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고 탈락’ 절반 강제로 직업고 가는 중국…“차라리 유학간다” [디브리핑]
인문고-직업고 절반씩 보내는 中 ‘50-50정책’에도
인문고 진학 과열 현상 발생…中 학부모 “고입 재수한다”
대졸-직업고졸 임금 격차…“인문고 진학이 계층 사다리”
교육 부담에…韓·中 모두 양육비 부담은 높고, 출산율은 낮아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 중국 광저우에 거주하는 중학생 조이 루는 지난 3년간 거의 매일 방과 후 3시간씩 비싼 사교육을 받았다. 예비 고등학생 절반이 직업고등학교로 가야하는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아쉽게도 루는 현지 인문고 진학에 실패했다. 고등학교 재수를 위해 사교육을 시키면 연간 7만위안(한화 약 1300만원)이 넘는 돈이 들어간다. 루의 부모는 조금 더 돈을 들여 해외 조기 유학을 보낼지 고민에 빠졌다.
중국 정부가 노동 인력을 늘리기 위해 6년 전 도입한 직업고 활성화 정책도 학부모들의 교육비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
직업고를 나온 학생들의 평균 임금 수준이 대졸자 수준에 미치지 못하자 많은 학생들이 인문고 진학에 사활을 걸면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2017년 도입된 ‘50-50 정책’ 이후 양육비가 급증했다. 대학 진학보다 직업교육이 활성화된 제조 강국 독일을 참고한 이 정책은 중학교 졸업생의 약 절반을 직업고등학교로 보내고 나머지 절반만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매년 6월에 실시하는 고등학교 입학시험 ‘중카오(中考)’ 점수에 따라 입학 학교가 결정된다.
중국 인구통계학자 황원정은 “중산층 부모의 대부분은 대학 학위가 계층 이동의 사다리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자녀가 직업고에 진학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그 결과 점점 더 많은 학부모가 자녀의 인문고 진학이 실패할 경우에 대비해 이민과 해외 조기유학이라는 ‘플랜 B’를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홍콩이 지난해 말부터 시작한 ‘해외 고급 인재 유치 프로그램’에 중국 본토인들의 지원이 쇄도하고, 캐나다 같은 나라의 대학에 재입학하겠다는 중국 대졸자들이 늘어나는 현상 역시 자녀 교육과 관련이 있다고 짚었다. 자녀가 중국 본토의 인문고에 진학하지 못하면 부모가 해외에서 직업을 구하거나 대학에 다시 입학해 자녀가 현지 인문고에 진학할 수 있게 하는 등 대안을 준비한다는 것이다.
선전 RDF 국제학교를 설립한 교육전문가 둥스거는 “중학교 졸업생의 50%만 인문고에 진학시키는 정책은 13차 5개년 계획 때 도입됐고 14차(2021∼2025) 5개년 계획 때 강화됐다”며 “최근 1000만명 이상의 대졸자가 취업에 어려움을 겪자 당국은 해당 정책을 더욱 빠르게 이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비 부담을 줄이고자 사교육을 금지하고 실업고 정원을 늘렸지만 중국 부모들은 더 많은 돈을 사교육에 써야 하는 꼴이 됐다.
캐나다 온타리오 한 고등학교에서 해외 학생 입학 업무를 담당하는 이반 자이는 SCMP에 “중국 학부모들은 자녀의 직업고 운명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며 “가계에 부담이 가중되고 자녀를 어린 나이에 해외로 보내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음에도 해외 유학은 그들에게 생명줄이 된다”고 말했다.
중국 교육컨설팅 기관인 마이코스(MyCos)의 ‘중국 대졸자 취업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대졸자의 평균 월급은 5990위안(약 111만원)인 반면, 직업고 졸업자의 평균 월급은 4595위안(약 85만원)이었다. 중국의 가장 부유한 지역으로 꼽히는 ‘장강삼각주’(안후이·장쑤·저장·상하이)에서 대졸 직장인 3년차의 평균 월급은 1만398위안(약 192만원)이지만, 같은 나이대 직업고 졸업생의 평균 월급은 7773위안(약 144만원)으로 집계됐다.
높은 교육비는 저출산으로 이어진다. 지난 5월 베이징 인구·공공정책 연구기관인 위와인구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양육비가 비싼 나라는 한국이며, 그 뒤를 중국이 잇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는 중국에서 18세까지 자녀를 기르는 데 드는 비용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6.9배로 한국(7.79배)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다고 밝혔다. 이는 독일(3.64배), 호주(2.08배), 프랑스(2.24배)의 2∼3배에 달하는 규모다.
양국 모두 세계 최저 출산율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지난해 합계출산율에서 한국과 중국은 각각 0.78명과 1.1명을 기록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황원정은 “막대한 양육 비용은 중국 커플들의 출산 의지가 꺾이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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