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상상력으로 길어지는 ‘소비기한’[다함께돌봄센터 쌤들의 기분 좋은 상상]
초록 나무들이 알록달록 제 색을 찾아가는 것이 어제 같더니 어느새 단풍이 들고, 그것을 감상하기 시작하자마자 불어온 찬바람이 ‘화살처럼 빠르다’는 세월을 실감케 합니다. 그렇게 가을잎들이 하나둘 떨어지던 어느 날, 우리 센터에서 청량한 피아노 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우리 센터 활동실에는 별빛방 한가운데에 분홍색 피아노가 놓여 있습니다. 지난 6월, 오전에 청소를 도와주시는 어르신께서 당신의 손자가 쓰던 피아노를 센터에 기증해 주신 겁니다. 어르신의 고마움에 보답이라도 하듯이 그 피아노는 우리 센터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아동들이 피아노에 붙어 있는 시간이 많습니다.
그날도 그랬습니다. 아동들이 모인 가운데 한 아이가 피아노 하얀 건반에 스티커로 번호를 붙여 두고 연주를 했습니다. 그 아동이 연주한 곡이 한창 유행하고 있는 것인지, 연주를 듣고 있던 다른 아동들이 금방 알아듣고는 “유튜브에 나오는 ○○ 아니야?”라고 물었습니다. 자신이 연주한 곡을 알아주는 다른 아동들의 물음에 아이는 쑥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러고는 전보다 더 자신감 가득하게 피아노 건반 위에서 손가락춤을 추었습니다. 누군가의 작은 나눔이 한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 주고, 그 연주를 함께 듣는 아동들의 귀를 즐겁게 해 주는, 정말 선물처럼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한편 우리 아동들은 지난 겨울방학 동안에 버려지는 양말을 재활용해 안마봉을 만들었습니다. 보통 양말은 발가락 쪽에 구멍이 나서 버리는 일이 흔한데, 양말의 목 부분은 거의 다 멀쩡합니다. 이를 이용해 안마봉을 만들어 봤습니다. 처음에는 바느질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조금씩 익숙해진 아이들은 하나둘 ‘양말목 안마봉’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습니다.
피아노 나눔을 받았던 우리 아동들은 겨울방학 동안 만들었던 안마봉을 아래층 노인정의 어르신들께 나누는 경험도 했습니다. 나눔에는 어르신과 아이의 구분이 없다는, 귀한 것과 흔한 것의 차이도 없다는 점을 배우는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또 아이들끼리 도란도란 모여 앉아 센터에서 생기는 쓰레기들을 어떻게 분리배출하면 좋을지, 자원이 순환되는 재활용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며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제안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간식을 먹고 생긴 빈 플라스틱 용기나 종이상자 등을 활용해 자동차와 확성기 등을 만들어 보기도 했습니다.
센터가 있는 아파트 단지는 버려지는 책과 참고서, 책장 등이 유난히 많습니다. 버려지기에는 너무 멀쩡한 물건들을 보면서 우리 센터 활동실의 피아노가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폐기물 스티커가 붙어 있던 멀쩡한 스탠드형 회전식 책장을 센터로 가져 왔습니다. 그 책장은 지금 우리 센터에서 기존의 책장들과 어우러져 아주 유용한 물건이 됐습니다.
최근 식품에 표시하는 ‘유통기한’이 소비가 가능한 ‘소비기한’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러나 식품에는 소비기한이 정해져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많습니다. 해서 오늘도 우리 센터 아동들은 환경지킴이 활동을 통해 쓰는 사람의 상상력에 따라 다양한 용도로 다시 쓰이는 경험을 하며 소비기한을 늘려 가는 법을 배우고 실천하고 있습니다.
■아동권리보장원은?
다함께돌봄센터 등을 지원하는 아동권리보장원은 아동권리 증진, 돌봄, 아동보호, 자립지원 등 아동복지 정책과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개발 지원하는 아동권리 실현의 중심기관으로써 돌봄 사업의 효과적인 추진과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지원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www.ncrc.or.kr)
박현정(고양시 대화다함께돌봄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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