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셜] '모자에 이런 글씨를...' 한국 사랑한 에이스, 내년 KBO 리그에서 뛴다 'KT와 총액 140만$ 재계약→외인 구성 끝'
KT 위즈는 12일 "외국인 선수 웨스 벤자민과 총액 140만 달러(한화 약 18억 4000만원)에 재계약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벤자민은 지난해 5월 윌리엄 쿠에바스의 대체 외국인 투수로 KT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KT는 벤자민을 연봉 33만 1000달러에 영입했다고 밝혔다.
벤자민은 지난 2014년 텍사스 레인저스의 지명(5라운드)을 받은 뒤 2020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메이저리그 통산 2시즌 성적은 21경기에 등판해 2승3패, 평균자책점 6.80. 마이너리그 통산 성적은 111경기 32승 29패, 평균자책점은 4.60이었다. 당시 KT는 벤자민에 관해 전형적인 선발 유형의 투수라는 평가를 했는데, 실제로 벤자민은 KBO 리그를 뛰면서 큰 부상 없이 뛰어난 내구성을 보여줬다. 또 제구력이 뛰어난 벤자민은 낙차 큰 커브와 체인지업, 슬라이더 등을 섞어 구사하며 매 경기 자신의 위력을 증명했다.
2022시즌 도중에 합류했지만 벤자민은 빠르게 한국 야구에 적응했다. 17경기에 선발 등판해 5승 4패 평균자책점 2.70의 좋은 성적을 거뒀다. 세부 성적은 96⅔이닝 동안 75피안타(11피홈런) 24볼넷 4몸에 맞는 볼 77탈삼진 34실점(29자책). 결국 벤자민은 2022시즌 종료 후 KT와 총액 130만 달러에 재계약했다. 종전 33만 1000달러에서 거의 100만 달러가 상승한 금액에 재계약 도장을 찍은 것. 벤자민이 코리안 드림을 실현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2023시즌에도 벤자민은 팀 내 또 다른 외국인 투수인 윌리엄 쿠에바스와 함께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을 책임지며 에이스 역할을 해냈다. 올 시즌 벤자민의 성적은 29경기에 선발 등판해 15승 6패 평균자책점은 3.54였다. NC 페디에 이어 다승 부문 단독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총 160이닝 동안 세부 성적은 149피안타(12피홈런) 45볼넷 157탈삼진 79실점 63자책 WHIP 1.21, 피안타율 0.240. 퀄리티 스타트 투구는 11차례 성공했다.
특히 벤자민은 포스트시즌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치며 팀원들에게 믿음을 심어줬다. NC 다이노스와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는 비록 팀은 패하긴 했지만, 5이닝 4피안타 2탈삼진 3실점으로 자신의 몫을 다했다. 이어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 운명을 짊어진 채 마운드에 오른 5차전에서는 5이닝 5피안타 5탈삼진 무4사구 2실점(1자책) 역투를 펼치며 본인의 임무를 훌륭히 완수했다. 벤자민의 호투 덕분에 KT는 2연패를 당한 뒤에도 3연승으로 리버스 스윕에 성공, 한국시리즈에 진출할 수 있었다.
벤자민이 KT와 계약하면서 3번째 한국 무대 시즌을 맞이하게 됐다. 벤자민은 KBO 리그 통산 46경기에 등판해 20승 10패 평균자책점 3.23, 256⅔이닝 동안 224피안타(23피홈런) 69볼넷 7몸에 맞는 볼, 234탈삼진, 113실점(92자책)을 기록 중이다.
벤자민은 누구보다 인성이 좋은 외국인 선수로 잘 알려져 있다. 올해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는 'ITAEWON(이태원)'이라는 단어가 새겨진 모자를 쓰고 나오며 이태원 참사의 아픔을 함께하기도 했다. 벤자민은 스타뉴스에 "작년에 미국에 돌아갔을 때 이태원에서 안 좋은 사건이 있었다는 걸 접했다. 내가 선발로 나가는 날과 겹치다 보니 추모하기 위해, 또 그런 감정을 팬들과 공유하기 위해 모자에 썼다. 나를 위해 쓴 게 아니라 유가족들을 위해 쓴 것이다. 매년 이 사건을 사람들이 잊지 않고 계속 기억하도록 하기 위해 이런 글씨를 썼다"고 말했다.
