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들의 삶도, 음악도 여기에…극장에 뜬 번스타인·임윤찬
사카모토 류이치 마지막 연주 담은 콘서트 영화까지
음악가의 삶과 예술을 담은 영화가 줄이어 개봉한다. 미국 태생 지휘자이자 작곡가인 레너드 번스타인(1918~1990), 지난 3월 작고한 일본 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1952~2023), 그리고 한국 피아니스트 임윤찬(19)이 그 주인공.
지난 6일 극장 개봉한 ‘마에스트로 번스타인’은 20일 넷플릭스에서도 볼 수 있다. 27일 개봉하는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는 고인의 마지막 연주를 담은 콘서트 영화다. 그가 직접 선곡하고 편곡한 20곡을 들려준다. 삶의 끝자락을 예감한 그가 ‘한 번 더 납득할 만한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의지를 담아 지난해 9월8일부터 15일까지 촬영했다. 20일 개봉하는 ‘크레센도’는 임윤찬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18살 최연소로 우승하며 천재의 탄생을 알린 지난해 반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마에스트로 번스타인’은 위대한 예술가의 성취를 담은 전기 영화가 아니다. 외형적인 지휘자와 내면적인 작곡자의 이중적 삶, 위태롭게 흘러가는 번스타인의 양면적 사랑, 20세기 클래식을 지배한 천재의 아내로 살아간 펠리시아의 특별한 삶이 주축이다. 무엇보다 음악을 빼놓고 이 영화를 말하긴 어렵다. 클래식은 물론, 뮤지컬과 영화음악을 섭렵했던 레니(번스타인의 애칭)의 다재다능이 영화에서 폭넓은 스펙트럼의 음악으로 변주된다.
번스타인은 말러(1860~1911)와 연관이 깊다. 두 사람 모두 유대인에 지휘자이자 작곡자였다. 번스타인은 1960년대 ‘말러 붐’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1960년은 말러 탄생 100주년이었고, 이듬해가 서거 50주년이었는데, 번스타인은 뉴욕필을 이끌며 말러 붐에 불을 지폈다. 영화에서도 말러의 교향곡 2곡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1970년대 이후로 접어들면서 흑백 화면이 컬러로 전환될 때 흐르는 5번 교향곡 4악장 ‘아다지에토’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에 사용되면서 더욱 유명해진 곡이다.
번스타인이 성당에서 말러 교향곡 2번 ‘부활’의 5악장 ‘피날레’를 연주하는 장면은 음악의 절정이자 극의 전환점이다. 배우 브래들리 쿠퍼는 번스타인 특유의 지휘 동작을 충실히 재연한다. 입으로 가사를 중얼거리며 만세라도 부르듯 두 팔 뻗어 폴짝폴짝 뛰어오르는 모습이 번스타인의 실제 지휘를 쏙 빼닮았다. 1973년 영국 케임브리지 부근 일리 대성당에서 번스타인이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연주를 재현한 장면인데, 유튜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영화에서 번스타인은 객석의 환호를 뒤로한 채 아내 펠리시아에게 달려가 끌어안고 격렬히 키스한다. 홀가분한 표정의 펠리시아는 남편에게 말한다. “당신 마음에 가득했던 증오를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네요.” 싸늘했던 둘의 관계가 복원되는 순간이다.
번스타인이 펠리시아와 사랑에 빠지는 장면에선 오페라 ‘캉디드’ 중 ‘파리 왈츠’가 흐른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의 서두에 쓰인 곡과 영화 ‘워터 프론트’에 사용된 ‘교향적 춤곡’도 흘러나온다. 1958년부터 1972년까지 53회의 콘서트로 이어진 ‘청소년 음악회’ 장면도 엿볼 수 있다.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객석에 앉아 ‘캉디드’ 서곡을 감상하는 관객들도 많다.
쿠퍼는 영화에 나오는 6분21초 분량의 지휘 장면을 익히기 위해 6년을 투자했다. 미국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메트로폴리탄 음악감독인 야닉 네제-세겡(48)이 그에게 조언했다. 네제-세겡은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지휘해 영화음악을 녹음했다. 코네티컷에 있는 번스타인가의 실제 별장을 세트로 삼아 촬영했다. 5시간 넘는 특수 분장을 통해 되살아난 번스타인 특유의 매부리코는 생생함을 더한다. 스티븐 스필버그와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 등 거물들이 제작에 참여했다. ‘웨스트사이드 스토리’를 연출했던 스필버그는 원래 이 작품을 직접 연출하려다 쿠퍼에게 맡겼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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