든 집안 일을 같이 하는 것이 동반자다. 아내가 아프면 남편이 식사를 준비하고 보살펴야 한다. 남자가 여자보다 6년 정도 평균 수명이 짧은 것은 술-담배, 신체활동 부족의 영향이 크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가사도 훌륭한 신체활동이라고 했다.
나이 들면 집안에서의 괜한 권위, 고집, 불통, 참견, 잔소리를 줄여야 한다. 자녀를 모두 출가시킨 후 집에 부부만 남아 함께 지내는 기간은 건강수명(건강하게 장수)을 좌우한다. 평균 수명이 늘면서 이 기간이 갈수록 늘고 있다. 부부는 정신적-신체적으로 서로 의지하는 관계다. 진정한 동반자가 되어야 부부 모두 건강수명을 누릴 수 있다.
김용 기자 (ecok@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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