또 틈이 날 때마다 벤자민은 팀 내 외국인 동료들과 함께 기부 활동도 하며 한국을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수원 KT 위즈파크 인근의 아동복지시설을 찾아 기부금을 전달했다. 이런 아이디어를 먼저 꺼낸 게 벤자민이었다고 한다. 당시 벤자민은 "수원 KT 팬들은 저와 저희 팀 선수들에게 열렬한 응원을 보내주신다. 이런 응원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기 위해 이런 마음을 갖게 됐다. 다행히 우리 팀 동료들도 저와 생각이 같아 함께할 수 있었다"면서 별 일이 아니라는 듯이 이야기했다. 사령탑인 이강철 감독 역시 "벤자민에게는 따로 특별히 할 말이 없다. 알아서 잘하는 선수다. 너무 착하다"면서 시즌 내내 믿음을 드러냈다.
나도현 KT 단장은 벤자민과 계약 발표 후 구단을 통해 "벤자민은 KBO 리그에서 이미 검증된 좌완 투수다"라면서 "다음 시즌에도 선발 투수진에 있어서 중심을 잡아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로하스는 KT가 2017년 6월 대체 외국인 타자로 영입한 뒤 KBO 리그를 평정한 채 일본으로 떠났다. KBO 리그에서 뛰는 4시즌 통산 타율 0.321(1971타수 633안타) 132홈런, 2루타 126개, 3루타 8개, 409타점 350득점, 27도루(26실패) 208볼넷, 20개의 몸에 맞는 볼, 475삼진의 성적을 거뒀다. 2017시즌 로하스의 성적은 83경기에 출장해 타율 0.301, 18홈런, 56타점. 2017시즌 종료 후 메이저리그 도전을 향한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KT가 적극적으로 구애를 펼치면서 마음을 바꿨고 연봉 100만 달러에 도장을 찍으며 KT에 남았다. 2018시즌 로하스는 전 경기(144경기)를 뛰면서 타율 0.305, 43홈런 114타점 18도루의 성적을 챙겼다. 득점 2위(114득점), 안타 9위(172안타), 홈런 2위, 타점 7위, 도루 10위(18개), 볼넷 2위(71개). 2019시즌 로하스는 142경기에 출전해 타율 0.322, 24홈런 104타점을 찍었다. 홈런 1위, 타율 7위, 안타 3위(168개)였다.
이어 2020시즌 최대 150만달러에 KT와 재계약한 로하스는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2020시즌 142경기에 뛰면서 타율 0.349, 47홈런, 135타점을 기록, 홈런과 타점, 득점(116점), 장타율(0.680) 모두 1위에 이름을 올렸다. 4관왕의 영광과 함께 2년 연속 골든 글러브 및 MVP를 수상했다. 그런데 2020시즌을 끝으로 일본 한신 타이거즈로 이적한 로하스가 흔들렸다. 2021시즌 일본프로야구에서 60경기에 출장, 타율 0.217, 8홈런, OPS 0.663에 그쳤다. 2022시즌에도 89경기를 뛰면서 타율 0.224, 9홈런, OPS 0.732의 성적을 냈다. 이후 로하스는 도미니카 윈터 리그와 멕시칸 리그에서 야구를 계속했고, 이번에 전격적으로 다시 KT 위즈 유니폼을 입게 됐다. 나도현 단장은 "로하스는 다른 리그에서 뛸 때도 꾸준히 지켜봤다. 여전히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했다. 익숙한 팀에 온 만큼,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재영입 배경을 설명했다.
또 올 시즌 18경기에 선발 등판, 12승 무패 평균자책점 2.60으로 '무패 승률왕'에 등극한 쿠에바스 역시 KT와 함께한다. 쿠에바스는 2019년 KT 위즈에 입단한 뒤 2022시즌까지 4시즌(82경기) 동안 33승 23패 평균자책점 3.89를 마크했다. 특히 2021시즌 쿠에바스는 삼성 라이온즈와 정규 시즌 1위 결정전(타이브레이커)에서 7이닝 무실점 역투를 펼쳤고, 결국 KT의 통합 우승에 일조했다. 2022시즌 도중 부상으로 방출당했던 쿠에바스는 올해 KT로 다시 돌아와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총 114⅓이닝을 던지면서 95피안타(4피홈런) 24볼넷 100탈삼진 33실점(33자책)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1.04, 피안타율은 0.224.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3자책 이하) 투구는 14차례 성공. KBO 리그 역대 3번째로 '승률 100%' KBO 승률상을 따냈다. 나도현 단장은 쿠에바스에 관해 "이미 기량이 검증됐으며, 몸 상태에도 이상이 없기 때문에 재계약을 추진했다. 다음 시즌에도 에이스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KT는 "앞서 계약한 쿠에바스와 로하스, 벤자민은 내년 2월 부산 기장에서 스프링캠프에 합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김우종 기자 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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