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 '피난처'로 떠오른 아부다비... 자오창펑, 레이 달리오 돈이 달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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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계좌의 성지'로 불리던 스위스나 영국령 케이맨제도 등이 거부들의 금고지기 역할을 한 것도 옛말이 된 지 오래.
거부들은 그동안 스위스나 케이맨제도, 버진아일랜드 등 전통적인 조세피난처로 이름을 날려온 지역에서 대규모 자금을 관리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중동 대표 산유국이자 에너지 부국 UAE의 아부다비가 전 세계에 포진한 대형 자본을 빨아들이며 새 비밀금고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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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감면 앞세운 아부다비 떠올라
'금고 역할' 현지 SPV 7년 새 10배
'비밀 계좌의 성지'로 불리던 스위스나 영국령 케이맨제도 등이 거부들의 금고지기 역할을 한 것도 옛말이 된 지 오래. 조세피난처 맞먹는 금융 혜택을 앞세운 아랍에미리트(UAE) 수도 아부다비가 글로벌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전 세계 억만장자들의 뭉칫돈이 걸프만 부국 UAE로 속속 이동하는 이유는 뭘까.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11일(현지시간) "아부다비가 전 세계 억만장자들을 위한 새로운 부의 안식처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거부들은 그동안 스위스나 케이맨제도, 버진아일랜드 등 전통적인 조세피난처로 이름을 날려온 지역에서 대규모 자금을 관리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중동 대표 산유국이자 에너지 부국 UAE의 아부다비가 전 세계에 포진한 대형 자본을 빨아들이며 새 비밀금고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부다비에 뭉칫돈을 집어넣은 이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 창업자 자오창펑을 비롯해 인도 최대 재벌 아다니 그룹, 헤지펀드 대부 레이 달리오, 러시아 철강 재벌 블라디미르 리신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올해 아부다비에 있는 국제금융센터 '아부다비 글로벌마켓(ADGM)'에 자산 유동화를 위한 일종의 페이퍼컴퍼니 특수목적회사(SPV)를 세웠다. 자산 자문 기업 M/HQ에 따르면 2016년 46곳에 불과했던 아부다비 현지 SPV는 현재 5,000개 이상이다. 약 7년 만에 10배 이상 폭증한 것이다.
UAE는 일찌감치 탈(脫)석유 전략에 따른 경제 다각화에 나섰다. 특히 고성장 분야인 금융투자 활성화 정책을 앞세워 국가 경제의 석유 의존도를 낮추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이를 위해 ①해외 자산 보호를 비롯해 화끈한 세금 혜택까지 내걸었다. SPV 설립 시 최소 자본금 요구 사항은 물론 주주 국적 제한도 없앴다. UAE 연방 차원의 법인세 및 소득세를 매기지도 않는다. 기업들로선 세금 천국이나 다름없다. ②외국인 장기 거주를 유도하기 위한 10년 비자(골든 비자)도 해외 자본이 UAE에 끌리는 이유다.
③조세피난처로 흘러간 자금에 대해 각국이 강도 높은 규제를 가한 것도 UAE를 '대안'으로 밀어 올렸다는 평가다. 실제로 최근 몇 년 새 국제사회는 케이맨제도와 버진아일랜드 등 전통적 조세피난처를 '블랙리스트'로 지정하는 등 대대적 단속에 나섰고 기업들은 등을 돌리고 있다. 케이맨제도만 해도 올해 신규 등록된 기업이 1만여 개. 10년 만에 최저 수준이라고 한다. 블룸버그는 아부다비를 가리켜 "전통적이지만 예측하기 어려워진 케이맨제도와 버진아일랜드에 대한 안전한 대안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짚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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