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스타 임선혜·사무엘윤·이경재의 특별한 성악 수업 [인터뷰]

정주원 기자(jnwn@mk.co.kr) 2023. 12. 12.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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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에서 '이건 어떻게 할까요'라고 물어보는 성악가가 돼선 안돼요. 연출가와 의견을 나눈 뒤에 내가 그 곡과 역할을 체화하면, 무대 위에선 요구 받은 것 이상을 해내게 되죠."

임선혜는 해외 무대의 주역을 꿈꾸는 후배들을 향해 "성악가가 소리만 잘 내는 직업이 아니라, 문학·언어·연기·해부학 등을 통달한 지적인 학문가이자 예술가란 점을 잊지 말고, 멋지고 훌륭한 일을 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잃지 말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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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악 사무엘윤·임선혜, 연출 이경재
오디션 거친 20대 성악도 8인에
4개월간 레슨·워크숍 노하우 전수
24일 고양아람누리서 갈라콘서트
“고음 잘내고 기교·발성 좋다고?
성악의 핵심은 스토리텔링과 상상력
창의력 발휘 능동적으로 노래해야”
젊은 성악가 육성 프로젝트 ‘성악예찬’에 멘토로 참여한 오페라 연출가 이경재, 소프라노 임선혜, 베이스바리톤 사무엘윤(왼쪽부터). 사진=스테이지원 (c)강태욱
“무대 위에서 ‘이건 어떻게 할까요’라고 물어보는 성악가가 돼선 안돼요. 연출가와 의견을 나눈 뒤에 내가 그 곡과 역할을 체화하면, 무대 위에선 요구 받은 것 이상을 해내게 되죠.”

‘바이로이트의 영웅’으로 불리는 세계적 성악가,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의 이런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건, 수많은 무대에서 최고의 찬사를 들었던 이의 경험과 진심이 어려있는 조언이라서다. 그와 함께 ‘고음악의 디바’ 소프라노 임선혜, ‘최연소 서울시오페라단장 출신’ 연출가 이경재가 멘토단으로 한자리에 뭉쳤다. 당장 한 작품을 올린다면 가슴 뛸 만한 멤버 구성인데, 무대는 다음 기회를 기약한다. 대신 이번엔 작품이 아닌 후배 성악가를 길러내는 프로젝트 ‘성악예찬’을 위한 멘토단으로 힘을 합쳤다.

이들은 올해 8월부터 약 4개월간 8인의 성악도와 대면해 특별한 가르침을 전수했다. 그 결과물로 이달 24일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에서 노민형·장지혜 리사이틀(오후 2시)과 8인의 오페라 갈라 콘서트(오후 7시)가 열린다. 사무엘윤과 임선혜는 공연해설자로 무대에 함께 오른다.

후원사인 영아티스트포럼앤페스티벌은 클래식 기획사 관계자들이 젊은 음악가를 발굴하기 위해 창립한 단체로, 매년 악기별 멘토·멘티 프로그램과 페스티벌 무대를 선보였다. 올해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후원하에 성악을 주제로 마스터 클래스와 워크숍을 진행했다.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소프라노 장지혜 박희경 신채림 이수아, 테너 도윤상 박상진, 바리톤 남궁형, 베이스 노민형 등 8명 모두 20대다. 이 수업을 위해 유학 중인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와 한국을 오간 참가자도 있었다.

그만큼 현역 성악가와 멘토·멘티 관계를 맺을 기회는 드물고 귀하다. 특히 학생들이 자신의 소속 학교나 전담 교수를 벗어나 외부와 교류할 기회도 제한적인 게 국내 교육 현장의 현실이다. 인터뷰를 위해 12일 서울 서초동에서 만난 사무엘 윤은 “이번에 선발된 8인은 성악가로서의 길이 달라질 수도 있는 인생의 전환점에서 저희를 만났다”며 “이들에게 피부로 와닿을 수 있는, 직설적인 얘기를 해줄 좋은 기회였다”고 했다.

24일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에서 성악예찬 오페라 갈라콘서트 무대에 오르는 참가자 8인. 사진제공=스테이지원 (c) 강태욱
주로 가르친 건 고음 내는 법 따위가 아니었다. 세 멘토 모두 ‘창의성’에 방점을 찍었다. 곡의 주제를 상상하고 표현하는 법에 관한 것이다. “무대에서 노래할 때는 말하고자 하는 내용, 연기하고 싶은 캐릭터가 본인의 머리부터 발끝에서 다 보여야 해요. 한국인이 외국 오페라 무대에 캐스팅됐다면 그 이유는 고음이나 성량 때문이 아니라, 현지인보다도 스토리텔링을 잘했기 때문입니다.”(사무엘 윤)

“학생들이 입시부터 졸업 때까지 시키는 대로 하는 데 익숙해져 있어요. 이번 수업에선 능동적으로 생각하고 표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고자 했습니다. 성악을 통해 무대 위에서 뭘 하고 싶은지, 목표를 가져야 해요.”(이경재)

“요즘 아이들이 많은 매체를 보고 자기표현에도 능숙해 보이지만, 상상력은 저절로 길러지는 게 아니더군요. 브람스도 ‘피아노를 잘 치려면 책을 읽으라’고 했다는데, 그런 훈련이 정말 필요했어요.”(임선혜)

다른 음악가와의 교류도 기악 파트와 달리 성악가에게 특히 중요한 부분으로 꼽힌다. 독창곡을 부르더라도 반주자와 교감해야 하고, 오페라 작품 안에선 수십명의 배역은 물론 관객과도 소통한다. 임선혜는 “서로 음악적 동료가 될 수 있는 이런 프로그램이 앞으로도 더 많은 지원을 받고 지속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성악은 외국 언어·문화를 바탕으로 쓰인 작품이 대다수라, 큰 무대로 진출하기 위해선 해외 유학이 필수로 꼽힌다. 많은 비용을 들이는 만큼 중요한 기회인데, 멘토단은 참가자의 레퍼토리에 맞는 유학지를 추천해주는 등 무대 외적으로도 열정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임선혜는 해외 무대의 주역을 꿈꾸는 후배들을 향해 “성악가가 소리만 잘 내는 직업이 아니라, 문학·언어·연기·해부학 등을 통달한 지적인 학문가이자 예술가란 점을 잊지 말고, 멋지고 훌륭한 일을 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잃지 말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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